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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되어보니 20대와 확연히 다른점 하나.

물론 여전히 그대로인 사람들도 많다.

by 연금술사

오늘 아침, 출근을 하려는데 내 차 앞에 어떤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런데 앞차가 이중주차를 하면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지 않았는지,

아무리 밀어도 움직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앞차의 차주분께 문자를 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차를 한번만 빼주실 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5분 정도 기다렸을까..


50대 정도로 보이는 한 남자분이 나오셨다.


입에는 전자 담배를 문채

표정은 잔뜩 찡그리고 계셨다.


"차 뺄라구요?"


"네.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계속 묵묵부답이다.


담배를 몇모금 빨더니, 차에 타서 시동을 걸고 다른 곳으로 옮겨주셨다.



예전 같았다면, 앞차의 차주에게 엄청나게 화가 났을 것이다.


아니, 차를 앞에 세울거면 사이드브레이크라도 풀던가.

그리고 최소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해야 하는것 아닌가.

지하주차장에서 전자담배는 또 뭐냐. 개념 어디 간거 아니냐?


20대,30대에는 분명 지금보다 분노가 많았던 듯 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과 안하냐면서

앞차 차주분과 서로 드잡이질을 했을지도 모른다.

(분명 한마디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분노"가 많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뭐, 그럴수도 있지.

자다가 나와서 기분이 안 좋았나보지.

그래도 앞 차주가 이런 사람은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

https://www.sedaily.com/NewsView/2GSMN6MBZH/GK0122


분명 40대가 되고부터 뭔가 분노라든지, 성급함이라든지...

20대에 비해 확연히 줄어드는 것 같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지나온 세월동안 보다 더 성숙해졌을까?

아니면 출근이 급해서 이 사람과 다툴 시간이 없었을까?

아니면 아까 50대 아저씨가 무서워서 선택적 분노를 했던 것인가?

(그런데 아까 50대 아저씨는 배나온 땅딸보 아저씨이긴 했다. 이건 가능성이 낮다.)


그러다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40대가 되면서 내가 쏟을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이

20대, 30대의 에너지보다 점차 줄어든 것은 아닐까?


분노는 내 에너지의 상당부분을 사용한다.

분노 이후에 내 마음을 진정시키는데도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어느샌가 이게 중요한 일인지, 아닌지에 대해

에너지를 쓸지 말지 고민을 하게 되었고,


별로 큰 일이 아닌데, 굳이 이런 일에 분노를 하여 나의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맞는 것 같다.


인생에서 우선 순위가 있고

나에게는 정해진 에너지가 있다.


그리고 40대인 나에게

그 에너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신체의 노화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50대가 되면 더욱 더 지금같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분노보다는 여유로움이 나에게 좀더 필요한 것일게다.


(생각해보니, 50대, 6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분노가 1순위인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다른 더 중요한 일에 쏟을 에너지가 고갈되어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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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Klara Kulik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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