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고서야 나를 그렇게 바라볼 리가
밤이 왔어
잠은 미뤄둔 채 핸드폰을 보는데
얼굴이 화끈해
곧 뚫릴 수도 있을 것 같아
고개를 들어보니
강아지가 바라보고 있네
눈으로 혀를 끌끌 차고 있네
제주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 엄마 있다"라고 해볼까
엄마는 자고 있겠지
서울에 있는 충견을 믿으면서
강아지들이 감정이 풍부해서 얼굴에 잘 드러나는 편이거든요. 우리 삐삐도 표정 부자예요. 어느 날은 똑같은 갈색푸들을 키우고 있는 동네 아주머니가 삐삐를 보더니 "얘는 표정이 사람 같아. 무섭다." 이러셨어요.
왜 무서운지는 모르겠지만, 표정이 사람 같은 건 인정해요.
사진은 밤늦게 잠도 안 자고 핸드폰 보고 있을 때 저를 바라보는 모습을 찍은 거예요.
한심하게 바라보는 표정인데요, 자주 보는 표정입니다.
그럴 때면 우리 엄마 같아서 무서워요. (아, 그래서 아주머니가 그랬나...)
엘리베이터 탔을 때도 저를 바라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아서 "너 왜 눈을 그렇게 떠? 예쁘게 떠"라고 자주 말하거든요. 흡사 자매들끼리 신경전을 하는 것 같죠.
예전에 자격증 공부할 때도 공부한다 싶으면 떨어져 있다가 핸드폰만 들면 와서 방해하고 그랬어요.
일요일에도 일찍 깨우는 건 어떻고요. 옛날에 엄마가 일요일에 일찍 깨워서 목욕탕 데리고 가던 때가 생각난다니까요. 이쯤 되니 엄마가 심어놓은 스파이가 아닐까 싶어요.
작년 여름에 파리올림픽이 있었잖아요? 우리나라 선수 양궁시합 보겠다고 밤늦게까지 텔레비전 볼 때 삐삐가 정말 많이 방해했는데 그때 써놓은 시가 있어서 보여드리고 글 마칠게요.
다음 주 일요일에 또 만나요!!
양궁 과녁을 기다리는데
몇 점인지 안 궁금한 얼굴이 나타나
텐텐텐
10점짜리 미모가 내 눈에 꽂히고
바람의 흐름을 읽는 고요에
필살기 헉헉 기술을 쓰는
집중력을 그러모아 화면을 보는데
더 집중해서 내 손을 핥아
모두가 얼싸안고 환호하는데
뱃속 과녁을 못 채운 개는 으르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