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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이 Apr 01. 2020

compassion fatigue

병원 이야기

무서운 꿈을 꿨다.
잠에서 깨어서도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잠시 헷갈렸다.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꿈이었다.
비상벨을 눌렀지만 아무도 나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

그 공간이 너무 숨 막혔고 그 안의 누군가가 나를 해할 것 같은 공포감이 엄습해오는 꿈이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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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우리 병원에 온 건 직장 퇴근 후 벌어진 사고 때문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퇴근 후 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사무실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의 운명을 바꿀 사고가 일어나리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중간 즈음 내려왔을까...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비상벨을 누르기도 전에 엘리베이터는 덜컹이다 급 하강하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의 줄이 끊어졌고 그로 인해 엘리베이터가 급 하강하는 동안 그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공중으로 급격히 떠오르며 엘리베이터의 천장에  그의 머리가 부딪혔고 강한 충격에 그의 목이 꺾였다.

그는 경추 손상을 입었다.

그가 눈을 떴을 때, 그는 그의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잔인한 퇴근길이었다.



그를 담당하는 모든 의료진들은 그의 내원 이력을 읽으며 얼굴이 어두워졌다.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모두가 참담한 심정이었다.
지병조차 없던 건강한 성인 남성이 불운의 사고로 사지가 마비됐다.



그날부터 우리 모두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망설여졌다.
불현듯 무서웠다.

그렇게 우리는 환자의 외상성 스트레스를 오롯이 느끼게 됐다.


compassion fatigue(공감 피로, 연민 피로)란 타인을 돕는 일을 하는 전문직 돌봄 제공자들이 스트레스가 높은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을 돌보면서 겪게 되는 부정적인 현상을 말한다.

환자를 돌보는 우리는 환자에게 공감하고 연민의 감정을 느끼며 환자의 아픔과 그 과정에 몰입하게 된다.

환자만큼 아프고 힘들리 없지만 환자의 고통 일부를 우리도 공감하고 느끼며 그 속에 아파했다.

그의 아픔이 우리에게도 느껴져서 우리의 마음도 아팠다.


아직도 가끔 엘리베이터를 탈 때 그 환자분이 생각난다.


받아들이기 힘든 그 사건을 경험하고도 항상 우리에게 감사해하던, 의연하고 강인했던 그분이 어딘가에 계셔도 평안하시기를, 그리고 모든 과정들을 잘 극복해 나가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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