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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항구의 배는 안전하다. 그러나 보물을 얻기 위해서는 바다로 나가야 한다.

by 연금술사


큰아들 세준이가 요새 저와 매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스플랜더라는 보드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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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4년) 가을에 한려해상 생태탐방원에 놀러갔을때, 거기서 이 보드게임을 빌려서 저와 신나게 했었더랬죠.(게임 규칙도 몰라서, 둘이서 유튜브 보면서 게임 규칙을 익혔습니다..ㅎㅎ)




그때 재밌었는지, 이번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스플랜더를 받고 싶다고 하더군요.

선물을 받은 이후, 매일 저와 2-3판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제가 좀 봐주면서 했습니다.

큰아들 성향이 워낙 승부욕이 강하다보니,

저에게 지기라도 하면, 바로 눈물을 쏟곤 하거든요.

게다가 아직 8살인데, 40살이 넘은 제가 전력을 다해 상대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죠.




그래서 적당히 이기고 지고를 몇번 해줬는데,

이게 웬걸...


언젠가부터 갑자기 실력이 확 늘더니,

제가 전력을 다해서 하는데도..

지는 상황이 왔습니다.


심지어 저에게 충고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아빠, 짜잘한 것 몇개 먹는 것보다 이렇게 점수 큰 것을 먹어야지~!"

(그래, 니 말대로 부동산 투자를 그렇게 했었어야 했다...ㅠㅠ 부동산 투자할 때 돈 다 끌어모아서 큰 거 1개 하는 것이 자잘한 것 몇개 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확실히 어린 아이들이 습득력이 빠르더군요.

며칠 동안 계속해서 지길래,

이거 안되겠다 싶어서...

어제는 마음 먹고 초집중을 해서 보드게임을 했습니다.



'이놈아!!! 아직 아빠한테는 안될거다!'


하면서 열심히 하니,

제가 2판 모두 이기게 되었습니다만...

역시나 승부욕 강한 큰아들은 고새 눈물을 한바탕 쏟으며 울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ㅎㅎㅎ


다음날 저녁을 먹고, 아들 둘하고 이리뒹굴 저리뒹굴하고 놀다가,

늘 하던대로, 스플랜더를 꺼내니,

큰아들이 이제는 하기 싫다고 하네요.

어제 져서 다시 하는게 두렵다고 합니다.


"큰아들, 그동안은 아빠가 너한테 계속 져서 도전자 입장이었고, 어제는 네가 아빠한테 졌으니까 이제는 네가 도전자 입장이 되었네.

도전이 얼마나 마음 편한데~. 생각해봐. 도전자 입장에서는 져도 잃을게 없어. 오히려 지키고 있는 사람이 만약 지면 잃게 되니까 더 두렵지. 도전하는거 무서워하지 마~"


그새 제 말에 설득(?)당한 큰아들은 좋다며 스플랜더에 집중합니다.


집중해서 했는데도, 오늘은 제가 2판 모두 졌네요.

(정말 이기려고 했는데도 졌습니다... 그것도 마지막 판은 딱 한 턴 차이로 졌네요.)


크게 기뻐하더니,

문득 저에게 와서 하는말...


"아빠, 오늘 게임에 완전히 집중한 것 맞지요?"

"당연하지. 집중하지 않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실례야."


그제서야 더욱 기뻐하더군요.


초등학교1학년의 생각이 웃기네요...ㅎㅎ


그런데 세준이를 보면서 '도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지금 제가 큰아들에게 도전에 대해 좋은 말을 쉽게 했지만,

사실 저도 도전이 많이 두렵습니다.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상처받을까 두렵고,

그냥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게 더 낫지 않나 싶어서 자꾸 회피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예전 어디선가 읽었던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더랬죠.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보물을 얻기 위해서는 거친 바다로 나가야 한다.


참 맞는 말입니다.

우리는 뭔가를 새롭게 얻기 위해서,

두렵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하고,

설령 지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도전하면 됩니다.



저도 많이 두렵지만,

큰아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용기를 가지고 더욱 열심히 도전하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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