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슬픈 말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내겐 실패였다.
신기루처럼 멀리 아른거리는 성공을 바라는 삶은 현실을 실패로 만들고, 이상을 성공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신기루를 버리기로 했다.
"오늘은 실패하자."
"부딪혀보자. 실패해도 괜찮다."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실패가 두려워 차라리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그 두려움이 입을 열어 핑계를 만들고, 그 핑계는 어느 순간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기술로 자라난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그 핑계가 더 이상 '핑계'가 아니라, 내 삶의 ‘사실’처럼 굳어버렸음을. 그때 밀려오는 쓴맛 같은 불쾌감. 어쩌면 그것은 “이게 아니야”라고 속삭이는 작은 은총일지도 모른다.
핑계는 삶을 움츠러들게 한다. 나를 작게 만들고, 어깨 위에 부정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래서 내가 먼저 선택하기로 했다. 오늘은 실패하는 날이라고, 마음껏 편안히 실패하는 날이라고. ‘실패하기로 선택했다’는 것은 곧, 내 이상을 잠시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나와 함께 걷기로 했다는 뜻이다.
오늘은 아무것도 꾸미지 않기로 했다.
성공하려 애쓰지도,
잘해보려 허덕이지도,
무언가인 척하지도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자, 신기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똑같은 일상 속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풍랑 위에 서 있으면서도 마음이 자유로워졌다. 누군가 '잠잠해져라!' 하고 말해준 것처럼, 내 안의 요동이 잦아들었다. 성공을 욕심낼 때보다 훨씬 가볍고, 훨씬 솔직했다. 그리고 그런 내가 참 좋았다.
그 덕분에 나는 내 하루를, 내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때, 나는 새로운 친구와의 동행을 비로소 시작한 듯했다.
실패.
내 새로운 베스트프랜드, '실패'와 우정을 나누기 시작했다. 실패는 내 친구가 되었다. 숨 쉬듯 반복되고, 늘 나와 함께 있는 존재. 실패와 함께라면, 나는 더 멀리, 더 깊이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언젠가는 이 실패의 다짐들이 모이고 또 모여, 오늘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아내는 내가, 그 자체로 충분히 단단하고 빛나는 존재가 되어 있을 것 같은 희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희망은 단순한 기대를 넘어, 열매를 맺어가고 있었다. 이미 충분히 단단하고 빛나는 존재였던 나의 모습을 하나씩 찾아내는, 그 기적의 순간들이 하나씩 내 길 위에 보여지기 시작했다. 그 전의 나와는 다른 단단한 힘이 내 피에 흐르기 시작한 느낌이, 조심스럽고도 따뜻하게 내 온몸을 채웠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하루를 살아낸 오늘의 걸음이, 내일의 나를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솔직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런 나로 하루를 채운다.
참 다행이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이제 나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