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꼬순내를 뿌려 드려요
"방역 왔습니다
자리 비켜주세요"
뽀글뽀글한 머리에
네발 달린 이가
와서 말했다
방석을 내어주니
발톱으로 몇 차례 긁고
누웠다
킁킁 냄새도 맡은 후
입맛까지 다셨다
떨어진 음식이
있나 싶어
힐끗 쳐다보니
등을 돌려 누웠다
신경 쓰지 말라는 듯이
자리를 빼앗긴 나는
하릴없이 폰을 보았다
어느새 나를 바라보고
앉은 방역원이
낑낑댔다
지갑에서
사료 몇 알 꺼내 드렸다
저희 집에는 강아지용 방석과 미니텐트가 있어요.
하지만 삐삐는 주로 이불 위에 눕거나 쿠션 위 또는 베개 위에 똬리를 틀고 누워요.
강아지 방석은 제가 뭘 먹고 있는지 감시할 때 쓰고, 미니텐트는 귀청소 하기 싫을 때 숨는 용도로 씁니다.
소파 위에 이불도 있고 쿠션도 있고 베개도 있는데 제가 소파 옆에 방석을 두고 앉아 있으면
그렇게 빼앗아 앉으러 옵니다.
방석을 발안에(?) 넣으면 자리 검열시간 즉 박박 긁는 시간을 가져요. 그리고는 눕습니다.
제가 뭐라도 흘렸을까 싶은지 냄새도 맡고 입맛도 다시고 아주 바빠요.
방석을 빼앗긴 저는 바닥에 앉아서 하던 일을 마저 합니다. 책을 읽거나 폰을 보거나...
그럼 어느 순간 삐삐가 으르르 소리를 냅니다.
눈치껏 먹을 걸 달라는 소리 같아요.
꼬순내나는 방석을 만들어 줬으니 뭐라도 주는 게 맞는 것 같아 조금 내어드립니다.
그럼 또 의기양양하게 본인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꼬순내를 맡으면 걱정 근심 사라지고 포근해지는 느낌 저만 그런 건 아니겠죠?
여기저기 꼬순내 나는 집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는 우리 집 방역원
삐삐가 있어 든든합니다.
작년에 쓴 시 중에 삐삐가 저만 쫓아다니는 걸 시로 쓴 게 있어서 공유합니다.
다음 주 일요일에 또 봬요!!
내가 움직일 때면
어김없이 찾아와
몸을 기대는 너
"졸리면 그냥 있어
언니 어디 안 가"
"아니야,
내 냄새를 묻혀놔야
어디서든 언니를 놓치지 않아"
나는 더 부지런히 쓰다듬고
너를 안고 토닥이는 데 집중한다
정수리에 코를 박고
발바닥에 코를 박고
너를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