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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l 14. 2022

찜질방 계란 라면은 진리다

마스크를 껴도 찜질방은 가고 싶어

 “오늘은 어디서 자냐?”

  친구가 질문하면 난 이렇게 답했다.

  “찜질방 가려고~”

  돈도 없는 것도 아닌 사람이 굳이 찜질방을 가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단다. 그렇게 친구의 말에도 굳이 노량진까지 가서 단골 찜질방을 가는 나는 좀 독특한 것인가? 잠시 ‘국밥충’의 대사를 떠올린다.  

    

  “뭐하러 비싼 돈 주고 숙소를 잡냐? 목욕비에 천 원 보태서 사우나도 하고, 적당한 온도에 배고프면 라면에 식혜에 졸리면 잠자고 씻고 나오는 찜질방이 있는데~”     


  입사하고 친구를 만나러 오면 꼭 노량진에서 모둠회에 낮술을 하고, 숙소는 장승배기역 근처 찜질방에서 잠을 잤다. 공무원 수험 생활을 시작하면서 단골로 이용하던 목욕탕이기도 했고, 적당한 가격에 이런 시설을 찾기도 어려워서 지금도 찾는 중이다. 그리고 신기하게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서도 찜질방 바닥에 자리 잡고 누워있으면 스르르 잠이 들었다. 


  참고로 난 5년 넘게 불면증에 시달리는 중이다. 약을 처방받아먹지 않고서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인데, 찜질방은 예외였다. 물론 근처 찜질방도 검색하고 다녀봤지만, 애착 인형처럼 이곳이 아니면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덕분에 난 금요일 밤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서 밀렸던 잠을 자고 내려가는 일이 한 달에 한 번은 꼭 있었다.      


  찜질방에는 참 많은 것들이 있다. 일단 사우나를 좋아하는 나는 땀을 쭉 빼는 것도 자유였고,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누워서 자다가 배고프면 아무 때나 먹을 것을 사 먹었다. 메뉴도 다양하다. 구운 계란, 컵라면, 계란 라면, 만두, 오징어, 식혜 등. 그러다 먹고 누워서 눈을 뜨면 아침이었다. 또 몸이 뻐근하다 싶으면 안마기를 사용해서 몸도 풀고, 막판에 깔끔하게 씻고 나오면 다시 평범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졌다. 2020년 1월을 마지막으로 친구와 술 한잔하면서 누렸던 찜질방 코스가 2년 넘게 미뤄진 것이다.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다. 그리고 그러한 일상의 변화는 사람을 만나는 방법과 소소하게 누렸던 일상을 변화시켰다. 되도록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만나더라도 사람들이 적은 곳에서 당일로 다녀오는 것만 일정으로 잡았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숙소를 잡아 격리하듯 살았다.  

   

  그리고 2022년 여름이 돼서야 나는 찜질방에 다시 들어갔다. 역시나 큰 변화라면 마스크를 끼고 목욕탕에 들어가고, 찜질방 내부에서도 같았다. 그리고 사람이 너무 없었다. 또 24시간 운영하던 매점도 저녁 9시면 문을 닫는 것 같았다. 한적한 찜질방에서 묘한 쓸쓸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식당도 당분간 문을 안 열어서 급하게 계란 라면을 시켰다. 김치와 단무지 하나뿐인 라면인데, 왜 이렇게 맛있는지? 찜질방 마스코트인 물통에서 식혜를 마시면서 국물까지 다 비웠다.      


  사실 나는 소소한 것들을 찾아가는 중이다. 상담을 통해 받은 미션이기도 했고, 그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몇 개월의 침묵 속에서 얻은 결론이다. 과거에 내 삶에서 큰 것을 바라고 욕심을 낸 것이 많았지 않나? 자신에게 가혹한 잣대로 구속하지 않았나? 그 결과가 이런 상황으로 날 내몰았던 것은 아닌지. 격하게 고민하다가 최근 들어서 실마리를 풀어가는 중이다. 부정적이던 내 생각에서 일단 작은 일상의 행복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 시작이 영화를 보거나, 이렇게 찜질방을 가보는 것이다. 

  거창하게 여행을 가는 것도 해보았지만, 오히려 그런 큰 계획보다는 전에 하고 싶었던 것을 찾아서 해보는 것이 더 마음이 따뜻하다. 비록 마스크를 끼고, 전처럼 활기찬 찜질방은 아니지만, 코로나 시국에 잘 버텨준 찜질방에 새삼 고맙다. 다시금 약이 없이 푹 잘 수 있게 해 준 하룻밤을 나에게 선물해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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