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집은 처음이라(1)

지방러의 서울살이 생존일지

by intojeong

'원룸 이사 10만 원', '1톤 용달 이사 10만 원', '자취방 이사 10만 원'

최저가는 10만 원인가?


서울에서 원룸 사이즈 이사를 할 때 얼마가 적절한지 비교견적을 내던 날이었다. 전봇대마다 붙어있는 소형이사 전단지를 보니 10만 원이 최저가로 보였다.


"원룸 이사하려고 하는데요. 10만 원 맞나요?"

전화로 전단지의 내용이 사실인지 물었다.


"언제 이사하시게?"

전화를 받은 아저씨가 되물었다. 나는 2주 뒤라고 대답했다.


"아. 그 날은 손없는 날이라 3만 원 더 주셔야 돼"

아저씨는 손이 없다며 값을 더 불렀다. 판단이 서지 않아 우물쭈물거리자 아저씨는 바쁘다며 생각해보고 다시 전화하라고 했다. 어디든 그 날은 비싸다고 했다.


나보다 먼저 서울로 상경한 고향 친구에게 전화했다. 이삿짐 아저씨와의 대화를 그대로 전하며 무슨 말인지 아냐고 물었지만, 친구는 손이 없는데 어떻게 이삿짐을 옮기냐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내가 목소리만 들어도 어린 데다가 사투리까지 써서 바가지를 씌운 거라고 했다. 그런 뜻은 아닌 거 같은데... 내일 회사 가서 검색해야지.


대부분 2G폰을 쓰던 시절이니 의문이 해결되기까지 하루가 걸렸다. 전날 전화통화의 실체가 무엇인지 확인한 다음, 다른 이사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원룸 이사하려고 하는데요. 10만 원 맞나요?"

다시 손이 없다고 할까 봐 이사 날짜를 바꿔서 물어봤다.


"큰 짐은 어떤 거 있는지 말해봐요. 이사 가는 곳은 몇 층이에요?"

새로운 이사업체 아저씨는 나의 살림살이와 이사 가는 곳의 상황을 자세히 물어보셨다. 뭔가 전문성이 느껴졌다. 나의 가장 큰 짐은 침대와 냉장고이며, 이사 가는 곳은 4층이라고 말해주었다.

"아가씨, 이사 가는 곳이 4층이고 엘리베이터 없으면 한 사람 더 가야 돼요."

한 명이 더 가지만 짐이 많지 않으니 15만 원에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내가 망설이고 답을 못하고 있자, 아저씨는 다시 14만 원을 제시하셨다. 이 협상이 합리적인지 판단이 서질 않아 다른 몇 곳을 더 알아봤다. 나는 끝내 9만 원에 이사가 가능하다는 곳을 찾아냈다. 짜릿했다.


이사 당일, 용달차를 몰고 오신 분은 할아버지셨다. 침대 프레임은 4층까지 올라가는 내내 한 층도 거르지 않고 벽에 부딪혔다. 냉장고만은 지키기 위해 내가 직접 등에 짊어졌다. 할아버지는 나의 등에 냉장고를 올려주며 안정적으로 무게를 지탱하는 방법을 알려주셨고, 비틀거리며 계단을 오르는 내게 웬만한 남자보다 힘이 좋다며 칭찬해주셨다..


이사가 끝나고 약속한 9만 원을 지불했다. 할아버지는 음료수 값으로 원래 5천 원쯤은 따로 주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할아버지를 밖으로 급히 배웅하며 현금은 이게 다라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문을 닫았다.


침대만 대충 정리하고 욱신거리는 몸을 그 위에 눕혔다. 이삿짐을 풀고 청소까지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기저기 긁혀 나간 침대 프레임을 보니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시원한 맥주가 절실했다. 몸을 겨우 일으켜 편의점에서 맥주를, 약국에서 파스를 샀다. 짜릿했던 이사 가격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이사한 이후부터 침대는 조금만 움직여도 삐그덕 소리를 냈다. 근육통은 한의원에서 침을 여러번 맞고서야 사라졌다.


오늘 쓰려고 했던 건 이게 아닌데.. 쓰다 보니 그 날의 감정이 확 올라와 버렸다. 벌써 10년이나 된 일인데 말이다. '지붕 없는 집'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다시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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