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들린 문(후편)

2020년 1월 13일 오후

by 선량한해달

혼란 속의 취임식이 끝났다. 이대리는 식을 주관하는 것이 보통이 아님을 깨닫고는 지난날을 돌이켜본다. 취임식, 퇴임식, 각종 선포식 등. 언제나 뒤에서 다 차려놓은 밥상에 발만 얹고 신랄한 평론을 하던 나 아니었던가. 귀가 달아오른다. 멘틀까지 파고드는 부끄러움이다. 정대리가 주관하는 회의와 식은 언제나 매끄러웠다. 그래서 정대리를 높이 샀다. 내가 뭐라고 알지도 못하는 남의 업무를 바라보며 심지어 평가를 했단 말인가. 자리로 돌아와 꽉 끼는 새 구두를 벗으니 새콤한 발냄새가 공기를 타고 오른다. 흡사 베트남 만두집에서 내어주는 초간장 냄새다.

구두를 신고 이렇게 긴장 속에서 뛰어다녀 본 적이 있었던가. 영업 시절 현장직들의 제복과 구두가 간혹 부러웠다. 슬리퍼에 캐주얼 차림으로 허구한 날 엑셀 속 숫자만 들여다보고 있었던 사무직 인간에게 현장의 유니폼이란 정해진 시간 일하고 훌쩍 떠날 수 있는 특권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불편한 옷을 입고, 꽉 끼는 구두를 신고 근무한다는 것은 인도법에 심히 위배되는 일이다.


'나 이거 뭐 된 거 같은데...'


잠시 망한 미래를 떠올리고 있는데 옆에서 파닥파닥 바삐 움직이는 한 마리의 사축이 성가시다. 자꾸만 눈에 걸리는 강사원이 방금 전까지 남은 취임식 자료들을 파쇄하더니 이제는 작은 식당 책자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휴대폰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모양새가 눈에 거슬린다.


"미리씨, 왜 그래요? 좀 앉지. 나 죽겠..."

"아, 넵. 총 다섯 분이시라고요? 한 팀이 굴국밥집으로 따로 가시는 건가요?"

영문모를 전화에 이대리의 충고는 가볍게 무시당하고 만다. 강사원은 굴국밥집에 전화를 걸어 다섯 자리를 예약하더니 이대리 옆에 버쩍 선다.


'!?'


"뭐, ...뭐요?"

"따로 가시게요?"

"뭘? 어딜? 뭐 또 가야 돼?"


이대리는 풀어버린 넥타이를 왼손으로 주섬주섬 챙기며 불안에 가득 찬 얼굴로 강사원을 바라본다. 강사원은 다 포기한 듯한 얼굴로 건조하게 한 마디를 던진다.


"식이 끝났으니 식후연 가셔야죠."

"식후연..."

그냥 점심 먹으러 간다고 하면 될 것이지 거창하게 식후연은 무슨 식후연인가 싶어 코웃음을 치는 이대리다. 피식 고개를 숙이고는 굽은 등으로 건달처럼 손사래를 두어 번 친다.


"알았어, 알았어요. 갈 테니까. 먼저 가요. 어디야?"

"정확히 10분 후에 저희 둘 동시에 들어오라십니다."


"여기가, 여기가 말입니다? 그 유명한 이로운이, 이과장입니다. 회사에 아주 그냥 이롭단 말이죠. 대한민국 국토 교통에 빠질 수 없는 스페셜리스트 아니겠습니까. 이과장 하나 빼올라고 제가 어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릅니다. 영업처에서 안 준다고오 안 준다고오 그러는 거 데려오려고 삼고초려했다는 거 아니겠슴까. 여기서 수요 볼 줄 아는 사람, 우리 이과장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 옆이 우리 능력자 미리씨. 공사에서부터 경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거 아닙니까. 이직하면서 경력 산정이 안돼서 그렇습니다만, 여기도 뭐 대리급이고요..."


