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믿는것과 가슴을 믿는다는것은 다르다.
중학생이 된 아들은 불과 몇달전의 아들과는 모든것이 사뭇 다르다
전에 비해 말수도 줄었으며 비밀도 생긴것 같다.
조금씩 욕들을 하기도 하고 (물론 학교에서 하는것에 비하면 애미 앞이라 많이 줄였을것으로 사료된다만...)
자기 고집도 제법 생긴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아이의 티가 남아있어서 애교도 부리고 엄마가 일하고와서 쓰러져 있으면 물도 한잔 떠다주는 여전히 착하고 순한 아들임엔 틀림이 없다.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는걸 알게 된 후부터 엄마는 걱정이 많아진다
친구들과 싸우진 않을까?
선생님께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반항적인 아이가 되지 않을까?
혼자서 비밀을 품은채 고만고만한 친구녀석들끼리 자기들만의 해결책이 최선인양 믿고 해결하려 들지 않을까?
엄마는 고민이 많아진다.
난 늘 입으로 말했다.
"울 아들은 현명하니까 분명히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 내린거겠지?
그럼 엄마도 군말없이 따라줄께! 엄만 울 아들 믿으니까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난 아들을 믿는다. 그것은 아들의 모든 판단이 옳다는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설령 현명하지 않은 결정이었을지라도 그 안에서 분명 무언가 얻는바가 있다면 그 어리석은 결정또한 결코 헛되진 않을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돌고 돌아 오더라도 제자리로 돌아올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돌아온 자리에 내가 서있어 웃으며 안아주는게 애미로써 내가 할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다.
하지만 요즘은 사실 좀 흔들린다.
잘못된 판단이 연달아 반복되면 신념으로 굳게 되진 않을까?
고민이 생겨도 애미인 나에겐 터 놓지 않고 혼자서 판단하고 결정해버리진 않을까?
그리하여 홀로 짐을 떠안고 힘들어 하진 않을까?
내가 나서서 헤메고 힘들이면서 고생하지 않도록 미리 길을 밝혀줘야 하는것이 부모노릇이 아닐까?
요즘은 사실 좀 흔들린다
입으로 믿는다는것과 가슴으로 믿고 기다려주는것의 간극은 단어사이의 거리보다 훨씬 멀게 느껴진다
아이를 기르면서 늘 생각한다.
울 엄마,아빠는 어떻게 날 그렇게 믿고 기다려주신걸까?
나 아이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이토록 불안하고 초조해서 혼자서 더 겁을 먹고 조급해지는데 울 부모님은 어찌그리 날 믿어주신걸까?
아이와 맘을 터 놓는다는것 아이와 서로 믿어준다는것은 책속에나 있는 환타지일지라도 이 험한 세상에 속마음 터 놓을수 있는 유일한 곳이 엄마인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힘들고 기대고 싶을때. 고민없이 달려와 안길수 있는 곳이 나였으면 좋겠다.
나는 가장 힘들때 부모님께 달려가지 못했다.
걱정하실까봐, 나땜에 맘 아프실까봐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려했었고 늘 웃었고 늘 행복한척 했었고 늘 긍정적인척 했었다 그게 부모님께 효도하는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울 엄마,아빠는 내가 달려와서 울어주길 바라지 않았을까?
그새끼 나쁜새끼라고 욕하면서 성질내고 하소연하길 바라진 않으셨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은 섭섭하셨을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와 자식사이.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