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좀 들어주세요, 제발 / 가만히 들어주었어
#그림책 에세이
# 내 말좀 들어주세요, 제발
하인츠 야니쉬 글/ 질케 레플러 그림/ 상상스쿨
# 가만히 들어주었어
코리 도어펠드 글 그림 / 신혜은 옮김 / 북뱅크
사람은 귀가 두 개에 입이 하나이다. 말은 적게 하고 듣기를 두배로 하라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다르게 생각하면 듣기가 그만큼 힘들기 때문에 두 개의 귀를 배치한 게 아닐까?
『내 말좀 들어주세요, 제발』 에 나오는 곰은 도움을 받고 싶어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모두들 곰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과 판단으로 곰을 도와주려 한다. 하지만 곰의 마음을 더 답답하기만 한다.
“왜 그러니? 무슨 일 있어?
"아무도 내 얘기를 귀기울여 들으려고 하지 않아."
유일하게 파리는 곰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내가 들어줄게. 무슨 애긴데?"
우리 가족들이 웃으면서 자주 화제에 올리는 말이 있다.
바로 “아니, 그게 아니고.”이다.
상대가 어떤 말을 하면 “아니, 그게 아니고.”로 반박을 하면서 말을 이어받는다. 그러면서 서로가 고집이 세다느니 지는 걸 싫어한다고 토를 단다. 이는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고 내 말만 강조하거나 강요하려고 했다는 것이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평소에 나는 내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들어주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게 아닌고”의 진실과 만난 날, 부끄러운 자기 반성과 깊은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시간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가치나 기준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그 방향으로 이끌려고 애를 쓰고, 그에 미치지 못하면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기분 나빠했던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하는 것이 부모로서, 교사로서의 책임이고, 사랑이라고 믿었다.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거나 곤란에 빠지면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며 내 방식대로 충고하거나 평가하고 판단하여 아이에게 나의 해결책을 말하거나 심할 때는 강요하기도 했다. 나는 들어주기를 잘하는 엄마가 아니라 내 말을 많이 하는 엄마였던 것이다.
『가만히 들어주었어』 그림책을 보니 내 모습이 겹쳐보였다. 테일러에게 다가온 여러 동물들이 보여준 말과 행동들이 바로 내가 했던 것들이었다. 빨리 부정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몰아치듯 강요하거나 문제를 회피하거나 해결책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말해 봐, 말해 봐. 어떻게 된 건지 말해 봐.”
“우와 끔찍해, 정말 화나겠다. 그럴 땐 소리를 질러.”
“히히, 그냥 웃어버려.”
토끼는 다르다. 조용히 테일러 곁으로 다가온다. 표지그림처럼 서로 말없이 기대고 앉은 테일러와 토끼가 따스하고 평온해 보인다.
"나랑 같이 있어줄래?"
토끼는 테일러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준다. 테일러가 소리쳐도 가만히 들어준다. 여러 방법으로 자신의 속상한 마음을 다 풀어낸 테일러는 화가 풀리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낸다.
“나, 다시 만들어볼까?”
“다시 해볼래. 지금, 당장!”
교실에서 아이들끼리 문제가 생기거나 다툼이 있어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으면 자기 이야기만 한다. 상대의 이야기는 들으려고 하지 않아서 화해가 쉽지 않다. 자신은 지극히 공감 받고 이해받기 원하면서 상대의 말은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어디 아이들 뿐이랴. 사회 전반적으로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내 입장을 내세우거나 내 주장하기에 바쁘다.
내 안에서 “아니, 그게 아니고”를 자각하고 의식하면서부터는 진정한 듣기를 하려고 한다. 한 사람의 말에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인생이 들어있다. 그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받아준다는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온전한 믿음을 바탕으로 상대와 나를 동등한 입장에 두고, 나에게 다가오는 인생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진정한 강자는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강요, 충고,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온전히 들어주고 받아주는 사람인 것이다. 진정한 공감과 소통을 방해하는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내려놓으려 한다. 쉽지 않지만 충분히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
최근에 아들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내 생각을 완전히 내려놓고 아들이 하는 말과 그 뒤에 숨겨진 감정을 오롯이 느껴주는 경험을 했다. 현재 아들이 겪는 어려움, 상황이 주는 답답함, 미래에 대한 두려움, 자신 없고 무능력한 자신에 대한 무력감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엄마로서의 충고나 판단을 내려놓고 온전히 공감하기를 하려고 하니 그의 마음의 소리가 잘 들렸다. 아들은 자신의 깊은 감정에 직면하고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