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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남순 Jul 08. 2024

옥수수

24년 7월 8일 월요일

장마가 시작되는 첫날,  밤새 비가 내리고도 모자랐던지 아침부터 안개비가 내렸다. 안개비를 맞으며 옥수수를 심었다. 옥수수 줄기가 발그레하다. 찰지고 맛있는 강원도 옥수수가 분명하다.


옥수수는 키우기 쉬운  작물이지만 바람에 취약하다. 하늘로 키를 키우는 태생과 흙밖으로 뿌리를 드러내는 습성 때문이다.


'북 준다'는 말이 있다. 작물 뿌리 위로 흙을 덮을 때 쓰는 말이다. 대부분의 작물들은 뿌리 위에 흙을 두둑하게 덮어주었을 때 잘 자란다. 감자나 땅콩 같은 작물은 키우면서 여러 번 북을 주어야 알이 굵고 많이 달린다.


키를 높이 키우는 옥수수도 북을 두둑하게 올려 키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옥수수 뿌리는 독수리 발톱처럼 억세고 굵은 뿌리를 흙 위로 드러내어 자란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옥수수에는 북을 주지 않는다. 반대로 뿌리 주변의 흙을 긁어내어 옥수수의 성장을 돕는다.  


이것은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경험으로 전수된 방법이다. 옥수수 뿌리를 드러나게 하는 이유는 옥수수 '뿌리썩음병'과 관계있을 것 같다. 옥수수가 성장하는 6월은 장마기간으로,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지 않는 옥수수에게는 이 방법이 유효할 수 있다. 

 

옥수수를 키우는 방법은 과학이 닿지 않는 부분이다. 곡물의 가치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척박한 환경에 놓인 어떤 사람에게는 생명을 잇게 한 유용한 작물이기도 했다. 그들이 몸으로 배우고 전수된 경험이 또 나에게 전해진다. 

어떤 것들은 과학이 다 말해지지 않는 것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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