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옆집언니 Nov 05. 2019

다르다는 것이 주는 불안감

싱글맘이 된 지 이제 대략 1년 정도 지났네

지난 한 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멍한 채로 지나갔던 것 같다


방황도 했고, 상처도 받았고, 무엇보다 불안감이 많이 지배했던 한 해였다

남들과 조금은 다르다는 게 참 힘들더라. 아직은 적응이 되지 않아서인지 낯설더라.

그냥 편하게 얘기하고 투정 부려도 될 고민들도 "나만 이런 고민하고 있는 거 아닐까?" , "내 고민을 이해해 줄까?" 하는 걱정들로 털어놓지 못하고 가슴속에 켜켜이 쌓아 놓았을 때가 많았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들어주고 맞장구쳐 주었지만 정작 내 얘긴 잘 못 꺼내게 됐다.

나는 저 사람들과 다르니까 내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거야

내 선택을 후회하는 걸로 들리면 어쩌지 하는 한 발 앞선 고민들이 내 입을 막고 내 심장을 정지시켰던 것 같다.

그렇게 쌓아놓은 말들이 어느 순간 불쑥불쑥 차올라왔다가 거품처럼 사그라들기를 반복하고 이제는 익숙한 채로 그 불안함을 감당하게 되었다.



어느 날 불현듯 이유 없이 눈물이 펑펑 쏟아질 때가 있다.

아들이 자고 있는 그 사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이제는 나보다 키가 더 커버린 그 녀석을 뒤에서 살포시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듣지도 못할 이야기를 귓속말로 남기고 내 방으로 들어와 누웠을 때 이유 없이 답답하고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눈물의 의미를 한참을 고민했었다.


억울한 걸까? 

나만 실패한 것 같아 억울한 걸까? 억울했다면 화가 나야지 눈물이 쏟아질 일은 아닐 거야.

그리고 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걸. 이혼이야 많은 방식 중에 하나인 건데 그게 뭐 실패라고 단정 지을 필요까지 있을까? 여러 갈래길 중 이혼을 선택한 거고 그 길이 조금 가시밭 길인걸 모르고 선택한 건 아니니 실패나 후회는 아닌 거 같다.


외로운가?

외로울 수도 있지. 근데 같이 살 때도 어차피 외로웠는데 뭐 새삼스럽다고 외로움에 눈물씩이나 흘리겠어?  외로움이야 숙명 같은 거니 그다지 새로운 감정일 것도 없었다. 


힘든가?

아닌데. 난 지난 16년 중 가장 많이 쉬고 가장 많이 웃고 있는데. 이제 설거지를 조금 미뤄도 괜찮고 하루쯤 배달음식을 시켜먹어도 죄책감 느끼지 않을 만큼 마음이 편해졌는데 힘들게 뭐가 있어.


그럼 뭐지?

친구가 필요했던 것 같다. 내가 그들과 다름을 이상해하지 않고 말이 새어나갈까 걱정하지 않고 다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필요했던 것 같다.

수없이 많은 말들이 가슴속에 머물렀다 연기처럼 사라지고 나면 재만 남아서 내가 어떤 감정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떠밀리듯 살았던 1년이 었던 것 같다.

사실 아직은 이렇다 할 속내를 모두 내어놓을 수 있는 상대를 찾진 못했다.

나만큼 그들도 힘들게 살아오고 견뎌오고 있는데 내 푸념까지 얹어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선택한 결정에 약한 소리로 후회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었다. 이혼이 권장할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지난 사랑을 정리하는 다른 방법인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기에 약한 모습 보여주기 싫었다. 혼자라는 사실이 누군가에겐  가벼운 상대로 보일까 봐 일부러 더 곁을 주지 않고 살았다.  이리 단단하게 벽을 쌓고 사니 외로울 수밖에. 



첫말이 어렵다. 처음 고백하고 처음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이제 겨우 1년 난 아직도 시행착오 중이다

내년 이맘때쯤엔 지란지교를 꿈꾸며에 나오는 구절처럼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생기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남들과 다르다는 게 잘못된 길이 아니라 조금 다른 방향일 뿐이라고 스스로 다독이며 오늘도 어깨 펴고 허리 펴고 당당하게 살아보려 한다.

나의 당당함이 내 아들의 무기가 될 것이며 자랑이 될 수 있도록..


이혼이 실패가 아닌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남들과 다름을 불안해하지 않고 조금씩 견뎌나가 기어이 단단해지리라

이전 12화 못난 어른 같으니라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