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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May 06. 2019

심경을 다 알 수 있을까?

남겨질 것들에 대한 불안감

출처: Pexels

일요일, 느긋하게 늦잠을 자다 11시가 될 무렵 꾸역꾸역 일어난다.


반쯤 감긴 눈으로 아침 겸 점심을 준비한다.


의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잠시 망설이다 결국 전화를 받는다.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입원한 환자는 장폐색으로 수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의사는 수술을 권유해보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환자는 거부한다.


휴일도 반납하고 응급실로 달려가 환자를 설득하기 위해 만난다.


출처: Pexels

“마취만 해도 나는 죽을 겁니다.”


소란 아닌 소란을 피우며 의사의 계속되는 설득에도 환자는 수술을 거부한다.


치료를 거부할 생각이면 왜 병원에 왔나?라는 생각도 든다.


이유인즉 1남 1녀의 자녀가 있었으나 질병으로 모두 사망했었다고 한다.


그중 아들은 수술을 위해 전신마취 후 깨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아들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컸을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트라우마로 남아 오랜 기간 악몽에 시달렸을 것이다.  


기존 진료기록을 찾아 남동생에게 전화한다. 사정을 설명하고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를 설득해달라는 부탁을 했지만, 반응은 시큰둥하다.


“본인이 안 하겠다는데 난들 뭘 어쩌겠소?” 다급함도 긴장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가족이지 않으냐?, 치료하면 나을 수 있다고 희망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설득 한 번쯤은 해줄 수 있지 않으냐?, 당장이라도 달려와서 환자를 봐야 하지 않느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다른 보호자를 찾아 연락을 취해본다.


다행히 여동생은 협조적이다. 환자와 통화하여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한참이나 설득을 했다.   


“내가 잘못되면 집에 물품들을 정리하고...” 유언하고 계신다. 전혀 들을 생각은 없다. 하고 싶은 말씀만 하신다.


통화를 끝낸 후에도 기어코 집에 가셔서 정리도 하고 입원 준비도 해서 와야겠다고 떼를 쓰신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우려하여 나는 의사에게 사정해본다.


할머니의 집에 동행해 짐을 챙겨 들고 다시 응급실로 복귀했다.  


“이제 수술 잘 받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왔다.   


이미 오후 3시가 넘어 버렸다. 그렇게 아침 식사는 건너뛰고 점심을 3시가 넘어서야 먹는다.


다음 날 할머니의 이름을 찾아보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설마 수술이 잘못되었나? 설마 사망하신 건가?


환자의 기록을 검색해본다.

‘입원 거부’, ‘자의 퇴원’


결국 할머니는 수술을 거부하고 퇴원하게 된 것이다.  


수술을 받지 않을 시 위험성에 대해 의사는 수차례 안내하였으나 전혀 들을 생각이 없다.


입원을 거부하는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고 수술받게 할 수도 없다.  


이렇게 기운 빠질 수도 있을까? 온종일 뭘 한 걸까?


지지하고, 설득하고 부탁도 해보고 때론 지시도 해보지만, 모두가 다 협조적으로 따라와 주지는 않는다. 이런 과정에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설득에 무한정 시간을 소비할 수도 없다. 이미 도움이 필요한 환자는 너무 많다.


방향을 정하고 따라와 달라는 것은 내 욕심일지 모른다.

무엇이 더 나은 결정인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보편적으로', '보통은'이라는 말을 써가며 설득이 아닌 강요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민센터에 할머니의 입원 경위와 퇴원 경위에 대해 안내하고 가정방문과 수술에 대한 설득을 의뢰하고 보호자에게도 다시 설득을 부탁해본다.


언제 다시 입원하게 될까?, 무슨 일은 없을까?


의사에게는 치료를 거부하는 비협조적인 환자로 기억될 것이다. 다시 보고 싶지 않은 환자로 기억될지 모른다.


다시 입원하게 된다면 치료를 잘 받겠노라고 의사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 무슨 코미디인가 싶지만, 입원을 하고도 선뜻 수술을 결정하지 못하는 환자는 많다.


수술에 대한 불안감, 가족들에게 남겨질 어려움, 경제적인 어려움 등 이유도 다양하다.


결정은 스스로의 몫이지만 관심은 우리들의 몫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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