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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기다리며

by 이용현

부모님을 뵈러 본가에 내려왔다가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었습니다. 비가 내리지 않을 것 같은 날씨였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창밖을 흐르는 빗줄기를 보며 마음도 함께 구겨졌습니다. 오늘만큼은 맑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세상은 늘 내 마음과 다른 날씨를 보여주곤 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문득 흐린 하늘 사이로 비쳐 오르는 햇살 한 줌을 발견했습니다. 구름 틈새로 새어 나오는 빛. 그 순간 문득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무지개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 기대가 잠시 지친 마음을 번뜩이게 했습니다.


무지개는 비가 온 뒤에야 뜹니다. 비 없이는 결코 볼 수 없는 것이죠. 우리가 살면서 힘든 시간을 지날 때, 마치 모든 세상의 비가 나에게만 쏟아지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은 머지않아 해가 뜰 것이고, 곧 무지개를 볼 수도 있다는 희망을 떠올려보는 것입니다.


그 기대와 희망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비는 영원히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스스로 잘 알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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