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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시를 마시는 도서관의 발 없는 새2

돼지와 시가 맛나던 하루



그냥 제육이 맛있어서 좋았던 돼지돼지의 날




박찬일 시인의 시를 마주치고 뒤통수를 한번 가볍게 쳤다 그러게나 말이다 살아있는 돼지를 본 게 언제적이었을까. 옛날 사람들은 돼지를 보고 먹었는데 우리는 돼지고기만을 보고 먹는다 허나 우리도 돼지처럼 자기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미리 알기 어려운 운명.



고양이나 강아지같은 반려동물을 오천만명중에 천만명이 키우는 시대. 우리는 동물을 키우며 안정감을 느끼고 그 깨알같은 움직임들을 보며 살아있다는 기쁨을 느낀다. 그렇지만 또 이제는 야생성을 잃어버렸기에 자연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개냥들을 보며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바로 우리 자신도 예외가 아니다


거기서 벗어나려면 시인 말처럼 몽테스키외를 떠올리며 그저 매일 죽음을 상상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죽음의 두려움을 넘어 죽음을 필연이라 받아들이기. 그리고 내 죽음 이후에도 다른 이들의 삶들이 이어진다는 것도 수용하기...


그걸 정말 받아들이긴 사실 참 고된 일이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또 굴러간다는 것.


내가 없었던 세상도 계속 굴러왔다는 진실.


그렇지만 바로 그러니까 우리는 의미를 찾아다닌다


거창한 역사나 진리가 아닐지라도


오늘 힘들었지만 저녁밥 고기가 맛있었다는 진실


수년째 같이 이야기한 친구가 오늘도 옆이라는 것.


그 두 가지 정도면 이제 우리는 좀 더 힘낼 수 있다


밥과 시를 같이 즐길 사람이 있다면


더 거대한 벽을 만나더라도 두렵지많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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