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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숙 Nov 15. 2019

네 잎 클로버

행운을 바라던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난 특별하게 잘하는 것이 없다. 글, 피아노, 그림, 노래, 공부, 연애, 육아도 허술한 실력이다. 직업도 취재기자, 비서, 의류 쇼핑몰, 직업상담사까지 돌고 돌았다. 도전하고 노력하면서, 허무하게도 ‘나에게 뛰어난 재능이란 없구나’를 깨달았다.


 

 그런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이 하나 있었다.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도 아니요, 그냥 순간의 운이 작용했다고 해야 할까. 이는 빽빽하게 채워진 세 잎 클로버 속에서 ‘네 잎 클로버’ 찾기였다.

 쓸데없이 신비한 능력이었다. 일부러 눈에 힘주고 찾지 않아도, 지나가다가 발견하기도 했다.

 세 잎의 향연 속에서, 하나의 잎이 더해진 그것을 발견하는 순간! 온몸이 짜릿했다. 찾으면 찾을 때마다, 행운이 나에게 하나씩 따라오리라 믿었다.



 “넌 운이 좋은 것 같아!”

 단지 네 잎 클로버를 쉽게 찾으면 찾을수록, 이런 말을 들었었다. 그런 게 어디 있냐며 괜히 투덜거렸지만, 사실 달콤한 소리였다.

 미래에 대한 계획, 준비 그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결과물이 없음에도 운이 따라주는 사람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스르륵 그렇게 받아들였던 거다. 당당하게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 잎을 애지중지 집으로 데려왔다. 오자마자 연두색의 두꺼운 종이에 반듯하게 붙였다. 코팅지로 다시 한번 감싸주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네 잎 클로버를 이리저리 비춰보았다. 빳빳하게 구김 없는 모습으로, 반짝거리는 코팅지 속에서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경건하게 작업한, 네 잎 클로버를 지갑에 항상 넣고 다녔다. 일종의 부적 같은 의미였다. 작은 네모 모양, 연두색의 매끄러운 코팅 옷을 입은 부적 아래에는 이런 글씨도 곁들였다. ‘할 수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정직한 문구에 손끝이 찌릿찌릿할 정도로 부끄러워진다.      



 20대였던 나에게 ‘행운’이란 무엇이었을까. 내가 원하는 곳에 취직하는 것, 좋아하는 일에 다가갈 기회였다. 그걸 사방으로 쫙 펼쳐진 잎들이 함께하리라는 아주 순진한 생각이었다.

 


 백 퍼센트 떨어지리라 예상했던 면접에 합격하면서, 이 작은 부적의 힘을 차차 믿게 되었다. 내가 아끼는 이에게 건네기 시작했다. 먼저 직장을 잃고, 몸과 마음에 병이 찾아온 아빠에게 선물했다. 손때가 이리저리 묻은 ‘나만의 부적’을 아빠의 지갑에 넣어 주었다. 아이 장난같이 유치한 작품을, 아빠는 물끄러미 바라보며 쓰다듬었다.

 일자리를 구하고 있던 친구에게는, 새로 하나 만들어 건넸다. 그녀는 면접 기운을 담은 부적이라며, 환히 웃었다. 그럴 때마다 마치 나의 운을 나누어 준 것 같았다. 가슴속에서 몽글몽글한 따스함이 피어올랐다.      



 저마다의 이유로, 나의 네 잎 클로버들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건너갔다. 스스로 운이 다했다는 생각이 들면, 다시 풀밭으로 가서 클로버잎을 찾았다.

 하트 모양의 싱그러운 빛을 가진, 네 잎. 보여라, 보여라! 예전과 달리, 두 눈을 부릅뜨고 초집중을 해야만 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잘 찾은 탓에, 씨가 말라버린 건 아닌지 반성하기도 했다.

 이제 나에겐 ‘운’은 사라진 게 아닐까 두려움이 밀려왔다. 어쩌다가 하나씩, 찔끔찔끔 내 손에 들어왔다. 그 후 아무리 노력해도 네 잎 클로버는 영영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30대의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는‘희귀한 네 잎 클로버가, 짠! 하고 나에게 나타나 행운을 준다’라고 여길 정도로, 순수하지 않다.

 네 잎 클로버가 없어도, 뛰어난 재능이 없다 느껴져도 도전을 이루고 또 그르치며 살아왔다. 세 잎, 네 잎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는 운이 좋아, 좋은 기운이 있어’라고 생각하고 믿는 것. 그 생각이 모여 나를 긍정적인 곳으로 이끌어 간다.

 에너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상대에게 나눔으로써 내 안이 조금씩 채워짐을 느낀다. 꼭꼭 숨어있던 네 개의 잎이, 나에게 다가와 알려준 싱그러운 가르침이다.



 길을 걷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토끼풀을 스쳐 지났다. 발걸음을 되돌려, 쪼그려 앉아 푸른 잎을 쳐다보았다. 이러한 생각이 떠올랐다. ‘행운을 바라던 나는, 지금 행복한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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