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옆집언니 Dec 31. 2019

싱글맘으로 보낸 2019년

돌싱 1년차 정산

드디어 2019년의 마지막 날이 되었네요

올 것 같지 않았던 2019년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자니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2019년 처음 시작하던 날의 저는 사실 막막함이 먼저 앞섰어요

아들은 중학생이 되었고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을까 걱정에 마음이 무거워지더라구요

둘이 벌던 월급에서 반으로 뚝딱! 아니 그것보다 더 많이 줄어든 수입으로 아들과 둘이 살아갈 날들이 걱정도 되었고요

학원비, 대출금, 보험금 ... 많지 않은 제 월급으로 빚에 허덕이며 살게 되진 않을까?

아들에게 필요한걸 해줄수는 있을까? 사소한것 부터 큰 문제까지 돈과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었으니까요


하나하나 열거하기엔 모든 것들이 불안하고 걱정되는 것들과 함께 시작한 2019년이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순간순간 위기는 있었지만 아들과 함께 잘 지나온 것 같아요


힘들었던 아들의 학교생활은 감사하게도 아들 스스로 부딪쳐 해결해가는 성숙함을 발휘해주어서 엄마인 절 많이 안심시켜 주더라고요

다투기도 하고 적당히 양보도 하면서 아들은 문제 해결 방법들을 많이 체득한 듯합니다

질풍노도와 같은 거친 사내 녀석들 틈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점점 나아지고 있고 매일 단단해져 가는 아들을 보면서 부족한 엄마에게서 어찌 저렇게 든든한 녀석이 태어났을까 하는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일방적 아들의 편이 되어 주지도, 아들의 적이 되지도 않는 적당한 거리에서 지켜보면서 기다려주는 것이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저의 노력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이해하고 들어주되 해결책은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 주기로 다짐해보게 되네요



줄어든 수입으로 막막했던 시작에 비하면 잘 누리면서 살아왔던 것 같은 2019년이었네요

수입이 줄어든 대신에 틈틈이 주말알바도 하고 푼돈도 모아가면서 살아온 덕분에 소박하게나마 아들과 둘이 대만 여행도 다녀왔고 풍족하진 않지만 먹고 싶은 것 제때 먹고 아들이 필요한 게 있을 때 걱정하지 않고 사줄 수 있는 정도의 생활은 할수 있었습니다.


사실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 안에서 나름 만족하면서 불만 없이 잘 지냈던것 같네요

친정 부모님과 할머니께 온수매트도 사 드렸고요. 이 정도면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 지내고 있는 것 맞겠죠?


그리고 조금씩 모은 돈으로 오늘 드디어 대출의 원금을 조금 갚았어요



오늘 대출금 중 580만 원을 상환했어요

저 돈을 모으느라 몸은 좀 힘들었지만 스스로 열심히 살아온 것 같아서 2019년 마지막이 나름 뿌듯하네요


늘 딸 걱정인 부모님께 전화해서 새해인사도 하고 대출금도 조금씩 갚으면서 잘 살고 있으니 걱정 마시라고 안심시켜 드리고 기분 좋게 한 해를 마무리했습니다



2019년 마지막 날이라며 전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은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도 있었고 사내연애였던지라 상황을 대충 알고 있는 처지라 이래저래 하소연도 하고 하고 전남편도  대수롭지 않은 일상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사무실에서 화냈더니 나중에 이사님이 나한테 내가 이혼해서 우울증이 생겼거나 분노조절 장애가 생긴 거라고 생각했다더라"라는 말을 했더니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구나! 다 색안경을 끼고 보네. 괜히 내가 미안하네"라고 하더라구요


"네가 뭐가 미안해. 나도 이혼하고 싶어서 한 건데. 그런 것도 생각 안 하고 이혼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나는 이런 거 다 알고 있었어. 그래도 이런 걸 감당하고 사는 것보다 너랑 사는 게 더 힘들어서  이혼한 건데 네가 왜 미안해?"


"나랑 사는 게 그렇게 많이 힘들었냐?"


"몰라서 물어? 너랑 사는 거 되게 힘들었지. 그러니까 이혼을 하지 않았을까?

너랑 사는 거 많이 힘들었어. 15년 내내 힘들었어. 그래서 이혼한 거니까 네가 미안해할 필요 없어"


"그래. 미안하고 올해 아들 혼자 기르느라 수고했고 내년엔 아프지 마라"


"너도 건강 조심하고 운전 조심하고 잘 지내. 아들 걱정은 말고... 내가 잘 기르고 있다"


이혼 1년이 지난 지금은 그냥 편하게 지냅니다

미워하는 것 마저도 그 녀석한테는 사치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오히려 금방 맘이 편해졌어요


남들이 볼 땐 이상한 이혼 부부라고 하지만 아들에게 싸우고 미워하고 원망하는 부모의 모습보다는 서로가 맞지 않아 각자의 행복을 찾아가는. 그렇지만 부모로서 자리는 여전히 지키고 있는 부모이기 바랐거든요



힘들 것만 같았던 2019년을 무사히 마친 오늘 여러 가지 감정이 지나가네요

지난 한 해는 이혼했다는 핑계로 보상심리가 생겨 좀 편하게 살았어요

다가오는 2020년에는 좀 더 치열하게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나로서 살아보려고 해요


책도 많이 읽고 그토록 무서워서 도전하지 못했던 운전면허에도 도전해볼까 합니다.

내년이면 또 아들은 한층 더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하겠지만 그 또한 현명하게 같이 잘 이겨낼 거라고 믿어요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2020년에는 아프지 마시고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이전 24화 아빠 나 괜찮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