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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언니 Sep 23. 2019

엄마가 해주기 힘든 일

이성의 자녀를 혼자서 기른다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내가 해줄 수 없는 부분들을 남동생이나 친정아빠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사춘기 즈음의 남자만의 이야기, 남탕 가서 목욕하는 일, 남자학교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세력다툼 등 여자인 엄마는 결코 알 수 없고, 할 수 없는 일들을 주변에 남자들에게 도움을 받곤 했다.


남탕에 가는 일 같은 일은 어차피 여자인 내가 할 수 없으니 진즉 포기하고 도움을 청했지만 남자들이 주로 관심 갖고 잘하지만 여자라고 하지 못할 바는 없는 애매한 일들이 문제였다.


나를 포함한 우리 식구들은 워낙에 낚시를 좋아한다.

이맘때면 주꾸미와 고등어 철이라서 이혼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우린 벌써 욕지도로 향해서 지금쯤 냉장고에 고등어, 전갱이를 가득 채워 냉동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혼하고 보니 그 낚시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났다.


부끄럽게도 나이가 42살인데도 난 아직도 운전면허증이 없다.

겁도 많고 새로운 일에 덥석 도전도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라 아직도 운전은 너무 무서워서 운전면허 시험에도 도전하지 못했다.


지금까진 우리나라에서 특별히 발달된 대중교통 덕에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었는데 늘 운전해주던 남편이 없다 보니 대중교통의 범위를 넘어가는 곳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중에 한 곳이 바로 낚시할 수 있는 바닷가, 방파제, 좌대였다.


이런 건 내가 운전면허를 따고 자동차를 사면 해결될 일이니 언젠간 해결될 일이겠지만 그동안 전남편이 해주던  낚시채비를 준비하고 낚싯대에 매듭을 묶어 채비를 준비하는 일을 배워두지 못했던 터라 막막했다.


진작 배워둘걸. 언제나 도와줄 사람이 있을 줄 알았는데 배워두지 못했던 터라 이 좋은 때, 우리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낚시를 같이 갈 수가 없게 되었다.


내가 해줄 수 없는 아니 내가 해주는데 시간이 걸리는 일이 과연 낚시뿐일까?

앞으로 나는 아빠, 엄마가 나눠 배우고 해 줄 수 있는 일을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한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익혀야겠구나 하는 현실을 실감했다.

그것이 때로는 나의 관심사와 조금 멀더라도 배워보려고 노력해봐야겠다.


여자라서 해줄 수 없는 일 빼고는 뭐든 배워야겠다는 굳은 의지가 필요한 것 같다.


혼자의 힘으로 자식을 기른다는 건 성별의 경계를 넘어서야겠다는 기본적인 각오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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