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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10년만 더 다닐게요

어제보다 오늘이 낫겠지?

by 추억바라기

매일 같은 시간에 기상하고, 밥 먹고, 출근하고 그리고 일하고. 살다 보면 같은 시간 속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항상 같은 일상을 매일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의문을 가질 때가 많다. 데자뷔 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40대 직장인의 일상은 비슷하다. 조금 더 활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의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나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밖으로 도는 시간보다 집으로 들어와 집돌이 같은 생활을 스실사실 즐기는 편이다. 그래도 사회생활을 하는 터라 가끔씩 있는 회사 회식자리나 , 자주 만나지 못하는 지인들과의 약속, 그리고 오래된 친구들과의 모임 등은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고 하는 편이다.


해가 바뀌고 나이가 찰 수록 이런 모임과 만남은 횟수가 줄고 있고, 원하던 원치 않든 간에 관계들의 정리는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지인들과의 관계도 그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락이 뜨음해져 가고, 이런 관계가 지속되면서 가끔 보는 얼굴들이 어색했고, 서먹해져 가는 게 현실이 되었다. 그래도 꾸준히 만남을 갖는 의리(?) 있는 모임은 횟수는 줄어도 만남이 이어져 가고 있고, 이런 알짜배기 모임만이 나의 반복되는 일상에서 활력과 신선함을 주는 유일한 탈출구와 같다.

난 최근에 업무 전환이 되면서 아주 생소한 일을 맡게 되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과 조금은 지나친 내 꼼꼼한 성격 탓에 실수를 할까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보냈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익숙해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 여러 날을 지냈지만, 어제와 같은 걱정과 두려움은 여전히 꼬리표처럼 오늘의 나를 괴롭혔다.

어느 정도 업무가 익숙해졌음에도 항상 이런 두려움이나 짜증은 가슴 한켠을 무겁게 누르는 듯했고, 사무실에 앉아서 업무를 할 때마다 어제 하고 같은 일을 하면서도 오늘을 걱정하고 있는 나를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어느 정도 능숙해진 현 업무에 대한 익숙함과 아직도 실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두려움이 공존하며 혼돈을 줄 때가 많았다. '도대체 이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고민을 해봤지만, 그리 쉽게 얻어지는 답은 아닌 듯했다. 그 순간까지만 해도 나에겐 무언가 번쩍하는 머릿속 그린라이트 전구가 환하게 켜지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 시간이 더 지나고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까지 생긴 요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답은 너무도 단순했고, 그리 어렵지 않게 풀려나갔다. 사실 지금 하고 있는 업무는 몇 번을 고사하고, 퇴직의 결심을 하게 할 정도로 맡고 싶지 않은 업무였고, 과거에 해왔던 업무와의 연장선상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 일이었다. 즉, 내 인생 계획에는 전혀 없던 무언가가 끼어든 것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그때엔 그렇게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나의 커리어와 전혀 무관한 업무였고, 개인적으로는 커리어에 '1도'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업무가 익숙해져 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 해왔었다.

하지만, 난 지금 맡고 있는 업무에 중요도를 고민해 봤고, 현재 내가 회사와 함께하며 할 수 있는 최선을 조금 더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물론 지금도 현재 업무에 대한 만족도는 많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적어도 난 이젠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지는 않는다. 아직까지는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새로 익히는 업무가 있을 정도로 배울 일들도 남아있고,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라고 아직까지는 생각하는 듯해서 많은 위로가 된다.


예전 SNS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이 난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아니면 일 할 곳이 정말 없다고 생각될 때는 회사를 그만두어야 한다."라고 한 말. 적어도 아직은 그때가 아니고, 앞으로도 그런 날이 많이, 아주 많이 늦게 오기를 희망한다.


"사장님, 10년만, 아니 15년만 회사 더 다닐게요."


난 지금 하고 있는 업무를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다만 난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 길 원하지 않는다. 난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꾸며 살고 있다. 적어도 그 내일을 향해 오늘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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