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은 <삐삐학>
왜 그렇게 보니
많이 먹었잖아
자 베개 줄게
코 자
왜 또
자 베개 줄게
계속 봐줘야 돼
응 예쁘다 예뻐
왜 안 먹는 거야
배가 고플 텐데
아 똥 마려워
가자
갈게
좀 기다려줘
언니 이거하고
응 다했다 가자
누군가와 함께 오래 지내면 그만큼 서로에 대한 특성을 알게 되고 잘 통하게 되잖아요? 저랑 삐삐도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에는 왜 그런지 몰라 허둥지둥 대던 것들이 이제는 바로 그에 필요한 행동으로 옮겨진답니다.
삐삐가 다른 강아지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씀드렸죠? 가끔 강아지를 마주치면 코에 물들어 갔을 때처럼 반응할 때가 있어요. 처음에는 걱정돼서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감기 같다고 약을 처방받아 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조금 더 지켜보니까 지나가던 강아지가 무섭게 느껴지면 긴장해서 하는 행동이더라고요.
요즘은 그런 반응을 보이면 다른 강아지와 거리를 두게 하고 괜찮다고 계속 쓰다듬어 줍니다.
그럼 바로 진정이 돼요.
식욕이 좋아서 밥만 주면 마구 먹어야 하는데 어느 날은 가만히 있는 거예요. 아시죠? 강아지는 활력과 식욕이 건강의 척도잖아요. 걱정이 되어서 지켜보다가 병원에 가야겠다 했는데 밖에 나왔더니 응아를 한 무더기 하더라요. 아, 응아가 나올까 봐 먹지 않았구나 싶은 거죠. 나름 생리현상을 참고 있었던 거예요. 집에서는 응아를 절대 하지 않는 아이기 때문에 스스로 조절을 하는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밥을 안 먹는다 싶으면 바로 나가서 볼일을 보게 합니다.
예전에는 제가 화장실에 가 있으면 화장실 문 앞에서 기다리던 삐삐였는데 요즘에는 급한 용무가 있을 때만 화장실 문 앞에서 기다립니다. 예를 들어 밥과 약을 다 먹어 칭찬과 리필을 받고 싶다던지, 쉬야가 매우 급하다던지 그런 이유가 있어야 문 앞까지 와 있어요. 문을 열었는데 삐삐가 까꿍하고 있다? 그럼 빠르게 행동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맹수의 앞발로 주변 사물을 쳐대기 시작합니다. 빨리빨리 하라고 재촉하는 거죠.
제가 삐삐학 공부하면서 날로 느는 기술이 적절한 타이밍에 베개 대령하기입니다. 시의적절함과 각도 적절함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매우 주의집중이 필요한 기술입니다. 제가 핸드폰을 보고 있거나 책을 보고 있을 때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어요. (밥을 더 달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베개를 대령해 봅니다. 흡족한 듯 턱을 대고 누우세요 삐삐님이. 그러면 안심하고 제 할 일 하려고 하는데 또 힐끗대고 쳐다보세요. 그럼 쓰다듬습니다. 갖가지 추임새와 함께 토닥토닥하면 다시 눈을 감고 잠이 드는 삐삐님입니다.
예전에는 길을 걷다가 저를 바라보며 씩 웃는 삐삐를 보고 "나도 사랑해" 했는데 그게 안아달라는 신호였고요, 저한테 안겨서 얼굴을 막 핥아주면 "나도 사랑해" 했는데 그게 밥 달라는 신호였어요. 하하.
어쨌든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고 싶어지는 삐삐학입니다.
작년에도 비슷한 마음으로 쓴 시가 있어서 공유합니다.
오늘은 모처럼 해가 떠있을 때 글을 올리네요. 이거 올리고 반려견동반 서점에 가보려고요. 그럼 기쁜 일요일 되시고 한 주 잘 보내세요!!
내가 늙었다고?
그래도 나는 지금이 좋아
널 이만큼
날 이만큼
알게 되었잖아
내가 핥으면
배고프다 알고
내가 모로 누우면
베개 받쳐 주고
내가 웃으면
안아줘야 되는 거
이제 알잖아
그럼 더 좋은 거지
자 이제 껌 먹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