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주차 | 아들일까 딸일까!

손가락 두 마디로 폭풍성장한 아기의 성별

by 고지은


이번 주 들어서는 머리가 자주 아프다.

보통은 일어나서부터 점심을 먹기 전까지 지끈거리는데, 오늘은 그 불편함이 심해서 타이레놀을 먹어야겠다 싶었다. 의사 선생님이 타이레놀은 태아에게 아무 영향을 주지 않으니 진통제가 필요하면 편하게 복용하라고 했지만 그동안은 꾹 참아왔다. 이 정도쯤이야 내가 잠깐 아픈 게 낫지 아무래도 약을 먹지 않는 게 아기에게 낫지 않겠냐며 혼자 이겨냈다. 예비 엄마의 이상한 심보 같은 거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몸도 무겁고 움직일 때마다 머리가 띵—했다.




‘낮잠 자고도 아프면 약 먹어야지.’

침대에 눕자마자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이 울린다. 평소라면 자고 일어나서 확인했을 텐데, 이상하게 바로 보고 싶다. 엄마가 되어가니 촉이라는 게 생긴 걸까. 역시, 병원에서 보낸 문자 메시지다.






저위험군으로 이상이 없다니,

너무 다행이잖아!

큰 걱정을 하고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반갑고 안심이 된다. 나는 노산이나 고위험산모는 아니지만, 기형아검사 중 ‘니프티’가 가장 정밀하고 정확도가 높은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해서, 비싸지만 깊게 고민하지 않고 이 검사로 진행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의 피 속에 녹아 있는 태아의 DNA 조각을 분석하여 염색체 이상을 확인하는 검사이다. 염색체를 확인하는 작업이라 자연스레 성별도 미리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이유 때문에 요즘은 젊고 건강한 임산부들도 더러 이 검사를 한단다.




이상이 없다니 정말 감사한 일! 그나저나 우리 아기 성별은 뭘까?

아팠던 머리가 싹 나았다. 이부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세수를 하고 머리단장을 하고 나왔다. 당장 결과지 받으러 가야지, 발걸음이 얼마나 가볍던지 30분이 넘게 걸리는 병원을 20분 만에 도착했다.




남매, 구체적으로는 오빠와 여동생이면 좋겠다고 상상해 봤다.

다정하고 듬직한 아들과 사랑스럽고 귀여운 딸. 예전부터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해와서일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왠지 아들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또한 엄마의 촉 같은 것일까.

흔히들 ‘고기가 먹고 싶으면 아들이고, 과일이 생각나면 딸’이라고 말하던데 나는 둘 다 먹고 싶었기에 이걸로 유추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평소에는 먹지 않던 음식이 마구 생각날 때에도, 정말 많이 먹어도 탈 나지 않고 기분이 좋을 때에도, 얼굴에 갑자기 뾰루지가 날 때에도, 아직 배가 나올 시기가 아니라는데 옆구리 살이 벌써 만져질 때에도, “이거 튼튼한 아들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 라며 혼자 생각했다.




그렇다고 아들만을 엄청 바란 것도 아니다, 사실. 그 누구든 좋다. 딸이라면 살가운 친구 같을 것이고, 아들이라면 듬직한 친구 같겠지.

오히려 이상한 욕심이 발동한다. 아들이라고 생각하면 딸도 있었으면 좋겠고, 딸이라고 생각하니 아들도 있었으면 좋겠고. 누구든 좋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는데, 둘 다 있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욕심인가 보다. 그래 동생 또 낳을 거니까! 우선 내 뱃속 우리 첫아기가 건강하기를. 혼자 별별 기대와 흐뭇한 생각을 하며 병원에 도착했다.




“이번 검사 결과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 부분이에요. 검사 결과 요약에서 로우 리스크(low risk). 다행입니다. 그리고 옆에 적힌 성별, 어때요? 원하던 성별인가요? “

‘fetal sex: Male’

아들이다. 아들! 내년 여름 아들과 하늘색 톤의 시밀러룩 입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니, 벌써 너무 흐뭇하고 귀엽다.




곧바로 근무 중인 남편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쌩쌩한 우리 아들이 잠들 때까지 놀아줘야 하니 오늘부터 당장 운동으로 체력을 길러두라고, 그리고 예쁜 여동생도 만들어주자고. 그리고 배우 박보검 같이 착하고 사랑스러워야 하니, 오늘부터 아기가 보고 배울 수 있게 박보검처럼 말하고 표정 짓고 행동하라고. 진심이다. 그 무엇보다도 아주 진심이다!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우리 아기 소식에 나의 작은 통증은 싹 사라진다. 오늘도 타이레놀은 넣어둬야지.



우리 아가야,
넌 벌써 손가락 두 마디 크기로
쑥쑥 컸구나.

내년 이맘때면
아빠 손바닥 두 뼘만큼 커있겠지.

잘 자고 잘 먹고
건강하게 쑥쑥 자라자.

202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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