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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언니 May 01. 2022

두 번째 내 인생

나에겐 새로운 기회가 있었다.

잘 지내고 계셨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글을 발행하고 1년도 지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저는 늘 그렇듯 평온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올해로 제가 이혼한 지 4년? 5년쯤 된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이혼한 횟수를 세지 않고 있을 만큼 익숙해졌습니다

이제 저의 이혼에 대해 누군가가 물어올 때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그걸 이제 알았어?"라고 말할 만큼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이혼할 때 6학년이던 아들은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습니다

그 자그마하던 꼬맹이는 180이 넘는 키에 90 키로가 넘는 거구의 청소년이 되어 학업 스트레스와 체중 스트레스에 가끔씩 울기도 하고 하소연도 하면서 여전히 많은 시간을 저와 수다 떨면서 잘 지내오고 있습니다




저는 참 행운아입니다

부모의 이혼을 잘 받아들이고 이해해주는 아들이 있으니까요


"엄마는 아빠랑 15년을 살면서 꽤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결과가 실패로 돌아가고 나니까 왠지 허망하더라"라고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엄마한테는 힘들게 한 사람이겠지만 다른 어떤 분한테는 좋은 남편일 수도 있어,

같은 이유로 엄마가 아빠한테는 불만족스러운 부인 일지 모르지만 누군가한테는 너무 좋은 사람일 수도 있거든.

내가 볼 땐 엄마는 결혼에 실패한 게 아니고 맞지 않는 배우자를 선택한 것뿐이야. 언젠가 엄마한테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때 좋은 결과물로 평가하면 되지.


그리고 엄마랑 아빠는 서로 맞지 않는 상대였으니까 이혼한 거고, 그래서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얻은 거고.

그래서 둘이 행복하면 그게 결론인 거지 뭐. "


결혼에 실패한 게 아니라 맞지 않는 배우자를 선택한 것뿐이라는 기특한 말로 절 위로해 주네요

저 너무 행복한 엄마입니다.



전 남편에겐 좋은 여자 친구가 생겼습니다

이해심도 있고 저는 이해할 수 없었든 그의 많은 단점들이 그분께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딱 맞는 상대를 만난 것 같습니다


아들도 셋이 만나서 식사하고 여행하고 명절엔 본가에서 함께 보내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빠의 여자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그건 아빠의 선택이니 자기가 관여할 바는 아니라고 하네요


얼마 전 아들과 저는 코로나를 함께 겪었습니다

'문고리에 소고기랑 전복, 삼계탕, 낙지 뭐 그런 거 사다 걸어놨어. 체력 많이 떨어질 거라고 둘이 먹으라고 여자 친구가 챙겨주더라"


코로나 때문에 힘들 거라면서 하지 않던 커피랑 빵을 배달시켜주고 괜히 음식 한다고 힘 빼지 말라면서 점심과 죽도 배달시켜주더군요


"너 왜 안 하던 짓 하냐? 너 원래 이런 센스 없잖아?"


"여자 친구가 아프면 음식 하는 것도 귀찮을 거라고 배달시켜주라고 하더라고'"


"고맙다고 전해줘라. 너 사람 만들어 줘서 ,

 근데 이제... 그런 배려까진 안 해줘서 이미 고마워하고 있으니까 그만 신경 써도 될 것 같다고 전해줘. 부담스럽네"


아들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저와 살 땐 그렇게 코치를 해줘도 네가 뭘 아냐며 한사코 자기 고집대로 하던 사람이 지금 여자 친구 말은 저렇게 잘 듣네요

맞는 상대가 따로 있나 봐요

그런 의미로 전 전남편여자 친구가 참 맘에 듭니다

옆집 동생, 회사 동료가 좋은 사람을 만나도 축하할 판인데 15년을 같이 살았었던 전 남편이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데 축하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이래저래 전 운이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만 딱 엄마로 살고 그 이후엔 저로 살아보려 합니다.


그래서 저도 꼭 제게 맞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해지고 싶네요

이제는 그래도 되는 싱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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