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불안해도 괜찮아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

by 메리힐데
Sana inquietudine, 건강한 불안



이탈리아어 inquietudine는 ‘불안’으로 번역되지만, 때로는 ‘조바심’에 가깝다. 나는 오랫동안 행복하고 굳건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불안을 없애야 한다고 믿었다. 나의 소명을 이루며 참된 삶을 산다면, 언젠가는 불안이 사라질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불안이 없을 때는 잘 걷고 있다고 확신했고, 불안이 밀려올 때면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 몰라 조급함에 빠져들곤 했다.


파도가 잔잔할 때는 바다의 주인인 듯 으스대다가도, 불안의 파도가 몰려오면 숨조차 가쁘게 쉬며 바닷물에 잠기는 나약한 존재였다.


최근 나는 무기력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어떻게든 벗어나려 발버둥 쳤지만, 매일 밤 ‘내일은 다르게 살아보자’ 다짐했던 나는, 다음 날 아침이면 어제와 같은 모습, 아니 그보다 더 초라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실망은 또다시 무기력을 깊게 만들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여느 때처럼 길을 걷다 한 문장이 내 마음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롭게, 확실하게 꽂힌 이 문장은 나의 마음 깊이 새겨졌다. 그렇게 나는 불안을 없애는 대신, 불안을 안고 터널을 걸어가고 싶어졌다. 이겨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불안이 삶에서 결코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파도는 잠시 잦아들 수 있지만, 반드시 다시 온다. 그것이 바다의 본질이다.


이 파도가 싫다면 나는 잔잔한 호수로 가야 한다. 하지만 내 마음은 알고 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우물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바다임을.


두렵다. 나는 또다시 좌절할 것이고,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 앞에서 한없이 작아질 것이다. 그러나 망망대해 한가운데 있는 나는, 아무리 달아나도 파도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면으로 마주 보아야 한다. 파도는 장애물이 아니라,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늘 함께할 하나의 요소이기 때문이다.


저 멀리 파도가 보인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파도가 밀려오는 순간, 그대로 잠수해 파도 밑을 지나쳐 나아간다. 그렇게 파도를 뚫고 파도 너머로 헤엄쳐 나아가본다.


피하지 않으면서도 파도로부터 휩쓸리지 않는 방법은 단 하나, 잠시 숨을 참고 파도 밑으로 들어가 그것을 그대로 뚫고 나아가는 것이다.


나는 불안하다. 동요한다. 조바심도 난다. 그러나 그 불안은 나를 젊게 하고, 나를 움직인다. 그래서 이 불안을 안고 나의 여정을 계속한다. 불안이 사라져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품은 채 그 속을 지나갈 때 비로소 해방과 자유가 찾아온다.


그래서 나는 inquietudine(불안) 앞에 sana(건강한)를 붙인다. 건강한 불안. 그것과 함께 남은 삶을 살기로 한다. 우물 같은 안온함이 아니라, 불안과 조바심이 숨 쉬는 바다에서, 부지런히 헤엄치기로 한다.


저 앞에 또 다른 파도가 보인다. 숨을 고른다. '쓰읍'하고 깊은숨을 들이쉰다. 이제 파도 속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건강한 불안을 안고, 세상을 헤엄칠 시간이다.


불안해도 괜찮아요. 잘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실패해도 괜찮아요.

도망가고 싶어도 괜찮아요. 울고 싶어도 괜찮아요. 그만두고 싶어도 괜찮아요.

아주 아주 건강한 거예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

괜찮아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요.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풍랑이 부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무섭고 두려워요. 도망치고 싶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우리를 집어삼킬 것만 같은 이 두려움도 결국 잔잔해질 거예요.

이 또한 모두, 지나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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