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 친구들과 다툼이 잦아진다.
바야흐로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저녁 메뉴뿐만 아니라 점심메뉴까지 고민해야 하는 그 시간이 오고 말았다.
아침은 먹여야 한다는 고집에 자고 있는 아들을 부득부득 깨워 아침을 먹인다
아직 아침보다 잠이 좋을 때지만 그냥 두고 가면 분명 11시쯤 어기적 거리며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드시고 늦게 일어난 덕에 늦게 자는 악순환이 될 것을 알고 있기에 꼼지락 거리는 녀석의 엉덩이를 퐁퐁퐁 때리며 깨운다.
바쁘게 출근 준비를 하면서 오후쯤 시장하실 아드님이 드실 과일과 샐러드를 챙겨주고 요즘 부쩍 장 건강이 걱정되어 요플레 하나를 준비해준다.(보나 마나 앉은자리에서 2~3개는 거뜬히 먹어치울테지...)
다시 자러 가겠다는 아들을 한번 뜨겁게 안아주고 (물론 아드님은 영혼 없이 몸을 맡기셨지만...) 뒤돌아 출근했다.
중학생이 된 아들은 본격적인 사춘기가 시작됐다.
불만이 많아졌고 감정조절에 힘들어 하기 시작했으며, 외모에 신경 쓰기 시작하셨다.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사춘기를 잘 대응하리라 맘먹고 작년 겨울부터 사춘기 대비 책을 읽었지만 글로 배운 준비가 무슨 소용이 있나 요즘 부쩍 회의감이 들고 있다.
가장 우려했던 "부모에게 이유 없이 짜증을 부리고 반항이 늘어난다"라는 부분은 아직은 반응이 없다.
단지 친구들과 좀 다투는 일이 있는데 그 부분이 걱정되어 아들과 저녁에 차 한잔 하면서 얘기를 나눴다.
엄마 : 아들~ 왜 울 아들은 사춘기 같은데 엄마한테 반항을 안 하지?
엄마한테 할 반항이 친구들한테 간 걸까? 왜 친구들이랑 자주 부딪혀?
아들 : 아닌데? 엄마랑은 굳이 반항할만한 일이 없어서 그런 거고 친구들 문제는 우리 반애들 다 그래~
고슴도치처럼 다들 날카로워. 그래서 그런걸껄?
내가 유독 더 예민하긴 한대 그건 나도 이미 알고 있어서 조금씩 참고 있어. 근데 잘 안되더라.
엄마 : 알고 있는데 잘 안 고쳐지지? 너도 모르게 울컥울컥 하지?
한 반에 그런 애들이 20명은 될 텐데 진짜 전쟁터겠다.
엄마는 여자중학교 다녀서 남자중학교애들은 어떤지 잘 모르니까 뭐라고 조언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네.
아들 : 엄마~ 남자중학교는 그냥 막 다 전쟁터야. 맨날 싸우고 욕하고 장난치고 그래.
약해보이기 싫어서 허풍 떠는 애들도 있고 뻑하면 신경질 부리는 애들도 있고 선생님들도 차별하는 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그럼 또 막 억울하기도 하고 하루에도 두어 번씩은 애들끼리 다투는 거 같아.. 전쟁터야 전쟁터..
엄마 : 그럼 울 아들은 친구들이랑 부딪칠 때는 왜 그런 거야?
아들 : 가만있으면 애들이 얕보니까. 건드리는데 가만있으면 애들이 자꾸자꾸 건드려서 그냥 성질 더럽게 보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자주 싸우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부딪치는 애들이랑만 자주 부딪치는 거지 다른 애들이랑은 친하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엄마 : 그렇겠지? 울 아들이 스스로 잘 판단해서 행동한 거겠지? 그럼 엄만 그냥 믿고 지켜보면 될라나?
아들 : 응 내가 힘들면 말할게. 근데 아마 내가 알아서 할 확률이 더 많을 거야. 그냥 엄마는 지금처럼 화 안 내고 잘 챙겨주고 그럼 될 것 같아. 내가 알아서 할게.
말은 믿겠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 불안감이 많은 어미인지라 순간순간 걱정이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 아이만 불안해 보이고 내 아이만 힘든 학창 시절을 보낸 것 같은 불안감?
몸으로 겪고 있는 아들은 괜찮다고 하는데 괜히 어미가 더 걱정이 돼서 안절부절..
아들아~
엄마가 아빠 빈자리를 채우려고 많이 노력은 하겠지만 아무래도 남자가 아니다 보니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을 거야. 그런 부분은 감안하고 아들이 먼저 엄마한테 말해주면 좋겠어.
혹시라도 덜 성숙한 어른들은 이혼한 부모의 자식이란 색안경을 끄고 볼 수도 있는데 기죽지 말고 너만 잘 서있고 네 결심이 확고하다면 주변 시선에 주눅 들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런 사람들의 우려까지 보란 듯이 조금 더 노력해주면 엄만 더 좋을 것 같긴 한데... 그게 힘들면 그냥 지금처럼도 괜찮아.
공부를 잘해도 , 못해도 내 아들인 건 변치 않으니까 여전히 자랑스러울 거야.
힘든 시간 같이 견디고 넘어온 것만으로도 아들과 엄마는 단단해졌을걸?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아무나 울 아들처럼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니야~
울 아들이 특별히 단단하고 의연하게 잘 이겨내고 있어 줘서 엄마는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
라고 말하자 아들은 "엄마 안아줘~"라고 했다.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아이인데...
울 아들은 사춘기!
아이와 어른 그 중간쯤에서 매일매일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