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침대에 눕는다

좀 더 낮은 위치에서 누군가를 바라보면

by 이춘노

발이 공중에 뜬다. 꼼지락거리는 발가락이 허공에 어색해서 고개를 돌려 자연스럽게 새우잠 자세로 병실 침대 난간을 만진다. 보호자 침상은 177cm의 성인이 똑바로 눕기에는 너무 좁다. 벽과 환자 침상 사이에 보조로 있다 보니 공간도 좁은데, 병원 바닥에 바퀴 하나만큼만 뜬 상태로 누워있어 보니 오히려 바닥이 더 친숙하다.

병문안하는 사람이나 의사와 간호사가 가까이 오면 환자는 누워있어도 보호자는 일단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그게 간이침대의 운명이고 보호자의 자세다. 가끔은 의자가 되고 간혹 바닥에 두기 어려운 짐이 있으면 일단 간이침대에 놓는다. 스펀지 쿠션이 전부인 침상이 견디기에 무겁지는 않을지 모르겠지만, 환자가 중요하지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는다.


새우잠이 힘들어서 등을 펴고 병실에 천장을 바라보니 참 높다. 너무 바닥에만 있어서 높았나 보다. 일어나 손을 쭉 올리고 뛰면 닿을 거 같은데, 잠이 오다가 말다가 이번엔 벽면 무늬를 세어본다. 보통은 하얀색에 무늬가 없는데, 세세하게 무늬가 있다. 무슨 의도로 이러한 모양을 만들었을지. 생각하다가 손가락을 대고 그려본다. 별 의미 없는 짓이라고 생각해서 스마트폰으로 친구들이 뭐 하는지 문자를 써보는데, 바쁜지 글을 읽지 않는다.


다시 발이 허전하다. 꼭 이불을 덮지 않아서 허전한 것처럼 발이 공중에 뜬 상태가 거슬려서 다시금 새우 자세로 바꾼다. 옆에 소변줄에서 노란 액체가 한 방울씩 떨어진다. 소변 주머니가 제법 차고 있는데, 저녁 먹고는 소변량 체크도 하려면 비워야 했다. 저번에도 까먹고 있었다가 친절한 단발머리 간호사가 대신해주고 갔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못 했다. 다시 만나서 인사를 하려면 시간대가 바뀌어서 또 그마저도 까먹을 거 같다.


뚝뚝 떨어지는 걸 눈으로 세다 보니 스르르 잠이 든다. 그리고 꿈을 꾼다. 내가 어딘가를 마구 뛰어가고 있었는데, 쫓기는 것인지? 뭔가를 찾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뛰다가 무지하게 높은 곳에서 아슬아슬 걷다가 허공에 헛발질하고는 그대로 떨어진다. 몸이 찌릿하고 부르르 떨더니 꿈이다. 다행히 구석이라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시 발이 허하다. 아마도 이 불편한 자세가 그런 꿈을 꾸게 한 것 같았는데, 환자 침대 난간에 아버지 손이 보인다. 투박하지만, 정갈한 손. 까무잡잡한 굳은살이 곱게는 살았을 거 같지 않았을 인상을 주는 깡마른 손등에는 주삿바늘이 반창고와 함께 붙어있다.


무심코 아버지 손가락을 건드려본다. 태어나서 아버지 손을 그렇게 볼 기회도 없었지만, 그곳에서는 가능한 위치다. 내가 손금을 볼 줄 알았다면 진짜 아버지 인생과 손금이 맞는지 하나하나 대조하면서 검증을 했을 건데, 나는 아쉽게도 손금을 못 본다. 다만 나의 아버지가 내가 기억하는 선에서는 참 열심히 사셨고, 나보다 아버지를 오래 봐온 할머니가 이야기해주시기로도 그랬고, 주변에 사람들의 평판에 야박한 말들은 없었다.

그런 아버지였기에 나는 우리 아버지를 보내기 싫었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허공에 붕 떠 있는 발을 꼼지락거리면서도 병원에 누워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나를 떠나실 두 분이지만 나는 아직 그럴 준비가 영원히 안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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