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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옴 Nov 15. 2019

10. 수술을 앞둔 어느 날의 짧은 단상들

불안해하지 말아요

1. TV를 보면 암 환자들이 건강식 위주로 챙겨 먹고 운동도 꾸준히 하면서 건강 관리하는 모습이 종종 나온다. 전에는 그런 걸 보면 ‘환자니까 당연한 거지, 건강을 위해서 저 정도 노력은 해야지’ 싶었는데 그렇게 생각했던 나 자신을 한 대 쥐어박고 싶다. 수술하면 당분간 맛있는 음식 못 먹으니까 맛있는 음식은 미리미리 먹어둬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프다고 입맛이 바뀌는 건 아니더라. 암 환자들도 치킨, 라면, 초콜릿, 회, 과자, 튀김 이런 게 왜 맛있지 않겠는가? 먹고 싶은 음식 참아가며, 몸에 좋은 음식 챙겨가며 그렇게 하루하루 건강한 삶을 향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2. 진단을 받기 전이나 후나 몸 상태는 똑같은데 더 피곤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이려나. 평소처럼 똑같이 출근하고 일하는데 몸이 천근만근이다. 목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이다 보니 평소에도 목 상태가 안 좋았는데 괜히 목이 더 쉬는 것 같고 더 아픈 것만 같다. 갑상선암이 진행되면 쉰 목소리가 난다고 했던 글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내 혹의 위치는 성대 쪽과 멀기 때문에 목이 아픈 건 아마 심리적인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런 걸 보면 진짜 병은 몸보다 마음에서 오는 것 같기도 하다.             

  

3. 갑상선 관련 카페에서 수술 후기를 찾아보았다. 수술을 하고 나면 얼마나 아픈지가 너무 궁금했는데, 궁금함과 동시에 절대 알고 싶지 않기도 했다. 모르고 맞는 매가 나을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은 너무 아파서 잠도 못 잤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본인이 엄청난 엄살쟁이인데 그런 자신도 해냈다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희망을 주기도 했다. 어떤 분은 아기 낳는 것보다는 덜 아팠다며 위로(?)를 하기도 했다. 결국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환우 카페에 새 글이 올라오나 눈을 부릅뜨고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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