눈이 벌개져 사방에 침을 튀기며 이로운 대리와 강미리 사원을 홍보하는 송과장이다. 상석과 말석을 오가며 홍보하는 모양새가 흡사 경매꾼이다. 이대리는 '응'이 빠진 깔끔한 송과장의 발화를 처음 본다. 이제 보니 그 기분 나쁜 '응'은 사람을 가리는 모양이다. 식당 입구에서부터 지배인과 강사원의 대화를 따라갈 수 없었던 이대리다. 별실은 뭐고, 코트룸은 또 무어란 말인가. 옆 방 상황은 왜 따지며, 굳이 동시에 입장해야만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스트레스가 한계치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별실에 들어선 순간 이대리의 본능은 모든 것을 파악했다. 이 식사 자리는 사장과 비서실, 전략처만의 비밀 카르텔이다. 전략처의 두 실무자가 동시에 조금 늦게 등장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 타이밍으로 인해 송과장이 화살 같은 멘트를 몰아칠 수 있었다. 아마도 이 시점에서 사장이 아는 과장급 이하의 직원은 비서실을 제외하면 이대리와 강사원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머리에 최초로 입력된 두 어린 직원의 이름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고생들 했어요. 앉지."


장황한 소개가 끝나고 두 직원이 좌식 테이블의 양 끝에 가서 앉는다. 이대리는 순간 어디에 앉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누가 봐도 빈자리는 양끝의 두 자리밖에 없었다. 강사원이 먼저 움직여 자리를 잡자 자연스럽게 갈 곳이 정해졌던 것이다. 저 멀리 사장 양옆에 처장님과 비서실장이 앉은 것이 보인다. 소곤소곤 대화하는 통에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는다. 그저 사장이 웃으면 따라 웃고 처장이 웃으면 따라 웃는다. 가끔 실장이 웃으면 맞은편 강사원과 비서실의 눈치를 보고 앉아있을 뿐이다.


강사원은 능숙하게 끝자리의 소임을 해내고 있다. 메뉴의 이동과 음료의 주문, 냉장고 안의 주류 확인까지. 모든 것을 체크하기 편한 위치에 정확히 앉아있다. 이대리는 같은 끝자리라도 저 자리에 앉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사장과 가까워지기 위해 고개를 쭈욱 빼고 귀를 한껏 열어둔다. 그 옆의 송과장도 마찬가지다. 상석과 말석 사이는 모두 비서실 사람이다. 이대리는 사장의 바로 옆에 앉아 홀로 고군분투하는 처장님이 안쓰럽다.

그래도 이런 자리에서 직제 서열이라는 것을 직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꽤나 큰 만족감이 든다. 영업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무언가가 시야에 잡히고 있음을 느낀다. 그 망나니 최유빈이도 전사장과 마주 보며 이 자리에 앉았을 것이다. 단지 전략처였기 때문에. 내가 지난 수년간 그러지 못했던 것은 단지 영업처였기 때문에. 꽉 막혔던 무언가가 기도를 뚫고 올라온다. 나도 이제 조금씩 위로, 위로 간다. 앞으로는 이 직제 우위 부서에서 더욱 위로 갈 것이다. 수월하게 가고 말 것이다. 그래, 우선은 과장부터다.


"들리냐? 응?"

"아뇨."

"근데, 응? 뭘 그리 끄덕여? 응?"


잡생각으로 인한 세찬 끄덕임을 들켜버렸다. 이런 것은 기가 막히게 캐치하는 송과장이다. 이상한 부분에서 예민한 사람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버텨야 할까. 그리고 얼마나 더 자주 이런 일들이 있을까. 그때마다 이런 곤혹스러운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것인가. 맞은편 말석에서 쉼 없이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강사원을 보며 저 사람이 없는 날에는 어쩌면 좋을지 고민도 해가면서 그저 자리를 채우기 위한 말판 위의 말이 된 기분으로 시간을 때워간다.


"그럼 우리 송과장님이 곧 차장 되시겠네."


갑작스레 이쪽으로 날아든 사장의 말줄기를 따라 긴장감이 달린다.


"아? 아, 예예 그러믄요. 예, 감사하게도요."


