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자의 고민
나는 공식적으로 세 곳의 회사를 다녔다.
첫 직장은 수제맥주 회사. 가게 단골에서 본사 마케팅 막내로 올라갔다. 좋아하는 술이 내 삶의 중심이었다. 출근은 오전 10시, 퇴근은 자정이 다반사였지만, 그곳에서 일한다는 사실만으로 버틸 힘이 났다. 세 번째 회사는 두 번째 회사 동료들과 함께 만든 곳이었다. 전 직장 대표와 팀장이 새로운 사업을 제안했고, 그들의 미션에 반해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또, 나는 공식적으로 연인과 이별해 본 적이 없다. 대학 시절 만난 선배와 10년을 연애하다 결혼했고, ‘이별’의 통증은 잘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 그런 내가, 사랑하던 마지막 회사와 이별을 했다. 아직은 주변 사람들만 아는 작은 회사였지만, 나는 믿었다. 언젠가 더 많은 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안하는 서비스가 될 거라고. 그래서 더 집요하게, 더 깊게 사랑하며 일했다. 하지만 에너지를 초기에 한꺼번에 태워버린 게 화근이었다. 번아웃이 찾아왔고, 회사는 휴직을 제안했지만 나는 퇴사를 선택했다.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다는 게 이런 걸까?
퇴사를 전하던 날부터 마지막 출근날까지 매일같이 울었다. 회사에게 미안했고,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그러나 그 안을 벗어나야만 내가 온전한 나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일하는 나에만 집중했다면, 일하지 않을 때의 내 모습도 돌보고 싶었기에. 그런 날이 벌써 1년 가까이 지났다.
평온한 일상 속에서 불쑥 올라오는 질문이다. 이번 주엔 친구들의 취업과 이직 소식이 유난히 많아, 자연스레 더 오래 그 생각을 붙잡았다.
나는 아이와 가능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 그 마음은 단단하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시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을까? 내가 벌지 않아도 우리 가족은 괜찮을까? 욕심과 현실이 번갈아 머릿속을 점령한다. 가끔은, 소용없는 생각들도 든다. 그때 왜 대학원을 가지 않았을까? 왜 모두가 말하던 ‘안정적인 길’을 택하지 않았을까? 그러다 이내 멈춘다. 그건 과거의 나도 현재의 나도 원치 않는 모습이니까.
그래, 예전처럼 쉽지 않겠지. 그래도 돌아보면, 나는 늘 그 시절에 ‘하고 싶은 게 하나’는 있었다. 기회가 오면 잡았고, 우선 해봤다. 일이든, 취미든. 앞으로 라이프스타일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 변화 속에서 내가 몰랐던 문화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또 일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벌써 적어둔 아이디어가 몇 가지는 된다.
일로 자신을 증명하던 나,
잠시 일을 내려놓고도 괜찮을 수 있다는 걸 배우는 중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내가 사랑하는 방식으로, 천천히 오래,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
아가야,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며
우리 아기가 즐거워하는 게 뭔지
함께 찾아보자.
좋아하는 것을 더 즐길 수 있게,
그래서 오늘은, 무엇을 해볼까?
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