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려오자마자 배변훈련과 요로감염증 처치에 정신을 빼앗겨 잠시 주춤하던 사이, 서둘러 훈련하고 개선해줘야 할 태도들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이하 우리가 집에서 매일매일 하고 있는 노력들.
1. 강아지 이갈이(teething) 대응책
일단 밖에 나와 있는 신발, 그 외 물면 안 되는 것들(전기제품 플러그 등)은 싹 다 손 닿지 않는 곳으로 치웠다. 사람 손을 가지고 놀려하거나 테이블 다리, 벽 모서리 등을 잘근잘근 물고 싶어 할 때는 즉시 특정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그걸로 놀아주고 있다. 무언가 물고 싶어 지면 스스로도 그 장난감을 떠올릴 수 있도록 습관을 붙여주기 위해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발달 정도에 따라 적당히 크고 적당히 물렁물렁한 것들로 교체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은 너무 딱딱한 걸 샀더니 잘 물지를 못했고, 또 너무 부드러운 장난감은 씹는 맛이 없어선지 얼마 안 가 다른 것을 찾아 나섰으며, 쉽게 내용물이 터지는 것도 안전문제가 있었다. 우리 강아지가 현재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은 케널을 떠날 때 선물로 받아온 것인데, 부드러운 플리스(fleece) 원단으로 머리 땋듯 로프식으로 엮은 것이다. 적당히 힘 있고 적당히 부드러운 데다 내구성이 좋아서 다른 새 장난감들이 너덜너덜해져 며칠 만에 버려질 동안 홀로 건재하다. 역시 케널은 다 알고서 이걸 준 거 였다..!
최근에는 발 밑에 얌전히 잘 누워 있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나무 식탁 다리를 잘근잘근 씹기 시작하는 일이 많아졌다. 말리고 말려도 반복될 때는 식탁 다리에 식초 묻힌 티슈를 한 번 쓰윽 문지른다. 식초 냄새를 맡으면 재채기를 연신 하면서 멀찌감치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걸 몇 번 했더니 이제는 식초만 꺼내도 치사하다고 화내는 것처럼 짖는다.
2. 사람 손길을 폭넓게 용인하게 하기
이 부분은 브리더에게서 특히 강조받은 부분이라 우리도 처음부터 굉장히 의식하고 있다. 브리더는 매일 한 번씩 강아지를 테이블 위로 올려서 (마치 동물병원에 방문한 것처럼) 네 발 끝을 하나씩 잡고 살짝 눌러 쥔다거나 배를 천장으로 향하게 눕혀보고 또 가볍게 좌우로 굴려보는 등의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그런 자세들에 익숙해져야 어디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에도 보호자가 몸을 확인하고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용을 하거나 발톱을 자를 때 등 불편한 핸들링을 견뎌야 할 때가 종종 있으므로 그 모든 가능성에 일상적으로 노출 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브리더는 강조했었다. 물론, 연습 시에는 간식 등으로 격려 하면서 이 모든 경험이 즐거운 기억이 되도록 도와줘야 한다.
3. 백신 완료 전이지만 밖에 나가 사회화 하기
백신을 맞는 중이므로 다른 강아지와 가까이서 직접 인사시킨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 시기 탁 트인 공원에 작은 털 뭉치를 내려놓으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동네에 이미 예비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두 번 세 번 마주친 다른 강아지 보호자들은 "아직 접종 덜 끝났다고 했죠? 다 끝나면 알려줘요.” 하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인사하고 지나가 준다. 그러는 동안 눈으로 다른 강아지들을 익히는 훈련, 거리에서 마주하는 타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훈련 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아침에 나가는 시간이 어느 정도 일정하다 보니 그 시간대 출근하는 사람들 중에서 우리 강아지를 알아보는 사람도 생겼다. 30분을 외출한다고 하면, 강아지 때문에 말 걸어오는 사람을 세 번 이상은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주변의 낯선 사람들로부터 예쁨 받는 일이 일상이 되면서 강아지의 조심스러운 성격도 수줍음도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4. 야외 배변 훈련
트레이닝 과정을 돕는 배변패드를 크게 한 박스 사뒀지만 요로감염증이 나아진 이후부터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우선 밥을 먹고 난 직후와, 잠에서 깨어난 직후와 같이 배변활동이 활발해지는 타이밍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밖에 데리고 나가고 있다. 그 외에도 매 두 시간 간격으로 무조건 밖에 나간다. 대문을 나서면 우선 늘 같은 장소로 가서 소변을 보도록 유도하는데,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그 장소에 가면 쉬하는 거다"라고 장소와 행위를 연결시켜주기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매번 새로운 곳에 데리고 갈 경우 새로운 냄새에 정신이 팔려 쉬 하는 것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전에 쉬한 냄새가 남아있는, 너무 넓지 않은 대문 앞 풀밭으로 매번 데려가고 있다.
풀밭 위에 올라 빙글빙글 돌던 강아지가 마침내 자세를 취하면 그 때를 놓치지 않고 "Kissa(쉬하자)" 혹은 "bajsa(응아하자)" 하고 언어를 강아지의 행동 위에 입힌다. 이게 익숙해지면 이번에는 반대로 "kissa" 혹은 "bajsa"라는 주문(command)에 반응해 쉬를 하거나 응아를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그렇게 볼일을 마치면 간식을 주면서 말로도 호들갑스러운 칭찬을 해준 다음, 즉각 집에 들어가는 대신 집 주변을 가볍게 한 바퀴 걷고 돌아온다.