역시 과장이다. 조금 당황했지만 잘 받아쳤다. 대화의 흐름을 전혀 알 수 없는 끝자리에서 대화를 섞는 스킬이 보통이 아니다. 나였으면 어땠을까? 이대리는 송과장의 기지에 경탄하며 크게 끄덕하고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때였다.


"하철이는 잘 있고?"


분명 어디론가 날아든 말이다. 사장이 던진 의미 있는 말이다. 중요한 말이다. 그 말은 전략처장과 비서실장과 비서실 사람들을 그대로 통과해버렸다. 그 어떠한 낚싯대에도 걸리지 않고 전략처 실무진들에게까지 날아들어버렸다.


"하... 철... 하... 하철...?"

물음표로 가득한 이대리가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가 고개를 든다. 옆자리 송과장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뜻밖에도 강사원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상석의 처장님도 강사원을 바라보고 있다. 강처장과 송과장 사이에 앉은 비서실 사람들도 두리번거리다 이윽고 강사원을 향해 멈춘 두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다.


'이, 이게... 뭐지?'


강처장과 한 번 눈을 마주친 강사원은 알았다는 듯 눈을 한 번 깊게 깜빡이더니 또렷한 목소리로 응답한다.


"소장님께는 안부 인사만 여쭙고 있습니다."

"윤성남이는?"

"처장님과는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음, 그래."


어색해진 공기 속에서 모두의 시선이 공중을 맴돌자 여기저기서 헛기침과 불규칙한 숨소리가 터져 나온다. 송과장은 애써 만든 화기애애한 자리에 초를 치는 사장이, 처장이, 강사원이 밉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대리가 두 눈을 꿈뻑이는 꼴을 보니 복장이 터진다.


'꿀꺽'


사장이 들이켜는 한 모금의 물이 식도를 타고 흐르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자 모두의 시선이 다시 사장에게로 향한다.

"아아, 내가 공사 시절에 여기 우리 강처장이랑 저기 강대리랑 티에프를 했었거든. 별 시답잖은 일 하다가 된통 당했잖아. 안 그래? 강처장. 하하하!"

"맞습니다. 말이 아니었습죠. 하하하!"


'아?!'


"하...하하....하하하!"


이번에는 타이밍 맞게 잘 받아쳤다. 이대리는 송과장에게 두 눈을 찡긋하며 사장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맞춰 시원한 웃음을 연기한다. 송과장도 잘했다는 듯이 이대리의 어깨를 툭 치며 제법 귀엽게 끼륵 웃기 시작한다. 별실에 웃음소리가 메아리친다. 소리가 점점 정체모를 괴물의 아우성처럼 변질되어 듣기에 부담스럽다. 잠시 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다시 공기를 덮는다. 잘 넘어갔다 싶어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본 이대리는 굳은 입을 열지 않고 희미한 미소만 짓고 있는 강사원을 보았다.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소름 끼치는 모습이다.


'저 사람, 저런 얼굴이었던가?'


언젠가 최사원도 느꼈던 위화감이다. 강사원은 간혹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은 얼굴이 되곤 한다.


"아, 강대리님이셨구나. 경력 재산정해야겠네."

"어머, 미리님이 공사에 있었다던 그분이시구나."


비서실의 오지랖에 움츠러드는 이대리다. 강사원이 공사 출신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시절에 이미 대리였는 줄은 몰랐다. 이제는 저 사람도 경쟁자다. 과장 달러 온 전략처에 숨은 대리가 있었다. 경력 재산정이라는 비서실의 농담이 이대리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하게 와닿는다. 한순간에 주인공이 된 강사원 앞에서 어깨가 점점 더 앞으로 굽는다. 빨리 이 시간이 지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제 일어들나지."

"약주하셨으니 비상문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비서실장에 앞서 에스코트를 따낸 강처장이다. 말과 행동이 빠르고 자연스러워 아무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사장이 급히 일어서 자리를 뜨자 비서실장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아차 했다는 듯 오묘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마주 앉은 강처장을 똑바로 쳐다본다.


