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은 늘 늦잠으로 시작하죠
허리가 아플 때까지 자고 일어나면 오전이 훅 지나가더라고요
아침 아니 점심쯤 일어난 아들이
"엄마 나 귀가 먹먹하게 아파"
헉..!!
부랴부랴 일요일 진료하는 이비인후과로 택시 타고 달려갔지만 진료 마감
걱정스러운 맘에 종합병원 응급실로 택시를 타고 달려갔어요
귀를 보시던 청천벽력 같은 의사 선생님 말씀
"저희 병원에선 검사할 수가 없어서 대학병원 응급실을 가셔야 할 것 같네요"
이쯤 되니 슬슬 걱정이 되더라고요
단순히 염증인가 보다 하면서 항생제 처방만 받음 되겠지 했었는데...
2시간 대기 끝에 검사 결과는 "외이도염"
아마도 습관적으로 귀를 긁더니만 상처가 곪았나 봐요
귀가 아프다 보니 턱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컨디션이 정말 다운되었던지 밥만 먹고 그냥 잠만 자더라고요
이놈에 자식 차라리 소리 지르고 게임할 때가 이쁜 거였구나..
한참을 뒤척거리더니 5시쯤 부스스 일어나서 머리가 아프고 무겁다네요
"엄마 나 속이 울렁거려"
"엄마랑 그럼 바람이라도 쐬고 올까?"
아들이랑 근처에 바람이나 쐬야겠다 하고 아파트 단지도 돌고 걷다 보니 언덕 위에 있던 대학교 캠퍼스가 보이더라고요
아들이랑 학교 벤치에 앉아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시작했어요
정치 얘기도 하고 아메리카 대륙의 기원, 장래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장장 2시간이나 했어요
수다도 떨고 웃기도 하고 칭찬도 해주다 보니 금쪽같은 2시간 훌쩍 지나고 입이 풀린 아드님도 수다 떨고 웃고 떠들다 머리가 아프지 않다는 걸 알아버렸네요
"엄마 나 머리가 안 아픈데"
그 순간 가장 듣고 싶었던 그 말을 들었네요^^
그럼 엄마랑 김밥이랑 라면이라도 한술 할까나? 아드님이 콜~~ 을 하셨네요
김밥, 라면 포장해서 아까 앉아있었던 그 벤치에서 먹고 수다 떨고 또 2시간을 수다 떨었네요
아들이 아프지만 않다면 4시간이 웬 말이에요 밤새 아라비안 나이트라도 들려줄 수 있는걸요
내려오는 길에 아들이
엄마랑 말이 통해서 너무 좋아
아마 엄마랑 이렇게 길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걸
난 엄마랑 얘기하는 게 너무 좋더라
저 오늘 계 탔나 봐요
세상에 저보다 행복한 엄마가 또 있을까요?
아들이 저랑 얘기하는 게 제일 좋대요
^_____________^ 헤벌쭉
아들이 아파서 걱정이긴 한데 그 아픈 와중에도 잠시 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기뻤어요
이쁜 내 아들
언젠간 엄마의 도움이 필요 없어질 날이 오겠지만 엄마가 곁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때 열심히 도와줄게
든든한 아빠의 그늘은 없지만 엄마가 아빠 몫까지 2배로 사랑해줄게
너무 일찍 철들지 말고 너는 네 나이답게 자라줘
너는 그냥 아프지만 않아도 충분히 효도하는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