말이 두 시간 간격이지 이러고 돌아와서 발 닦는 과정까지 포함하면 각각의 텀이 꽤 짧다. 뭐, 처음부터 올 여름은 거의 밖에서 살다시피 할 작정이었다.
5. 기다리는 연습
밥 먹기 전 분유를 물에 타고 있을 때면 팔딱팔딱 뜀박질하고 짖고 빙글빙글 돌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아기 강아지였다. 하지만 이제 밥 앞에서 만큼은 기다리는 연습에 성과가 보이고 있다. 심지어 "기다려" 하고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말하는 대신 동작을 멈춘 채 지긋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앉고 그래도 내가 반응을 안 보인다 싶으면 알아서 엎드리는 연속 행동까지 보여 준다. 그동안 뛰고 짖으며 못 기다리겠다고 야단법썩을 떨 때면 준비하던 음식에서 손을 떼고 등을 보이고 서거나 심지어 다 중단하고 방에 들어가기도 했었는데, 재촉하는 것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어느정도 인지한 것 같다.
6. 다급하게 이름을 부르면 달려오는 콜백 훈련
밖에서 함께 걷다가 목줄을 놓친 적이 있어서 시작하게 된 이 훈련. 집 안에 있을 때 강아지가 특히 좋아하는 특별한 간식을 들고서 옆에 있든 멀리 있든 간에 이름을 다급한 목소리로 크게 한 번 부른다. 그 다음 뛰는 동작으로 강아지가 있는 반대편으로 달려가는데, 그럼 강아지는 반사적으로 따라오게 된다. 이때 강아지가 좋아하는 간식을 보상으로 준다. 이 연습이 잘 되면 밖에서 필요한 순간에 강아지의 콜백을 유도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7. 밖에 나갔다 오면 무조건 발 닦기
어느 일본 트레이너의 팟캐스트에서 들었는데, 강아지가 싫어하는 행동, 귀찮아하는 것일수록 예외없이 선택의 여지없이 무조건적으로 실행한다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서 싫다고 내빼거나 으르렁 거릴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외출 후 발 씻는 행위는 예외 없이 하고 있다. 가끔 쉬만 하고 들어왔거나 물티슈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 상황이라도 지금은 무조건 욕조로 데려가 발을 씻긴다. 이건 그냥 귀가하는 것에 연장선에서 반드시 해야하는 연속행동이라고 인식시켜주기 위해서다.
8. 으르렁 거릴 때
꼭 해야 할 일인데도 하기 싫어서 으르렁 거릴 때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못 들은 척 무시한다. 이때 움찔하거나 동작을 멈추는 등 주저해서는 안 된다. 파트너와 나는 설령 물리는 한이 있더라도 손을 피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우리의 경우 밖에서 돌아와 욕조로 안고 가려고 할 때 으르렁 거리는 일이 몇 번 있었는데, 이럴 때 본능적으로 멈칫했다 하더라도 다시 하려던 행동을 완수하기로 파트너와 약속을 했다. 그러지 않으면 강아지 입장에선 "멈추게 할 방법을 찾았다"라고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강아지가 싫어하는 행동 자체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고민이 더 필요한 상태다. 현재 1) 강아지의 행동을 말리기 위해 목줄을 붙잡아 몸을 제압한다거나, 2) 강아지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하네스 등을 얼굴에 뒤집어 씌우려 한다거나, 3) 강아지가 먹고 있는 것을 빼앗으려 하는 등의 행동은 강아지가 싫어하기 때문에 피하고 있다. 하지만 각각에 대한 교육방법을 찾고 있다. 강아지의 으르렁거림을 부추기지 않으려면 우선 강아지가 신체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주의하고 강아지가 나름의 합리적인 상황 판단을 할 수 있게 유도하는 중요하며, 특히 먹는 것에 있어서는 강아지의 본능을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한 것 같다.
9. 다양한 소리 들려주기
유튜브로 트럭 지나가는 소리부터 초인종 소리, 다른 강아지 및 동물의 소리,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 등 각종 생활소음을 들려주고 있다. 많은 강아지들이 그렇듯 우리 강아지도 청소기를 무서워하는데, 청소기를 켜 두고서 밥 혹은 간식을 주기도 하고 멀찌감치 도망가고 싶어 하면 자기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에서 기다릴 수 있게 길을 터주고 있다. 청소기를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지나치게 싫어하거나 무서워하지 않게 도와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청소기를 향해 왕왕 짖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자리를 피할 뿐 짖지는 않게 되었다.
10. 잠깐씩 혼자 있는 연습
쓰레기 버리러 나갈 때의 시간이 가장 좋은 것 같아서 그때를 나가고 들어오는 연습의 기회로 삼고 있다. 공원에 나갔을 때에는 벤치에 줄을 묶어두고 30m 정도 멀어졌다 다시 돌아와서 간식을 주는 연습을 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멀어지고 나면 반드시 돌아온다는 걸 알게 하는 것. 대문으로 나갈 때 호들갑스럽게 인사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것 같아서, 혼자 두고 잠시 나갈 때는 시선을 맞추지 않고 그냥 쓰윽 나간다. 강아지의 흥분도를 높이지 않기 위해, 돌아와서도 호들갑스럽게 인사 나누는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