"거, 상도가 없네, 강짱돌이."

"비서실은 정문으로 드가야지 안글나?"


사장이 일어서자 비서실이 뒤늦게 우르르 따라나선다.


"차장님, 핸드폰요."

"대리님 목도리."


강사원은 급히 일어서는 비서실의 유실물을 매의 눈으로 포착해 주인을 찾아주고는 이대리와 함께 곧장 식당을 나선다.


"미리씨, 계산은?"

"아까 마지막 음료 수급 때 했습니다."

"어후, 미리씨, 무섭네."


살곰살곰 모든 걸 꿰뚫어 챙기는 강사원의 서늘함에 거부감이 들어 멀찌감치 떨어져 걷던 이대리는 갑자기 많은 생각이 밀려든다. 그러다가 정대리의 야근하던 모습이 뇌리를 스친다.


'아! 이래서 정대리가 맨날...'


시계를 보니 벌써 다섯 시다. 일은 밀려있고 매주 추가 근무는 쉽게 20시간을 넘긴다. 전략처가 매일같이 야근을 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이 부서의 업무는 사무실에 국한되지 않는다. 달콤했던 직제 우위의 환상에서 깨어나 일터로 향하는 이대리의 발걸음이 무겁다. 저 멀리 능숙하게 비상구 문을 향해 주차장으로 빨려 들어가는 강처장을 따라잡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자니 엄지발가락이 아려온다.


'이놈의 내성발톱!'


힐을 신고 달려 강처장과 거의 동일선상에 선 강사원이 존경스러워지는 대목이다.


'아니, 저 사람은 무슨 발목이 강철이야?'


이대리는 발가락에서 터지는 고름을 느끼며 달리기로 결심한다. 오늘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한 스스로를 구할 마지막 기회다. 비상문이라도 잡자. 주차장 입구에 들어서니 한 편에 모여서 미동도 않는 사장과 강처장과 강사원이 보인다.


"이상하네, 분명히 여기 어디..."


나이스 사장님, 본의는 아니겠지만 시간을 벌어주고 계신다. 당황한 저 모습이야말로 사람 위에 서는 자의 자애다. 못 본 척 쏜살같이 지나 비상문 앞에 서니 이미 도착한 송과장이 당황한 기색으로 문을 살피고 있다.


'아, 이 인간이 있었지.'


"과장님, 무슨 일..."

"야, 이대리, 이거 좀 알어? 응? 왜 이래, 이거."


온 힘을 다해 밀어봐도 꿈쩍도 않는 비상문이다.


"아이씨, 아침에도 이러더니."

"아아니, 아침부터 그랬으면 말여, 응? 관리 아저씨 불러서, 응? 손을 봐놨어야지."


가뜩이나 연발하는 응에 기분이 상하는데, 그 거인 같은 관리소장과의 새벽 실랑이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핀잔을 준다. 이대리는 함부로 입을 놀리는 눈앞의 덩어리와는 말을 섞지 않기로 한다. 당장 문을 고쳐야 한다. 혹시 안에서 잠긴 건가? 소방 점검이 있다고 했는데. 관리소장님 전화번호가 연락처에 있던가? 그때 뒤에서 그림자가 셋 드리운다.


"갑시다."


'끼이익'


문 앞을 막고 서서 휴대폰의 연락처를 뒤지고 있던 이대리 뒤로 사장이 등장하자 거짓말처럼 비상문이 저절로 열린다. 이대리는 서서히 고개를 돌려 사장을 바라보며 옆으로 비켜선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사장과 강처장이 문을 통과해 들어간다. 문을 잡은 건 송과장도 이대리도 아닌 강사원이었다. 강사원은 문을 잡고는 송과장과 이대리가 통과하길 기다린다.


"돼, 돼, 되었어. 머, 먼저 올라가 빨리. 응. 그래."


송과장은 짐짓 놀란 눈치다. 문이 닫힌다. 강사원을 먼저 보내고는 멍한 눈으로 문을 바라보던 송과장이 입을 연다.


