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놈이 드디어 고3이 되었다.
뭐.... 저 아인 아직 실감을 못하는건지 여전히 공부는 짬날때. 게임은 시간내서 하고 있는 지경이지만 왜 때문인지 별로 걱정은 되지 않는다.
공부는 못하는 녀석일지 몰라서 인생은 잘 살 놈처럼 보인다
자기 소신도 있고, 초등학교때부터 일관되게 관심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한 확신도 있는 걸 보면 이놈 뭐가 되도 될 놈이다 싶은것이... (뭐 안되도 상관은 없다만) 공부는 못해도 잘 살아낼 놈 같아서 그냥 무너지지 않게, 잘못 된 길로 빠지지 않게 가느다란 막대기로 톡톡톡 치면서 기르고 있는 중이다.
뭘 할때 한번에 좀 집중해서 했음 좋겠는데..
이놈은 귀로 음악을 듣고 노래부르면서 문제를 푼다
이놈은 유튜브를 틀어놓고 낄낄대면서 공부를 한다
이놈은 TV를 보면서 밥을 먹는다
(뭐 이런 이유때문에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그럴만하다 미리 맘의 준비가 된 것도 있긴 하다)
아... 진짜 맘에 안든다
공부를 할라면 빡!! 집중해서 하고
밥을 먹을라면 밥을 빡!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는데
이놈은 뭘 한가지에 집중하는 법이 없다.
진! 짜! 맘에 안든다
하지만 딱히 잔소리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안 들을걸 뭐하러....
곰곰히 생각해 보니 울 부모님도 늘 그랬던것 같다
"공부를 할라면 공부를 하고 놀라면 차라리 그냥 놀던지.
귀구녕으로 음악 들으면서 공부가 되냐??"
되는데 되는데...난 음악 들으면서 공부하는게 더 잘되는데? 뭐라는거야??? 라고 대꾸했던 기억이..
아.... 이것이 업보인가???
이랬던 내가...요즘은 멀티가 안된다
음악을 들으면서 책이 같이 읽혀지지가 않아서 이제는 책 읽을 때 조용해야만 읽을수 있다
마치 귀 어두운 노인이 자기 목소리를 크게 해야만 소리를 인식하듯 조용한 가운데 읽어야만 내가 읽는다는걸 인지하는것 같다
유튜브를 보면서 대화를 하지 못한다
두가지를 한꺼번에 듣지 못한다...아놔....
어느순간 둘 다를 들을수가 없어서 건성으로 "응..그렇구나..아...그랬구나.."를 반복하다가
이건 좀 성의없다 싶어서 요즘은 아들놈이 말을 걸면 유튜브를 정지시켜 소리를 제거한다
다이어리 정리하면서 커피를 못마신다
커피를 마시는 사이 쓸 글을 잊어버린다(이정도면 병원가야 하나?)
일기를 쓰다가 커피를 마시면서 다른 길로 빠져 버린다...아놔.
그래서 다이어리를 다 쓰고 식어버린 커피를 원샷한다.
(다이어리와 커피를 한 테이블에 올리는건 내 마지막 자존심이다)
예전엔 일하면서 채팅하며 노는게 가능했는데..
요즘은 카톡하다가 일로 복귀해서 집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가장 문제는.....
공부를 하는데... 머릿속에 안들어간다... 이건 정말 미쳐버리겠다..
울 할매가 처음 한글 배울때처럼 일본어 가타카나를 소리내어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한시간째 한페이지를 넘어가지 못하고 가타카나를 매일 새로운 아이 만나듯 반복하고 있다.
아...늙는걸 받아 들여야 한다는건 알고 있지만...
나 아직 50살도 안됐는데 뭔가 조금씩 삐그덕 거린다..
받아들일거긴 한데 아...진심...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