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꺼져 새*야!"
현장에 매서운 칼화살이 꽂힌다. 최담당은 '오늘도 무사히'에 실패하고 말았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근데 이 새*가... 서울대에서 뭐, 뭐, 뭐어 배웠어?"
"저는 매뉴얼대로 행동했을 뿐입니다. 제가 만약..."
"본부장님 나앉게 생긴 거 안 보이냐?"
"..."
오늘 액세스공사에는 실종아동 보호를 위한 '코드 아담'이 발령됐다. 이에 따라 모든 출입구가 폐쇄되었고, 이 과정에서 셔터가 내려오며 근처에서 놀고 있던 어린이가 깔릴 뻔했다. 부모의 항의는 거침없이 방송국으로 향했다. 정작 실종 접수된 어린이는 키즈존에서 잘 놀고 있었던 것이 밝혀지며 온 국민이 분개했다. 가뜩이나 채용 비리로 얼룩진 사명에 덕지덕지 기름때가 낀다.
"너는 이게 지금 본부 안에서 해결될 일 같아 보이냐? 영업처에서도 못 막아. 너 하나 때문에 새*야!"
'쾅!'
"최유빈이 안 나오고 뭐해! 라운딩 나 혼자 하냐!"
준우 선배다. 사수가 성을 내며 불러내니 본부의 꼰대도 더 이상은 할 말이 없다.
"가봐 새*야..."
신위원은 최사원이 문을 나서길 기다리다 본부 안쪽 여기저기에 조용히 목례를 하고 문을 닫은 후 서서히 본부를 빠져나온다. 본부 앞 계단을 내려가며 최사원의 코트를 받아든 신위원이 운을 뗀다.
"어디 근처 카페라도 가서 잠깐 쉬어요. 뭐, 이미 터진 거..."
"..."
"본사도 난린가봐. 홍보실이 제일 바쁘고, 전략처도 바쁜가 보던데?"
"..."
이번 코드 아담은 회사 창립 이래 최초로 발령된 케이스다. 아니, 대한민국 최초일 것이다. 현장의 그 누구도 코드 아담을 실제로 겪은 적이 없다. 신입사원 교육 이후로 덮어둔 지식이 대개 그런 듯 코드 아담 역시 뇌의 구석에 희미하게 잔존하고 있는 안개 같은 지식일 뿐이었다.
"아니, 유빈씨, 난 궁금한 게, 어떻게 그걸 떠올렸대?"
"..."
"보통은 교육 끝나면 다 잊어버리지 않아요?"
"...애엄마가 워낙 당황해서 오시니까. 저도 모르게..."
"크으, 서울대는 서울대다. 난 그거 생각도 못했을 거야."
"죄송합니다."
"아냐, 다 결과적인 거지. 만약 실종된 애가 안 좋은 일 당했어봐."
"...현실은 실종된 애가 없었죠."
"에에이, 왜 그래에. 유빈씨가 운이 없었어요."
본부 앞마당까지 나와 꾸벅 인사를 하고 신위원을 떠나 근처 카페로 걷는 배가 무겁다. 제법 찐 살에 자꾸만 유니폼 허리가 접힌다. 오늘은 결단을 내리리라. 더 이상은 못 다니겠다. 내가 어느 집단에서 이렇게 병신이었던 적이 또 있었던가.
'본부장님이 정말 좌천되나? 나 때문에?'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이, 죄악감이 온몸의 비계를 감싸고돈다. 나야 떠나면 그만인 막내 사원이다. 본부장님은 이곳을 평생직장으로 삼고 수십 년을 달려온 공기업인 아닌가. 1급? 아니, 2급인가? 하, 혹시 나 때문에 감봉까지 가나? 그런 생각들로 머리가 가득한 최사원은 표정과 말투를 챙길 여유도 없이 카페 직원을 향해 퉁명스레 '아아' 한 마디를 내뱉고는 사람 없는 곳을 찾아 구석으로 구석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최가도 최간데 건물 셔터 내린 놈은 누구래?"
"거긴 본부동 관제 아닌가? 사실상 본사 아냐?"
"거, 애들 들락거리는데 셔터를 내리면 어쩌냐... 현장 감각이 그렇게들 없어서는."
"맞어, 최가 말 듣고 내린 놈도 문제여"
책임 문제를 두고 현장과 본사 사이에 팽팽한 힘 대결이 시작됐다. 그 빌미를 제공한 이가 바로 그 시간 실종 신고 접수를 하고 코드 아담 발령을 신청한 최담당인 것이다.
