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가 될 뻔한 꿈 이야기

그렇지만 아니었단 이야기

by 희삐
옛 직장 동료가 그려준 우리


길몽


10시부터 2시까지는

자야 좋대


그래 오늘부터

불을 꺼야지


눈은 감기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떠든다


밤을 물은 강아지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이리 기대고 저리 기대다

드디어 꿈에 기대


돈을 잃고 쓰러져

부자가 와서 일으키려는데


강아지 꿈을 핥아

돈만 잃은 내가 남았고


잠을 묻히려 발끝까지

용써보지만


허리가 아파

더는 못 자겠네




작년에 시 쓴다고 매일 늦게 자던 버릇이 있어서 올해는 신체의 회복과 재생을 위해 가장 좋은 수면 시간인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꼭 자야지 다짐했습니다. 처음 10시에 불을 끄고 누웠을 때 늘 자정 넘어 자던 저인지라 잠이 오질 않더군요. 며칠 후에 있을 면접 준비하며 혼자 떠드는데 원래도 저녁잠을 자던 시간이어서 강아지는 숨소리도 안 내고 잘 자더라고요. 그래도 어찌어찌 잠이 들어 꿈까지 꿨는데요.

그러니까, 제가 소매치기를 당했어요. 주머니에 지갑이랑 다른 것들이 전부 털린 거죠. 그리고 충격 때문인지 쓰러집니다. 그때 멋진 재벌 청년이 차에서 내려 저를 일으켜 주려 했는데 잠이 깨버리고 맙니다.

어떻게든 꿈을 해피엔딩으로 이끌려고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더 말똥말똥해지더라고요.

그 와중에 제가 잠시 자기 몸을 쳤던지 으르렁 낮게 읊조리는 강아지가 얄밉기까지 하더군요. 하하.


10시에 잠드는 건 1월 4일 어제까지도 힘들더라고요.

습관이란 게 무서운 게 맞나 봐요. 매일 시를 인스타그램에 올려야 해서 시상이 떠오를 때까지 못 자고 새벽 4~5시에 잔 적도 있었거든요. 자정 넘기는 건 우스웠는데 밤 10시 이제 자! 한다고 잘 리가.

그래도 어제는 제 머리카락을 지긋이 깔고 자버린 강아지에 기대 빠르게 잠이 들 수 있었습니다.

강아지의 신체 어느 부분이라도 닿아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런 거 저만 느끼는 거 아니죠?

그래서 작년에는 제가 이런 시까지 썼답니다.

(개를 키우지 않는 인친님은 놀라시더라고요. 그럼 다음 주 일요일에 새로운 시와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바느질


내 발에 너의 엉덩이를 기워줘

너의 엉덩이에 내 손을 기워줄게


우린 떨어져 있어도 붙어 있게 되고

세월이 덤벼도 떨어지지 않을 거야


언제나 따스함이 느껴지도록

핫팩도 달까


어떡하지

나는 바느질을 못 하는데


혼자 고민에 빠져 있으니

너는 한숨을 뒤집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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