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착하네

(키워보세요) 착한 거 다른 집 개 줘버렸습니다!

by 희삐
짜증 나서 뒹굴다가 찍힌 사진입니다.


착한 개


여기 많이 착한 개가 있는데요

퇴근하고 문을 열면 꼬리치고 달려들지

않아요 제가 뛰어가 안을 때까지 기다리지요


원하는 것이 있으면 으르르 사자소리를 내요

발을 구르기도 하고요 귀여워서 따라 하고

싶어 져요


활기찬 아침을 위해 머리카락을 깔고 앉아요

잠 깨는데 좋아요 그래도 모른 척하면

달콤하게 침을 묻힙니다 구석구석 끈덕지게


그만 먹고 자자 하면

이불에 등을 대고 막 비벼요 짜증은 아니겠죠

설마 그냥 춤추는 거예요


착하다고 해주세요

키워보세요 하게요




지난주에는 삐삐에 대한 칭찬으로 도배를 했다면 오늘은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삐삐 귀 막아)

엘리베이터를 타면 제게 가만히 안겨있는 삐삐를 보고 "왜 이렇게 얌전하고 착해?"라는 말을 많이 하십니다.

예전에는 그냥 웃고 말았는데 요새는 한마디 덧붙여요 "키워보세요"라고요.


글쎄요, 우리 삐삐 반항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바야흐로 삐삐 턱 주변에 흰털이 조금씩 자라난 다섯 살 쯤인 것 같네요. 퇴근을 하고 집에 왔는데 나와보질 않는 거예요. 집이야 방하나 원룸인데 그럼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위치에 앉아 있거든요? 그런데 나오질 않아요. 이상해서 제가 달려가 인사하면 그때서야 꼬리를 딱딱딱 세 번 흔드는 거죠. 기분이 별로 좋지 않더군요. 뭔가 강아지의 본분에 충실하지 않은 것 같고... ^^;;


으르르 사자 소리 내면서 발도 굴러요.

먹을 걸 빨리 안 주거나 눈치 없이 혼자 뭘 먹는다 싶으면 정자세로 앉아서 "으르르" 소리를 내며

발을 구릅니다. "당장 내놓지 못할까" 이런 뉘앙스인 거죠.

그리고 사료를 더 먹고 싶은데 안 주면 나름의 몸부림으로 표현을 합니다. 사진처럼 이불에 몸을 마구 비벼요. 다른 아이들은 목욕 후나 기분 좋을 때 뒹굴뒹굴하기도 하는데 삐삐는 주로 기분 나쁠 때 저럽니다.


또 작년부터 스킬이 하나 더 늘었는데요. 원래는 제 베개를 같이 안 쓰는데 딱 1년 전부터 제 베개를 같이 쓰더군요. 그러면서 실수로 제 머리카락을 깔고 앉았는데 제가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거든요. 그때 포착한 것 같아요. 그래서 잘 때 불만이 생기면 일부러 제 머리카락을 깔고 앉습니다. 또 아침에 일어나지 않을 때도 같은 스킬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아침에는 단계가 있어요.


1. 으르르 소리를 낸다

2. 이이잉 하이톤으로 보채본다

3. 머리카락을 깔고 앉는다


이 단계까지 제가 버틴다? 그러면 바로 핥기 기술 들어갑니다. 얼굴이며 손이며 다 핥는 거죠.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계속 핥아요. 자동급식기에 밥이 있는데도 제가 깨지 않으면 먹지 않겠단 식입니다.

왜 그러는지 이유 좀 물어봐 주실 분 찾습니다.


오늘은 계속 일러바치기네요. 3부까지 칭찬하던 지난주와 사뭇 다릅니다만 언제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말괄량이 삐삐인 점은 같습니다. (갑자기 훈훈한 마무리) 작년에도 제 머리카락을 깔고 앉았던 이야기를 적은 시가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다음 주 일요일에 봬요!!




이 밤을 까먹고 싶어


모두가 잠든 밤

한 마리 배고픈 곰은


이부자리 언저리를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기 바쁘다


운이 좋아 마늘과 쑥 없이도

인간으로 태어난 누이는

그만 잤으면 하고


약이 오른 곰은 누이 얼굴 옆으로

바짝 발걸음을 내디딘다


곰의 다리가 본인 다리보다 예쁘다고

지켜보던 누이가 눈을 끔뻑이고


배회를 마친 곰은 누이의 머리카락을

방석 삼아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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