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사랑은 마음껏 주자.
어젯밤 에너지가 넘치는 두 아들 녀석을 데리고 집 근처 다이소에 갔습니다..
워낙 물건들이 많으니, 신나서 이것저것 구경하던 터에
큰 아들이 또 뭔가 장난감을 하나 집어오네요.
"아빠, 나 이거 갖고 싶은데..."
"응? 이게 왜 갖고 싶은거야?"
"이거 해보고 싶어"
"근데, 예전에 산 장난감들도 많고, 당장 며칠전만 해도 아빠랑 다른 장난감 하나 샀었잖아."
"이거 고작 2천원밖에 안해"
"세준아, 들어가는 돈이 작다고 해서,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잠깐의 욕망으로 마구 사면 어떻게 될까?"
"....."
"너, 나중에 부자 되고 싶다고 했잖아. 아빠 생각에는 돈을 모으려면, 작은 돈부터 아낄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때로는 자신의 욕망을 누를 수도 있어야 해."
"그래도, 이거 해보고 싶어. 이번 한번만 사보자..."
"안돼. 이번에는 세준이가 좀 참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오늘 하루만 집에 가서 생각해보고,
오늘 밤에도 이 물건을 너무 갖고 싶고, 계속 생각이 나면 내일 아빠한테 말해줘. 그러면 그때가서 생각해보자."
"치....ㅠㅠ"
세준이는 자기가 갖고 싶은 장난감을 얻지 못하니 풀이 죽었네요..
그런데 아이와의 대화에서 놀랐던 점은,
고작 2천원밖에 안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계속 풀이 죽어서 시무룩해 있기에
아이에게 가서,
"아들, 축하한다. 이제 부자가 되어가는 중요한 첫걸음을 뗀거야."
"왜?"
"부자가 되려면 적은 돈도 아끼고, 때로는 자신의 욕망을 누를 수도 있는 것이 아주 중요한데 오늘 그걸 해낸거잖아."
"아, 맞네!!!"
그러더니 다시 신이 나서 뛰어다닙니다..
예전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에게 늘 충족과 만족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늘 충족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아니, 충족보다 얻지 못하고, 실패하는 것이 더 많을 텐데요.
어릴 때부터 충족에만 길들여져 있다가, 결핍이 생기면 아이가 잘 대응할 수 있을지, 그게 두렵습니다.
어쩌면 제가 한 방식이 잘못된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는 아이가 결핍도 경험을 해보고, 참는 것들도 좀 배웠으면 좋겠어요.
너무 결핍 속에만 살아도 문제지만, 늘 갖고 싶다고 다 가진다면, 그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가 생각납니다.
저는 어릴 때 정말 가난했었습니다.
지하 단칸방에서 다섯명의 가족이 모여 살았고,
지하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끼리 푸세식 공용화장실 하나를 나눠 썼습니다.
겨울에는 오래되어 낡고 낡은 잠바 하나로 버텼고,
잠바의 오른쪽 호주머니가 찢어졌는데,
늘 손으로 찢어진 부분을 가리고 다녔어요.
지금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다닐텐데..
그땐 어린 마음에 그게 참 부끄러웠어요.
그래도 참 일찍 철이 든게...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하시며 힘들게 저희를 키워주시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차마 엄마에게 옷을 하나 새로 사달라고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그게 초등학교 3학년이었나 싶네요..
그래서였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어릴 때부터 늘 부자가 되고 싶었어요.
적어도 돈 때문에 서러운 일 당하고 살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와 생각하면, 그때의 결핍이 지금의 저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참는 것을 배웠고, 욕망을 절제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부동산 투자와 관련하여 책도 한권 쓰게 되었습니다.
"부자 아빠 부동산 수업, 한국경제신문"이라는 책입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도서관에서 빌려읽어보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 아빠 육아와 관련하여 "아빠의 긍정 육아가 아이의 행복을 만든다, 미다스북스"라는 책도 쓴 적이 있습니다. 혹여 아빠 육아와 관련하여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학교에서 제가 만나는 아이들은
결핍에 대해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최신 핸드폰에,
여러개의 학원 뺑뺑이에,
풍족한 용돈에...
혹여라도 뭔가 부족함이 있으면 견디기 어려워합니다.
학원에 잠자러 간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아이들을 볼때면,
마음이 아픕니다.
부모님들은 그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일을 했겠습니까?
저는 아이들이 결핍의 고통과 무서움을 알고,
지금 주어진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길 바랍니다.
욕망을 절제하고, 결핍을 참아내는 법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덧 : 그러나, 아이들에게 사랑은 늘 풍족하게 주고 있습니다. 진심을 담아서요.
사진: Unsplash의Jake Fag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