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각커피 Mar 02. 2022

홀로서기를 생각하니 보이는 것들



나에게 일러스트레이터, 카페 사장, 에세이 작가에 대한 로망이 있었듯, 독립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적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조용하지 않던 집안 분위기 때문에 더 독립을 꿈꾸곤 했다. 하지만 30살이 넘은 나에게 다시 독립에 대한 로망을 묻는 다면 아니오! 를 핏대 올려 외칠 수 있을 만큼 독립을 해서 혼자의 몫을 하고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독립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잡기 시작한 건 올 초 우리 집에선 흔히 일어날 수 있었던 부모님과의 다툼 때문이었다.


몇 년 전부터 독립을 슬슬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카페를 차리고 돈을 모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막상 카페를 열고나니 돈을 모으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당장 이번 달 가겟세에 오늘 내가 먹고살 수 있을지 불안해하며 발등에 떨어진 불 먼저 끄기 바빴다. 그렇게 살려고 발버둥 치면서 햇수로 4년을 보냈다. 오직 살려고 견디는 시간 동안 긍적의 회로를 굴리며 '이렇게 버티다 보면, 열심히 살다 보면 대충 어림잡아 30대 중반엔 어느 정도 돈도 모으고 자리도 잡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돈을 모으기는 개뿔. 간당간당하게 4년을 보낼 줄 누가 알았나. 2021년에 티브이에서 카운트를 하고 2022년으로 연도가 넘어가는 순간. 스스로에게 말해왔던 그 계획을 이제 진행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새해가 되고 나는 괜찮은 나로 변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더 나아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몸속 어딘가에서 자리 잡고 끈질기게 부정의 감정으로 불행한 스토리로만 나를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사람의 몸도 디톡스로(검증된 건진 모르겠지만) 며칠 물만 마시거나 단식을 하며 몸 안의 것을 비워내고 좋은 음식으로 몸을 새로 채우듯, 나도 극단적이지만 내 주변을 모두 바꿔 나를 끌어당기는 무언가를 떨쳐버리고 싶었다.


독립을 하고 싶은 이유 1. 내가 독립하려고 계획한 나이가 되었다. 2. 나는 변화하고 싶다.


벌써 독립의 이유가 두 가지나 된다. 그러니 심플하게 나가면 된다. 집을 구해 나가면 그만인 일이다. 그런데 독립을 집을 사거나 전세로 하기엔 모은 돈이 턱없이 부족하고, 월세로 살기엔 '가겟세'에 '원룸 월세'를 같이 낼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찔해졌다. 대학생 때는 학생 신분으로 돈 없다는 핑계로 부모님 지원을 받으며 학교 주변에서 몇 개월 살다 살기가 너무 힘들다 싶으면 '엄마~!ㅠㅠ' 하며 귀엽게 다시 들어올 수 있다지만, 지금 몇 년 떨어져 살다 본가로 돌아가고 싶어도 그때 되면 내 나이 40이다. 직업적인 성공과 결혼이라도 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면 모를까 돈이 탈탈 털린 채로 70세가 된 부모님이 번 돈으로 같이 살기란 서로가 민망하고 착한 딸 프레임이 씐 나는 내 존재 자체만으로 죄스러워질 것 같다. 그러니 지금 계획하고 나가는 독립은 내 인생의 마지막 독립이고 영원한 독립이 될 것이다. 감정적으로 나가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는 호기롭게 나가는 건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라 시름시름 앓을 정도로 생각이 많았다.


주말에 친구를 만나 이런 현실적인 독립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부모님과 트러블이나 서로 언성이 높아진 건 무슨 이유 때문이었을까? (하늘의 계시?)


"(온갖 언성이 오간 후) 이럴 거면 지금 당장 이 집에서 나가!!"




순간 화가 나도 나가란 말을 엄마만 했지 이런 말 한 번 한 적 없는 아빠가 나가라는 말을 했다. 꼭 내가 낮에 친구를 만나 나눈 대화를 들은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 말이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너는 왜 독립을 안 하고 같이 살면서 니 멋대로 구냐는 듯한 모종의 부모의 권력과 협박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계속해서 고민했던 독립이 확실해졌다. 내 등 뒤에 붙어 있어도 모른 척했던 포스트잇을 눈앞에 가져가 똑바로 읽은 순간처럼, 탁하고 깔끔하게 '독립'에 붙어있던 '망설임'이 떨어져 나갔다.


독립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니 그제야 내 제정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직업적으로 했던 고민들도 내가 당장 혼자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고 먹고살아야 한다는 목적 앞에 답이 나왔다. 부모님과 같이 살 때는 비빌 언덕이 있으니 꾸준히, 열심히만 하자며 포기하지 않고 그림을 그린 것 만으로 돈을 벌겠다는 내가 했던 막연한 상상과 얇은 노력도 눈에 보였다.


유튜브에 '일 년에 000만 원 모으는 방법', 이라던가 '부업으로 000만 원 벌기' 같은 내용을 검색해보며 여러 방법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의 생활과 방법을 찾아봤다. 자기 계발은 싫어하지만 당장 내가 발전이 없는데 눈과 귀를 닫고 내 방식으로만 살아가는 것도 고집이고 미련한 짓이다 싶어 관련 책도 읽고 있다.(사실 다 그 말이 그 말이지만 동기 부여는 된다.)


엄청난 양은 아니지만 지난 한 달간 여러 가지 영상과 책으로 잘되는 사람들을 보고 느낀 점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분야에 잘 되는 사람들이 수익을 얻는 경로는 나도 똑같이 하고 있는 것 들이었는데 (이모티콘, 블로그, 스마트 스토어, 인스타그램, 책 , 심지어 유뷰브까지.) 그들이 '그 무언가'로 수익을 내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 조사와 통계를 이용한 꾸준한 관리는 지금까지 내가 해온 것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많았고, 치밀했고, 구체적이었다. 분명 나와는 달랐다.


내가 지금까지 한 노력은 야자시간에 꼼짝 않고 앉아 있는 걸로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한 포인트를 잘 못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난 정말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성과가 나지 않고,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생각 들지 않은 건, 내 '열심히'의 포인트의 설정이 잘 못 된 것 일 수 있다. 이 사실을 도출해 내면서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봤다는 것에 시원하기도 하지만 조금은 우울해졌지만, 그래도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보다는 나아질 방법이 있고 나아질 수 있다는 게 오히려 희망적이다. 그러니 다시 힘을 내보려고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직 나를 위해 행복해 지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