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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언니 May 09. 2021

1년 만에 소식 전합니다

여전히 잘 지내십니까?

마지막 작성글이 작년 이맘때더라고요

뭐가 그리 바쁜지 일 년 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이혼한 지 몇 년이 지난 건지 헤아리는데 시간이 필요할 만큼 많은 것들이 익숙해졌나 봅니다


갑작스레 혼란스러운 변화에 놓였던 아들 녀석은 이제 저보다 그리고 지아비보다 훨씬 커져서 힘으론 더 이상 아빠에게 밀리지 않을 만큼 자랐습니다


전남편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조금은 힘든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가 봅니다

고맘때 사내 녀석들이 늘 그런 건지 반항심도 생기고 그래 봐야 저한테 와서 일러바치고 분하다 하는 정도이긴 하지만 세상 모든 부조리가 자길 향하는 것처럼 때때로 정의의 사도가 되신 듯 분개하곤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저녁이면 같이 산책을 해주고 좋아하는 게임 얘길 조잘거리면서 하고 엄마가 먹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면서 자기 입맛이 아닌 음식도 같이 잘 먹어줍니다


제겐 너무 소중하고 이쁜 저 녀석이 혼자 힘들어할 때마다 어찌해줘야 할지 몰라 주절주절 해결책만 늘어놨던 제게 잠들기 전 조용히 방문을 노크하며


"엄마 속상하게 하려고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나 열심히 하는 거 알고 있다고 한번 안아주면 좋겠다고 한 소리였어. 잘 자 "라고 하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녀석과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게으르게 쉬고 또 가끔은 전남편과 치열하게 싸우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15년 세월을 한꺼번에 리셋할 순 없어서 아직은 변화된 관계에 많은 변수들 싸우며 상의하며 나름의 합의점을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때로는 불현 듯 제 안에 남아있15년 결혼생활의 잔재들이 절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다행히 그와 나는 헤어져 남이 되었음에 감사하다는 결론을 맺으며 조금씩 나아져갑니다


그사이 전남편은 새로운 연인이 생겼습니다

 부모님께 인사도 시킬 만큼 진지한 사람을 얻은 그는 때때로 이런저런 연애상담을 해오지만 늘 저의 결론은


"내가 너랑 살아봐서 아는데 난 무조건 니 여자 친구 편이다

니 성격이 좀 더럽냐?난 그분이 널 받아준것 만으로도  보살이라고 본다 나는."


그와 조금씩 멀어지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인지 이혼하고 새삼 느낍니다

내 남편이 아닌 남이 된 후에 오히려 미움이 덜한걸 보니 우린 진작 이 정도 사이가 적당했던 인연이었나 보다고 말하니 그가 조용히 나도 지금이 좋다고 합니다


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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