"그 새*, 그거 본사에서 심은 거 아냐? 엑스맨 아니냐고, 미친*."
"본사에서도 줄줄 샜다는데 뭐. 본사에서 버림받아서 여기 온 거잖냐."
신위원은 라운딩을 마치고 본부 휴게실에 들어오자마자 날아드는 비난에도 말을 섞지 않는다. 묵묵히 웃옷을 갈아입고는 태연히 믹스 커피를 한 잔 타서 얼음을 두 개 넣고 소파로 이동해 앉는다.
"형, 우리 얼린 커피 있지 않았나?"
"아, 내가 먹었지."
"형은 왜 그래, 그거 내 껀데."
"미안."
"정확히는 내 꺼랑 유빈씨 꺼니까. 퉁 치고 그만해."
"..."
기분 잡쳤다는 듯 손날을 세워 커피 마시는 신위원의 울대를 재빨리 두어 번 그은 본부의 꼰대가 인상을 구기는 신위원의 코 앞에 얼굴을 들이민다.
"그렇게 좋냐?"
"뭐."
"막, 귀여워? 사랑스러워? 막 그래?"
"아이씨, 왜 그래."
"그놈 그거 노조에서 빼."
"혀엉!"
"난 그 새* 못 믿어."
얼음이 녹아 종이컵에 스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릴 정도로 고요한 정적이다.
"명문대생들이 원래 그래, 형."
"뭐가?"
"유빈씨가 도움 청하는 거 본 적 있어요?"
"아니?"
"처음 하는 것도 자기가 혼자 하려고 하는 거야. 책임도 혼자 지려고 하고."
"...지가 뭔데?"
"그게... 문제지. 내 동기 중에도 그런 애 있었거든. 현장 아니라 다행이지, 여기 있었으면 유빈씨랑 똑같았을걸?"
"아아아아, 그래서 그 잘나신 동기님들이 책상머리 앞에서 펜대 굴리고 계시는구나아~, 그래서 회사 꼴이 이 지경이구나아~"
"..."
"어후, 와, 씨, 무서워. 이 놈 이거 째리는 거 봐라."
"나 정민이 말한 건데?"
"이게 미쳤나, 달라, 걔는 여자잖아."
"키 큰 정민이라고 생각해 봐."
"야이씨!"
"걔들도 힘들어, 형도 알잖아. 우리 회사."
"..."
다시금 정적이 찾아온 휴게실에는 파릇한 먼지들이 산소와 질소의 중간쯤 그 어딘가에 섞여들고 있다.
"그... 노조에선 어떻게 하고 있어?"
"응?"
"그... 채용비리... 진전은 좀 있어?"
"형."
"응."
"그거 덮으려고 유빈씨 일이 터진 거니까. 닥치고 있어요. 좀."
2020년 2월 7일 금요일 흐림
<홍보실 민대리> 회사를 다니는 건지, 경찰서를 다니는 건지
뭔 놈의 회사가 자고 일어나면 이 지*이야 이 지*이. 공기업이라 홍보 일 하나도 없다고 꾀어내더니 범죄자 되게 생겼네. 미친*들. 이거 진짜 경력직까지 싹 다 걸려드는 거 아냐? 부랴부랴 만든 회사에 알음알음으로 온 게 내가 아는 놈만 수십 명인데 이제 와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회사 실체도 없고, 공고도 없었으면서 무슨 기준으로 비리라고 떠들어들 대는 거냐고. 실종 건은 또 뭘 어떻게 쳐발라야 하나. 애 간수 지가 해야지 왜 현장에 신고를 하고 난리래. 신고 한 놈도 받은 놈도 다 문제야. 인생 스스로 꼰다는 게 뭔지 이직 한 번으로 확 깨닫는다. 내가 미쳤었지.
<중부본부 최담당> 어쩌라고
배고파서 호두 하나 까먹었다고 민원 들어와, 카페에서 다리 꼬고 있었다고 민원 들어와 뭐, 이어폰 끼고 퇴근한다고 민원 들어와... 무슨 이런 레벨 낮은 인간들이 다 있지? 아니, 자기들은 쉴 때 음악 안 듣고, 다리 안 꼬나? 배고프면 일하다가 간식 안 먹어? 하, 정말 수준 낮아서 못 해 먹겠네. 사무실이랑은 또 다르게... 더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