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계절
#그림책 에세이
# 엄마의 계절 / 최승훈 글그림 / 이야기꽃
< 엄마의 계절 >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책은 많지만 제대로 우리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그림책을 만났다. 고향의 정취와 시골의 생생한 풍경이 친근하게 다가와서 마음에 쏙 든다. 몇 장을 넘기다 더 이상 편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전을 부치다 말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그림 속 어머니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얼음이 되어 순간 정지된다. 그림책 속의 주인공이 아닌 우리 엄마의 눈빛을 만났기 때문이다. 무척 익숙하고 낯익은 모습과 표정과 눈빛에 우리 엄마가 들어 있다. 너무나 사실적인 그림과 현실을 그대로 담은 글을 보자니 마음이 먹먹하다. 봄부터 겨울까지 엄마의 사계절에 엄마의 마음이 꽉 들어차 있다. 엄마의 인생 전체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40대 중반에 혼자 되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쉼없이 농사일하고 품일하면서 살아오신 80 중반의 우리 엄마. 자식에 대한 염려를 놓지 못하고 무거운 돌처럼 품에 담고 계신다. 자식들 독립해서 훌훌 떠나가고, 이제는 늙고 병든 몸으로 혼자 시골에서 생활한다. 여기저기 아픈 육신에 자글자글한 주름살과 외롭고 적적한 시간만이 친구처럼 남아있다. 항상 자식들 위해 기도하고 자식들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나, 힘들고 아파도 자식들 걱정할까봐 괜찮다고 하시는 모습이 그림책 속 엄마가 닮음꼴이다.
“너희들에게 짐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리 걱정 끼치네.”
최근에 심장부정맥 인공박동기 교체 건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바쁜 자녀들이 당신을 챙기려 내려와서 고맙다, 미안하다는 걸 숨기지 못하신다. 텃밭에 이것저것 심고 가꾸어서 참기름, 고춧가루, 마늘 등을 자식들 손에 주는 걸 큰 기쁨과 보람으로 생각하신다. 지금껏 30년 넘게 도시에 나와 살면서 엄마가 챙겨주신 양념이나 반찬거리가 얼마나 든든한 힘이 되었는가?
“난 괜찮다. 괜찮아.”
자식들이 보고싶은 그리움으로 먼 산을 바라보면서도 보고싶으니 한번 다녀가라고 말하지 못하신다. 바쁜 일 때문에 자주 전화를 못해도, 감기 걸려 아파도, 피치못할 사정 때문에 못 온다는 전화를 받고도 아쉽고 서운한 마음 접어두고 묵묵히 괜찮다고 하신다. 그 모습이 하도 답답하여 그게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은 내 마음은 우리 엄마에게로 달려간다.
“온다는 말도 없이 이놈아!
아이고, 우리 강아지들 왔어? 허허허허.”
“우리 강아지, 할머니랑 여기서 살까?
북적북적 만날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 엄마의 계절 중에서
이게 진짜 엄마의 속마음일텐데, 나는 엄마의 긴 외로움과 끝모를 그리움의 깊이를 얼마나 헤아리고 있는가?
‘엄마,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모처럼 자식과 손주들이 찾아와 환한 웃음을 짓는 뒷부분의 엄마의 얼굴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나아진다.
‘오늘은 추워도 봄날이네. 허허.’
현관앞에 북적북적 자리잡은 신발들도 웃고 있는 듯하다.
< 엄마의 계절 > 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