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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속된 삶을 살 것인가?

도대체 뭣이 중한디?

by 연금술사

제 지인 중, 작은 회사에 근무하는 한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4천만원을 주고 산 중고 벤츠를 타고 다니죠.


원래 새 차 가격은 1억을 훌쩍 넘는 꽤나 고가의 자동차입니다.

자동차를 엄청나게 애지중지해서,

차를 보면 정말 멀리서도 광이 날 정도이고,

실내는 먼지한톨 없습니다.


이 자동차는 그 친구의 자존심입니다.


우리들이 우스갯소리로,

차안에 커피흘렸다가는 이 녀석한테 맞아죽을 수도 있다고 그랬을 정돕니다.


어쨌든 저는 개인적으로,

본인이 타고 싶어서 중고로라도 고가의 외제차를 타는 것을 그렇게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차를 탐으로써 얻는 만족도가 크다면야, 그 나름대로 당연히 좋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며칠전, 중학교 동창 모임에서 이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는데요

모임 내내 기분이 안좋아보이더군요. 우울해보였고요.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았는데, 벤츠를 끌고오다가 골목 코너에서 차가 긁혔다네요.

하필 모임 장소가 골목 사이사이에 위치한 조그마한 선술집이다 보니,

찾아서 들어오는 과정에 그만 그 사단이 터진 모양입니다.


그러더니 헤어질 때도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 헤어졌고,

나중에 그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었는데,

자동차를 제대로 수리하고 나서야 기분이 풀렸다고 하더군요.


자동차는 하나의 물질이자 수단에 불과한데,

오히려 차가 소유자의 기분을 결정해버리는 것을 목격하곤,

조금 그 친구가 안타까웠습니다.


내가 애지중지하는 자동차. 정말 중요하죠.

그런데 본질이 무엇인지 놓쳐버린 것 같습니다.


내가 타고 내리는 자동차가 내 삶의 본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나 그 자체로 내 삶의 본질을 멋지게 채워넣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자동차가 내 삶의 자존심이 되어 버리면,

자동차가 내 기분을 결정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자동차에 기스가 나도 고치면 그만인데,

그거 고치는 내내 스트레스 받고 기분이 안좋다면,

뭐하러 그 자동차를 타고 다니나요?


기분 좋으려고 그 자동차를 산 것일텐데 말이죠.

이 친구는 자동차에 종속되어 버린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쌩돈 나가고, 자동차 긁혀 먹은 부분이 신경쓰여서 기분이 쓰라리겠지만,

고치면 된다 생각하고, 스트레스 받을 시간에 내 삶을 즐겁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스트레스 받는 시간이 1분 1초라도 늘어지면, 그건 스스로만 더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에 종속되지 말고 내 인생에서 뭣이 더 중요한지를 생각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도대체 뭣이 중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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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Binara Weerasing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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