"귀신이 아는구먼. 사장을 알어. 그놈 참."


'귀... 귀신?'


이대리는 아침부터 따라다니는 귀신 타령에 등 한쪽이 차가워짐을 느끼고는 휙 뒤를 돌아 주위를 살피더니 다시 송과장 옆에 바짝 붙어선다.


"드... 들어가시죠."

"응, 아녀. 이거 이제 안 열려."

"네?"


다급히 팔로 문을 밀치는 이대리다. 꿈쩍도 않는다. 어깨로 밀쳐봐도 무리다.


"이... 이게 왜..."

"우린 정문으로 가자고."


꺼림칙한 기분으로 중앙 엘리베이터를 타고 19층으로 복귀한 이대리는 여전히 귓가에 맴도는 비상문이 열리는 소리에 정신이 혼란스럽다.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 인사처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몰려나간다.


"어우, 뭐, 뭐예요, 다들. 아직 6시 안 되지 않았어? 인사... 일 많지 않아요?? 벌써 가? 왜? 뭔데? 회식??"


기다렸다는 듯이 이대리가 타고 온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취를 감추는 인사처다. 이대리는 인사처 사람들과 교차하며 온몸이 너덜너덜해졌다. 마치 출퇴근 길 교대역에서 몸과 마음이 털린 사람 같다. 사무실을 둘러보니 그곳에는 귀신이 뿌리고 간듯한 소름 끼치는 서리가 내려앉아있었다.


"뭐야? 분위기가 왜 이래?"


격한 하루를 보낸 이대리는 두리번거리며 사무실 동태를 파악하려 애쓴다. 그리고는 곧 서리가 내린 이유를 깨닫는다.


'클릭'


오후 여섯 시가 다 되어서야 최초로 접속한 그룹웨어에는 문제적 공문이 올라 있는 것이었다.


「 1. 전략처 4급 송보강 전략처 3급에 보함

(TF팀 겸직) (좌동)

2. 전략처 5급 이로운 전략처 4급에 보함

.

.

.

7. 감사실 6급 이지아 감사실 5급에 보함

(비서실 겸직) (겸직 해제)

.

.

.

16 감사실 6급 윤기택 의원면직

15 사회공헌처 6급 윤인혜 의원면직. 끝. 」




2020년 1월 13일 월요일 맑음


<14기 신입 단톡방(14)>


(인사 김규빈)

이네 누나 츄카해요 ₃


(사공 윤인혜)

감샤~ ₃


(인사 김규빈)

조케따 나도 데려가ㅜㅜ ₃


(재무 유미)

개부럽 ₃


(인사 김규빈)

언제 준비한거야 난 퇴근도 못하는데 싱기... ₃


(사공 윤인혜)

규비나.... 누나는 죽을 각오로 준비해써.... 한 시간도 안 자써.... ₄


(영업 최단)

누님ㅎ 축하드립니다. 저도 곧 따라갈게요. ₄


(사공 윤인혜)

모두 잘 지내요. 연락하고~ 임용이 코앞이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할 말은 아니지만 더러운 기억만 갖고 갑니다ㅋㅋㅋㅋ

여러분~ 사...사......사랑... 아니 그냥 죠아합니다 ㅋㅋ 빠이~ ₄



<TF팀 정대리> 이렇게 또 한 명

기택이가... 그래, 가야지. 나라도 힘들지. 택이도 고생했지만 이번에는 지아가 너무 보이는 희생을 해서 어쩔 수가 없지. 감사실장님도 마음고생 하시겠네.


<사공처 윤인혜> 더러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하지 않아도 됐을 경험을 했다. 채용 가뭄에 이상한 데 굴러들어 와서 인생에 오점을 남겼달까? 이제 진짜 시작이다. 찐신입은 이제부터! 내 인생 직장 경험은 이제부터다!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 거지 같은 액세스. 남는 동기들이 걱정이네. 떠나는 사람이 남는 사람 걱정하는 회사가 또 있을까, 으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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