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보다 장례식장을 찾아주십시오

by 이용현

이따금 날아드는 결혼 소식,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 도착하는 부고 소식. 상반된 두 연락을 받을 때마다 마음은 어김없이 교차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결혼식에는 누가 와줄까, 내 장례식장에는 누가 와줄까.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결혼식 VS 장례식,
당신이라면 어느 날에 더 많은 사람이 와주길 바라나요?


결혼식 24%

장례식 76%


대부분의 대답은 의외로 장례식이었습니다. 그 대답에 저는 잠시 놀랐습니다. 기쁜 날에 더 많은 축하를 받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죽고 나서 사람들이 와준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결혼식이 압도적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달랐습니다. “결혼식 말고, 장례식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대답은 죽음에 대한 선호라기보다 관계에 대한 바람에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결혼식은 축하받는 자리이지만, 어쩌면 보여지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잘 살고 있다는 증명,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 남들 앞에서의 완성된 한 장면. 반면 장례식은 아무것도 꾸밀 수 없는 날입니다. 성공도, 실패도, 체면도 모두 내려놓은 채 그 사람이 갖고 있는 형편이 모두 다 드러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비, 가슴 미어지는 사연 “돈 없어서 어머니 장례식도 못 치러” 지독했던 가난의 아픔 고백) 등.

오직 그 사람이 어떤 존재였는지만 남는 자리. 장례식을 찾는 사람들은 의무가 아니라 기억으로 옵니다.

인연이 아니라 마음으로 옵니다. 그래서일까요. 사람들은 기쁜 날의 박수보다 마지막 날의 발걸음을 더 원했는지도 모릅니다.


“잘 살았네”라는 말보다 “그 사람 참 좋았지”라는 말을 듣고 싶은 마음으로. 마지막 배웅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던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결혼식에 많이 오는 사람보다 장례식에 와줄 사람을 만들며 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역시나 먼훗날 장례식장에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간 부고 문자를 받고도 가지못한 인연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부고 소식이 있다면 꼭 알려주십시오. 가서 당신과 보낸 기억을 떠올리며 깊은 조문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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