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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안정. 그 사이 어디쯤.

치열하게 도전하는 삶을 살아보세요.

by 연금술사


예전, 대학생 무렵, 친구들과 워터파크에 가기 위해

단기 알바를 뛴 적이 있었습니다.


단기 알바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아마 택배 알바와 웨딩홀 알바일텐데요.


지금은 없어진,

역삼역 르네상스 호텔에서 웨딩홀 서빙 알바를 며칠 동안 했습니다.


지금처럼 최저시급이 만원 가까이 되는 것도 아니어서,

하루 종일 일했는데도,

소개해준 업체에게 수수료 떼고, 4만원인가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웨딩홀 서빙 알바가 생각보다 정말 힘든데요.

일단 트레이(쟁반 같은 것..) 무게가 상당하고,

그 트레이 위에 여러 접시들을 올리고 가야 하는데,

생각보다 무지 힘듭니다.


그리고 트레이에서 접시를 하나 꺼내면 균형이 안 맞기 때문에.

트레이를 잘 받치고 접시들을 꺼내는게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온 정신을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입니다.


거기다 끝나고 이런저런 청소까지 하고 나면

거의 녹초가 되어서 집으로 갔는데,


오죽하면, 제가 그 알바를 며칠하고는..

제 좌우명이


"서비스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되자."


가 되었겠습니까..



그래도 이튿날이 되니, 그새 짬밥이 늘었다고,

전날보다는 제법 수월하더군요.


각설하고,

거기서 만났던 한 형님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들 20대였던 무렵,

그 형님만 유일하게 30대였는데요.


나중에 친해져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업을 하다가 망해서 빚이 당시 돈으로 몇천이라고 하셨습니다.

빚을 갚을 길이 없어,

신용 불량자가 되었고,

이렇게 단기 알바를 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웨딩홀 알바가 끝나면 다들 거기서 만난 남녀 무리들끼리

알바비로 술한잔 하러 가기 바빴었는데,

이 형님은 바로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러 가셨습니다..

그것도 신용불량자라서,

4대 보험 없는 알바자리를 구하다보니,

시급도 다른 야간 알바보다 저렴한 편이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게다가 첫날인가

이 형님이 음식을 서빙할 때,

음식 중에 스테이크 접시 하나를 내리다가 실수로 접시를 떨어트려서..

그것도 손님 한명의 양복 위에 떨어트려서..

다들 엄청 걱정을 했었는데요.

다행히 그 손님이 괜찮다고 넘어가주셔서.

그 주변에 있던 알바들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이 형님이 좀 많이 모자라보였었습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나이도 30대에,

저렇게 실수나 하고,

그리고 이렇게 단기 알바나 하며 먹고 살고,

또다시 저녁 편의점 알바를 하러 가는

아주 실패한 인생 같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형님이 마지막 날,

저에게 했던 말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업 아이템 하나가 생겨서,

그 사업으로 재기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저야 뭐, 20대 무렵

사범대를 다니면서

앞으로 교사가 되어

아주 안정적인 직장에서

따박따박 월급을 받으며

나중에 정년퇴직해서

그 후 공무원 연금을 받으며 편하게 늙겠다라는

그런 생각에 가득차 있을때여서,

그 형님의 말에 속으로 코웃음을 치고 있었더랬죠.


지금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 형님이 생각보다 아주 야무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좌절할만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단기 알바를 뛰어서라도 돈을 모으고,

그리고 그 힘든 알바를 하고나서는

또다시 야간 알바를 하러 가는


그 마음가짐,

그 근성.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정말 한심한 사람은

그때 당시의 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변화나 도전이 왠지 모르게 두려웠고,

사업은 100명이 하면 99명이 망하는

아주 몹쓸 것처럼 생각했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적지만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교사만 되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 같았고,

모두가 부러워할 공무원 연금에

나의 미래를 맡기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도전.

근성.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요즘 들어 많이 생각하는 것들입니다.




옛날에는

왜 사업을 하면

무조건 망하는 것, 무서운 것, 집안이 흔들릴 수 있는 것

이렇게 생각을 했을까요.




요즘은

사업이라 한다면,

그래,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내가 최선을 다할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것이다.



많은 성공한 사람들도 수없이 실패했지만

끝까지 도전해서 마침내 이뤄낸 것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

제 삶에서

많은 도전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20년 전에 만났던 그 형님은 지금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이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도전하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alev-takil-3syTDiVAc7w-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Alev Tak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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