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근 <청다색>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8년11월에
겹겹이 쌓이고, 드러난다. 위태로워지기도 하고 엄격하게 배열되어 답답해진다. 어느 순간 차분하게 정돈되어 침묵하는 순간을 만들어 낸다. 어둠이 만들어낸 공간 속으로 밝음이 들어와 꿈틀거리는 순간, 그것은 서서히 일부가 된다. 좁은 협곡을 따라 가파르게 내지르는 밝음은 그 좁은 공간에서도 강렬하게 꿈틀거린다.
채워지는 순간 비워지고,
비워지는 순간 채워진다.
두 가지 행위는 동시에 이루어진다. 검정의 한 귀퉁이를 감싼 밝음, 고요하게 어딘가를 바라본다, 그곳이 어딘지 알 수 없다. 분열하는 기둥들이 위태롭다, 소멸이 아니라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이다, 아무것도 아닌 순간을 향해 나아가는 오해일지도 모른다. 생명력이 멈추려는 순간에 차분한 화해가 느껴진다, 그림자처럼 쓸쓸한 순간이 서서히 전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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