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
중미 중에선 물가 저렴하고 아름답기로 소문난 과테말라
콜롬비아를 떠나서는 볼리비아 친구가 중미 여행 후 가장 추천하는 여행지로 꼽은 과테말라로 향했다. 과테마라시티는 치안이 좋지 않다고 해서 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안티구아와 아티틀란 호수 근처 빠나하첼로 갔다.
안티구아는 아름답긴 한데 길이 돌길이라 불편했다. 이런 길 상당히 싫어한다. 환전 등 필요한 볼일 신속히 본 후 빠나하첼로 바로 이동했다.
밥먹으러 가다 십대 소녀들이 컵케익을 구워서 들고 가길래 같이 가는 할머니에게 무슨 이벤트가 있냐고 했더니 너도 와 해서 가보았다. 나는 은퇴 후 살 곳을 찾는 중이라고 했더니 자기도 미국에서 은퇴 후 이곳에 살고 있다며 오늘 파티에 은퇴자들이 많으니 와서 직접 물어보라고 했다.
호수를 가로질러 배타고 갈때 내가 머문 숙소 근처에서 음악 소리가 들렸는데 그곳이 미국인 은퇴자가 운영하는 곳이고 그 바 주인의 와이프 생일이라 파티가 열려 미국인들이 모였다. 60대 70대 미국인들이 다수 30-40대도 일부 있었다. 노인들 외모가 특히 상당히 히피스러웠지만 모두들 아주 친절했다. 이곳에 거주하면 미국보다 훨씬 저렴한 생활비로 거주 가능하고 비자문제도 약간의 돈만 주면 국경에 갈 필요 없이 정기적으로 여권 싹 걷어가서 도장 찍어온다고 한다. 남미라 아직 그런 야매가 통하는 듯 하다. 노인들이 많은데 병원 문제도 별로 불편함이 없다고 하는데 나는 솔직히 아직도 미심 쩍다. 왠지 동양인들 커뮤니티가 왜 여기에 없는지 이해가 간다고나 할까.
그날 컵케익을 구워서 가던 십대 소녀는 노인들 틈바구니에서 매우 심심한지 나를 놓아주지 않고 계속 대화하고 싶어했다. 그 소녀는 학교에 가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고 있었는데 부모는 여행자 대상 숙소를 운영하고 아이들이 현지인들과 어울리도록 하지 않았다. 물론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십대소녀 두명이 친구들과 놀지 못하고 온라인으로만 세상과 접하고 있는 상황이 상당히 안타까웠다.
메히꼬 Mexico
중미는 사실 별 관심이 없었는데 한국으로 가려면 비행기표가 멕시코에서 가는 것이 더 싸서 겸사겸사 멕시코로 갔다. 과거 멕시코는 쿠바 가는 길에 캔쿤만 가본적이 있다. 여행자들의 무덤이라는 (좋아서 죽치고 지내게 된다는) 산크리스토발 데 라스카사스에 갔다.
인기 여행지라는데 의외로 한산해서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내가 가기 얼마전에 근처 쇼핑몰에서 총격 사고가 있었는데 그때 마침 유명 미국인 인플루언서가 직접 사건을 현장에서 목격해서 미국인들에게 이곳이 더이상 안전한 관광지가 아니게 되어 미국인 관광객들이 확 줄은 상황이라고 한다.
콜롬비아 빈대의 악몽에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 공포스럽고 더 가려운 샌드플라이에 물리게 된다. 남미여행 카페에서 한식당 주인이 한국노래 부를 사람을 찾길래 노래 실력이 안되서 옷을 좀 짧은 것을 하루 입고 갔는데 오른 다리 허벅지에 어디에서 물리는 줄도 모르고 물렸다. 숙소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자기 다리를 보여주는데 나보다 더 심하게 물려 있었다.
멕시코는 유명 약국 프랜차이즈이 경우 무료로 상담하고 처방해주는 의사가 있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거기 가서 보여주니 빈대라며 약을 처방해주는데, 전직 빈대 경험자로서 이건 빈대가 아니라 새로운 벌레임이 확실하고, 한식당 주인, 숙소 주인의 경험 등을 종합해 볼때 샌드플라이로 추정하고 있다.
시력이 나쁜 빈대는 새벽에 출몰해 혈관을 못찾아 일자로 이동하며 여러개 물어서 물집이 생긴 후 극심한 가려움이 동반되고 그래도 상처가 한두달 후 사라지는데, 샌드플라이에 중구난방으로 물고 물집이 생기는 것은 비슷한데 가려움이 물집이 사라진 이후에도 지속되고, 상처가 6개월이 지나도 사라질 기미가 없다.
다음은 중남미의 마지막 여정, 멕시코시티로 이동했다. 멕시티는 볼것도 많고 할것도 많고 잉카 문명이나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오래 머무를만한 곳이다. 세계역사에 관심없는 나에게도 도시 곳곳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멕시코 음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남미에 오래 있다 보니 멕시코 음식이 새로울 것이 없어 예전처럼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저럼한 항공권을 찾다보니 멕시코시티-북경을 거쳐 한국으로 가게 되었다. 요새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중국에 관심이 생기고 북경은 한번도 못가봐서 북경여행도 기대가 되었고, 가족이 도쿄 여행을 좋아해서 가족을 만나 짧게 도쿄 여행 후 한국으로 돌아갔다.
편도로 멕시코시티-북경(5박 스탑오버)-도쿄 티켓이 60만원대니 상당히 선방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