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강아지처럼 웃자요!

개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by 희삐
'헥헥'이 '히히'처럼 보이는 여름사진


꽃같이


기름냄새가 튀어서

땅에도 그을음을 묻히던


앞만 보고

가기 바빴던 곳에


보라색 꽃들이 색색이

피었습니다


멈칫하는 마음은

이내 물들어 버리고


한 발 한 발

꽃처럼 내디뎠습니다


꽃 한 송이 꺾어

마음에도 심으려 했더니


이미 활짝 핀 꽃이

멍멍하고 짖습니다




요즘 무척이나 덥잖아요?

제가 이 브런치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제 그만 춥자, 그만 눈 와라, 봄이여 어서 오라'였는데

벌써 폭염주의보가 내리는 7월이 왔어요.

그래서 '아, 여름 싫어'가 되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러면 안 되겠더라고요.


작년부터 눈여겨봐 오던 식물이 있어요. 여름에 화려하게 피는 꽃나무 배롱나무예요.

장미도 다 시들시들해져 이제는 꽃볼 일이 없겠구나 생각했는데,

눈앞에 알록달록 예쁜 색의 꽃나무가 보이더라고요.

뙤약볕 아래 빛나는 배롱나무를 보니까 여름의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매미는 어떻고요. 7년을 땅속에 있다가 7일 울려고 나오는데 여름이 없으면 안 되죠.


성당 가는 길이었는데, 족발집과 치킨집이 연달아 있는 도로변이었어요. 늘 기름냄새가 배어 있고

땅바닥도 거뭇거뭇해서 빠르게 걷던 길이었는데 화단에 수국이랑 이름 모를 보라색 꽃들이 피어있었어요.

순간 비밀의 화원에 들어선 것처럼 마음이 화사해지고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아, 내 마음에도 꽃하나 심어두었지'

'삐삐꽃, 생각만으로도 나를 웃게 하는 꽃' (기승전 삐삐)


삐삐와 매일 2회씩 바깥으로 나가 산책을 하다 보니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아요.

나무, 매미, 작은 몸으로 둥지를 만드려고 나뭇가지를 옮기는 새, 돌틈 사이로 뿌리를 내딛는 풀 등

또 다른 생명체들에게 시선이 가더라고요.

작년에 배롱나무를 보며 쓴 시가 있어서 공유하고 이번 주 글 마치겠습니다.

덥지만 여름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시면서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요~!!




배롱나무


살갗이 발개지는 햇살을 피하려고 돌아가던 길

앞을 막고 서서 머리에 그늘을 지어주던 그였다


그는 손가락마다 세련된 붉은 컬러를 품고

더 강렬하게 색을 말리는 중이었다


여름과는 오랜 벗이라고 했다

여름은 그의 아름다움을 자랑스러워한다고


해도 비도 다 여름 탓이라고 하던 이들도

그의 앞에서는 웃을 수 있기에


떠날 날이 다가오자, 여름은 그에게

바람을 조심하라고 일렀다


여름은 떠났고

그는 바람을 피하지 않았다

가을의 벗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꼬마 강아지가 떨어진 꽃잎들을 기억하려 할 때

그는 여름에 다시 보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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