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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언니 May 01. 2022

학부모와 부모 사이

아드님이 고등학교 첫 모의고사를 대차게 말아드시고 이제 첫 중간고사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아들은 첫 번째 과목이었던 국어에서 인생 최악의 점수를 받으셨고 금요일 내내 쇼크와 충격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네요


아빠랑 통화 중에 시험 망쳐서 멘털 나갔다고 하소연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아빠가 충고랍시고


니  노력에 비해서 그 정도면 잘 나온 거 아니냐?

공부시간을 좀 늘려보던지 게임을 좀 줄여보는 건 어때?

라는 애들이 가장 싫어할만한 멘트를 시전 해주었나 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녀석 생각보단 노력을 좀 안 하긴 했어요

그래도 나름  결과를 보고 원인 분석도 하고 이런저런 반성도 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그런 소릴 들으니 적잖이 억울했겠더라고요

저도 비슷한 반응의 얘기를 해서 녀석을 속을 뒤집긴 했지만 전남편은 아무래도 아이와 거리감을 좀 느끼다 보니 말조심을 하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혼 전 남편이었다면 아이의 심정 따윈 상관도 없이 뼈 때리는 악담들을 퍼부었을 텐데 몇 번의 아들의 반항과 자기주장에 부딪치더니 요즘은 많이 조심을 하네요


"아까 통화하는데 와~~ 맘 같아선 네가 그렇게 놀아놓고 누굴 탓하냐고, 네가 게임할 시간에 공부를 했음 그런 성적 나왔겠냐고 막 말해주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라고 하더라고요



고등학교의 공부란 중학교와는 또 전혀 다른 세상의 공부인 것 같더라고요


옆에서 슬쩍 봤는데도 문제의 수준도 어렵고 양도 너무 많고.. 무엇보다 매 순간이 평가받고 순위가 매겨진다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이고 부담일까 생각하면 짠하고 안쓰러웠어요


그래서 잔소리도 최대한 안 하고 알아서 할 때까지 기다려주자 라는 마음인데... 순간순간 울컥해서 자꾸 공부하고 있냐고 확인하고 있는 저를 봅니다


아이가 행복하면 됐지...라는 마음과 자기가 원하는 미래를 위해선 지금 좀 고생스럽더라도  매진했으면 하는 바램이 서로 격렬하게 싸우고 있네요

아마도 이번 시험 성적이 나오면 이 녀석 적잖이 충격을 받을 것 같습니다

중학교에서야 나름 잘하는 편이었지만 고등학교는 그거랑은 수준이 다르니까요


본인도 그 부분을 제일 잘 알고 있어서 자기가 남들보다 조금 뒤처진다는 사실이 속상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뭐.... 몇 번의 아픔과 고통이 있겠지만... 부디 부모로서 바람은... 상처 입고 고민하고 상심하더라도  포기는 하지 말고 그 안에서 무엇이 됐든 성장하면 그 실패 또한 공부라고 생각하길 바랍니다


엄마와 학부모 사이... 참 힘드네요.


아들을 믿고 기다려주고 상처받아 돌아왔을 때 안아주는 것 말고는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미안합니다

좋은 과외를 해주지 못하고, 좋은 직업의 부모가 되어서 도움을 주지 못하고 ,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하게 하는 부족한 부모라서 늘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아들은 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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