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방은 들어봤어도 부유두는 처음이야
임신 후 외출이 줄어들다 보니 옷은 그다지 새로 살 필요가 없었다. 다만 배가 조금씩 불러오면서, 평소 입던 청바지는 펼쳐본지도 오래전 일이다. 요즘은 그냥 고무줄 치마와 민소매 원피스만 돌려입는다. 편하고 빠르니까. 지난여름 휴가 때,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나갈 준비를 하던 순간이었다.
- 여기… 너 겨드랑이 쪽에 이게 뭐야?
남편이 발견한 작은 구멍 두 개.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중학생 때부터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양쪽 겨드랑이 한가운데 있는 아주 작은 점같은 구멍. 그래서 그냥 사람이라면 다 가지고 있는 숨구멍쯤으로 생각했고, 20년 넘게 아무 의심 없이 지냈다. 그런데 남편의 말에 다시 보니, 이게 좀 이상했다. 위치도, 모양도, 색도 달라졌다.
예전엔 겨드랑이 ‘정중앙’에, 내 피부색과 거의 같았던 작은 구멍이었는데—지금은 겨드랑이와 가슴 사이, 까무잡잡하게 자리 잡은 존재감 있는 녀석이 되어 있는 것. 땀샘이라고 하기엔 크고, 그렇다고 점이라고 하기엔 색이 묘하게 진하다.
— 이런 거 오빠도 겨등랑이에 있지 않아?
없다. 혹시 여자만 있는 건가 싶어 엄마와 동생에게도 물어봤다. 결론은, “난생처음 보는 구멍.”
이쯤 되니 수상했다. 검색 포털에서 ‘임산부 겨드랑이 구멍’, ‘임신 땀샘 변화’, ‘겨드랑이 까매짐’…조합 가능한 모든 키워드를 넣어봤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나 같은 사람은 없다. 임신과는 무관한 건가 보다 싶었고, 어차피 아프지는 않으니 천천히 병원에 가보자며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그 사이, ‘그것’은 점점 더 까매지고 존재감이 커졌다. 민소매를 입기가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오랜만의 외출. 우리 부부의 첫 베이비페어에 갔다. 디자인페어나 리빙페어, 주류 박람회는 가봤지만, 육아용품 박람회를 오픈런 하는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다. 입장을 기다리며 보니, 앞뒤 사람들은 A4용지에 ‘사야할 목록’과 ‘부스 위치’를 인쇄해 들고 있었다. 아무 준비가 없던 우리는, 유명하다는 부스를 기웃거리며 사람 구경을 했다.
그러다 슬며시 들은 맘카페 정보에 혹해 회원가입도 하고, 인증 이벤트도 하나씩 참여하면서 말이다.
그러던 순간. 내 눈에 들어온 어떤 임산부의 겨드랑이. 그리고 그곳에 자리한 ‘그것’. 색깔도, 위치도, 크기도 나와 똑같았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날 가입한 그 맘카페를 뒤졌다. 검색어는 ‘임산부 겨드랑이 검은’. 스크롤도 두 번 못 내렸는데 바로 답이 나왔다.
부유방은 들어봤지만, 부유두는 태어나서 처음 듣는 단어였다.
임신하면서 유선이 발달하는데, 일부 사람들—정확히 말하면 나 같은 사람들—은 겨드랑이 쪽에 숨어 있던 부유두가 발달해 더 잘 드러날 수 있다고 했다. 내 경우엔 2차 성징 때 아주 작게 생겼던 것이, 임신을 계기로 커진 것. 맘카페엔 정보가 넘쳐났다.
“출산하니까 금방 사라졌어요.”
“첫째 때 생겼다 사라졌는데, 둘째 때 또 생겼어요.”
“모유가 진짜로 새기도 해요…!”
“출산 후에도 안 없어져서 결국 수술했어요.”
없는 정보가 없었다. 몸이 아파서 생긴 건 아니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러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평범한 임산부처럼 ‘배만’ 나오는 줄 알았지… 부유두라니. 민소매를 못 입는 건 둘째 치고, 출산 후 진짜로 모유까지 나와버리면 그때는 또 어떻게 옷을 입나 싶어 속상했다.
울고 있는데도, 한편으로는 웃겼다. 부유두가 발달하면 대체로 모유가 잘 나온다고 하니까. 모유 수유를 꼭 해보고 싶었던 나로서는, 이게 반가운 소식이기도 했다.
- 가슴이랑 부유두 번갈아가며 수유하면, 아기 배고플 일 없겠다.
남편의 농담 섞인 위로에 결국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그렇게 울다가 웃다가 정신없이 잠들었던 밤. 엉덩이에 털이라도 날 기세였다.
그 후로 민소매 원피스에는 손이 덜 가지만, 수영장을 갈 때는 굳이 가리지 않는다. 애초에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내가 당당하면 그만이니까..
그래요, 나 부유두 있어요, 임신해서 생긴 스페셜 에디션입니다.
꼬물거리는 아가야,
힘 자랑을 벌써부터 하는거야?
아가의 발차기에
엄마배가 볼록하게 올라와서
엄마아빠는 너무 놀라고 기뻤어.
너가 좋다고 하니
맛있는 음식도 다양하게 먹고
신나는 음악도 자주 들려줄게 !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