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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837m백운대가 그렇게 쉽게 정상을 허락하겠냐?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by 연금술사

예전 근무지에서 한 직장동료와 야등(야간등산)을 간 적이 있습니다.



혹시 등산 좋아하는 분이라면 들어보셨을 텐데요.


일명 불수사도북 종주를 갔었습니다.

(서울의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을 일시에 종주하는 것)



당시 저는 서른살 초반이었고, 직장동료는 40대 후반의 남자선생님이셨습니다.


그 분은 저를 많이 아끼고 챙겨주시는 형님이었고,

서로 친하게 지냈더랬죠.



당시 서른 살 초반의 저는 평소 야간등산을 종종 즐겼었는데,

그 선생님과 대화를 하다가

뜬금없이 불수사도북 종주 얘기가 나왔고,

금요일 저녁에 등산을 시작해서 토, 일까지 저 위의 5산을 모두 종주하자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깡으로 그런 계획을 세웠는지 모르겠습니다.ㅎㅎㅎ)




참고로, 그 당시 저는 등산화도 없이

운동화를 신고 산을 탔었는데

불수사도북 종주는 차마 일반 운동화로는 안될 것 같아서


금요일 퇴근하자마자

종로에 등산화를 사러가서

그렇게 첫 등산화를 신고

그 선생님을 다시 만나

저녁밥을 든든히 먹고

드디어 산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밤 8시에 시작해서,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그 선생님이 이끄는대로,

정신없이 산을 타고 있는데...


날이 밝아올 무렵, 새벽 5시였나...

그때가 북한산 정상을 향해 올라갈 때였습니다.



아무리 서른살 초반이고,

평소 틈틈이 등산을 해왔다 하더라도,


금요일 하루종일 일하고,

퇴근해서 종로가서 신발 사고,

저녁 먹고 바로 등산을 해서는

날을 꼬박 새웠는데..


그때쯤 되니 온 몸에서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신은 등산화도 한몫한 듯 싶습니다.)



아, 이건 아닌것 같다 싶은 생각이 들어,

그 선생님께..


"어우, 너무 힘든데...이제 그만 내려갈까요?" 라는 속마음을 솔직히 얘기했는데,


그 선생님의 말씀.


"OO아, 북한산 837m 백운대가 그렇게 쉽게 정상을 허락하겠냐? 쉽게 허락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닌거다."


그러면서, 앞장서서 올라가시는데,

별수 있나요.

어느새 저도 뒤따라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네요.

새벽 5시 30분.

아무도 없는 백운대 정상에 앉아서 동터오는 서울 시내를 내려다봤던 그 순간이.


그 후 십년이 넘게 세월이 흘렀고,

지금 와 생각해보면 정말 그 선생님의 말씀이 정말 맞았습니다.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좋은 것들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없더라구요.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해야 하고, 용기도 필요하며, 운도 함께 해야 합니다.


그때 2개 산인가 남겨두고, 3개 산까지 타고 결국 내려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북한산 백운대에서 내려다본 그 멋진 풍경보다.

그때 그 선생님의 그 말씀을 들은 것이 더 좋았습니다.



가끔 힘들때,

그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려봅니다.


쉽게 얻을 수 없기에 더 값진 것입니다.

끝까지 노력하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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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Jonathan Oui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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