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밥도 많이 먹어요.
강아지 왼쪽 눈이 깜빡깜빡
다리는 쩔뚝쩔뚝
초음파로 깊이 들여다보니
비장에도 혹 하나 있단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다고
그게 다라고 했다
코스트코 피자 한 판을 들고 집에 왔을 뿐인데
오른손이 퍼진 반죽처럼 되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하루 몰아 봤다고
입술에 물집이 세워졌다
작년 나에게 물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올해 나에게 물었다
몸을 아껴 쓰라는 답이 왔다
강아지에게 물었다
우리가 늙었냐고
그러자 안 늦었다고
밥그릇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설 연휴 잘 보내셨나요?
길고 긴 연휴 동안 저는 본가에 가지 않고 강아지와 함께 서울을 지켰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밖으로 나가서 똥책을 가볍게 시키고,
식사를 한 후 넷플릭스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채웠습니다.
사이사이 점심과 간식, 저녁시간을 가진 것은 물론이며 강아지도 그에 맞게
사료 몇 알이라도 드렸어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살 더 먹었다는 것이 확 와닿았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코스트코 가서 피자 한 판(좀 많이 크지만) 들고 20분 거리의 집을 걸어왔었는데요.
물론 눈이 펑펑 오긴 했습니다. 말 그대로 '눈물 젖은 피자'였지요.
집에 와서 한 조각 먹은 후 넷플릭스를 보려는데 오른손이 말을 안 듣는 거예요.
인대가 늘어난 느낌, 축 쳐지는 게... 이게 왜 이러나 싶은 거죠.
저는 피자만 들고 왔을 뿐인데.
6kg 넘는 정삐삐도 엄청 잘 안고 다녔는데.
넷플릭스 장안의 화제작 <중증외상센터> 하루 몰아봤다고 입술에 물집 잡힌 건요...
저 작년에 시 쓴다고 새벽 3~4시에도 잤는데 한 번도 안 생겼단 말이죠.
삐삐도 지난 1월 21일에 건강검진을 받았어요. 진짜 살도 빼고 건강 지키겠다고
그 맛없는 다이어트사료를 3년 넘게 먹고 있는데 고기 잘 먹는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수치가 나온 거예요.
얼마나 억울하던지. 의사 선생님께 계속 "아니, 얘는 고기도 안 먹는다고요!"라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또 홍채위축, 관절염, 비장혹 등 여러 노령성 증상들이 있다고 했어요.
나이 많이 먹은 티를 강아지와 함께 경쟁하듯이 내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늙었어도 아파도 나는 안 울어. 아껴 쓰고 아껴 쓰고 또 아껴 쓰지 울긴 왜 울어"라고 캔디처럼 불러보며
작년에도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서 썼던 동일한 제목의 시가 있어 소개드리고 글 마칩니다.
어느새 생겨버린 손등의 멍
푸르스름한 색을 뽐내고 있다
몰래 찾아온 손님
들켜버리자
욱신욱신 고개를 들이민다
강아지 등에 돋아난 사마귀
불그스름한 색을 뽐내고 있다
더 놓친 게 있을까
구석구석 찾는데
움찔움찔 숨으려 고개를 숙인다
이 밤
상처 헤는 밤
나이 헤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