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 칼리는 『나는 기다립니다』, 『적』, 『피아노 치기는 지겨워』 등을 쓴 이탈리아의 작가이다. 유쾌하면서도 재미있게 하고싶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이다.
벽에 액자로 된 가족사진이 붙어있고, 아빠와 가족사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뒷모습만 보이는 주인공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빠는 대단한 무언가가 된 가족들의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들려준다. 경찰관 앙구스 삼촌, 소방관 도리스 고모, 달리기 선수 티보 삼촌, 화가인 프리다 고모 등 한 명 한 명 모두 대단하다고 말한다. 플랩북 부분을 펼치지 않고 읽으면 ‘와, 이 가문은 엄청 대단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가문에 의사가 몇 명이고, 변호사가 몇 명 나왔다는 걸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주변의 ‘엄친아 가문’ 말이다.
이 그림책의 묘미는 접혀진 부분을 펼치면 나오는 반전에 있다. 현실 속의 친척들은 모두 실수투성이거나 평범한 직업을 갖고 고분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양들을 돌보는 스쿠터 삼촌의 교실 풍경은 재미있으면서도 어딘지 낯익고 친근하다. 아이들이 그림처럼 자리에 앉아 공부하기를 바라는 나의 의도와 노력과는 달리 천방지축 자유로운 우리 교실의 한 장면을 그려놓은 것 같다.
방학식 전날, 학급 장기자랑을 하니 준비를 하라는 안내를 수차례 하고 무엇을 할지 미리 받았다. 무엇을 대단하게 해야된다는 부담감에 눌려 미리 걱정하고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작은 것이라도 괜찮으니 준비하라고 말해주었다. 개인별로 준비한 것과 친구랑 팀을 만들어 준비한 것을 보여주기로 했다. 아이들은 줄넘기, 마술, 피아노치기를 영상으로 준비한다거나 그림그리기를 보여준다는 것도 적어냈다.
드디어 4~5교시, 책상을 뒤로 밀고 아이들은 책상 위에 앉았다. 평소에 답답하던 교실의 앞부분 공간이 조금은 넓어 보인다. 롤러스케이트를 보여주겠다고 하는 아이는 미리부터 스케이트화를 신고 있다. 조금은 쑥쓰러워하기도 하고 자신없어 하면서도 한 명 한 명 나와서 자신이 준비한 끼를 보여준다. 클래스팅으로 피아노 연주 영상을 올린 아이는 앞으로 나오게 하여 자신의 영상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었다. 발목 줄넘기도 하고 2단 넘기를 보여주어 박수와 환호를 받기도 했다. 평소에 조용하고 말이 없는 친구들도 모두의 시선과 주목을 받는다. 다리 찢기를 유연하게 하는 친구를 보며 여러 명이 우르르 나와서 해보겠다고 하여 단체 종목이 되기도 하고, 태권도 시범을 함께 하기도 했다. 그림 그린 것을 실물화상기로 보여주기도 하고, 사전에 기밀이 누설된 간단한 마술 시범을 보이는 아이도 있다. 우리반 개근맨으로 불리는 두 친구는 유행하는 가수의 노래에 맞추어 춤과 노래를 멋지게 보여준다. 친구들의 칭찬과 박수를 받으니 “관종이었던 내가 인싸가 되었다”고 좋아한다.
어쨌든 결석한 두 친구를 제외하고 못 한다고 하면서도 어설프게나마 25명이 모두 참여했다. 한 명도 빠짐없이 했다는 게 기뻤다. 우리 반 모두 했다는 것이 참 대단한 일이라고 칭찬했다. 끝나고 장기자랑 소감을 발표하기도 하고 글쓰기 공책에 글로 쓰기도 했다. “친구들이 다양한 재주를 보여준 것이 놀라웠다.”
장기 자랑하는 아이
“엄청 엄청 대단하고 훌륭하다는 건 어떤 걸까요?” 꼭 뭔가를 잘해야만 하고 멋진 성공이나 성취를 이루어내야만 대단한 것일까요?
학기초에 이렇게 저렇게 학급을 운영하고 이런 저런 활동을 해야지 생각했던 것에 비해 학기를 마무리하며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했나 생각하면 아쉽고 부족한 것이 더 많이 생각난다. 자신을 자책하려는 나에게 이 그림책은 이렇게 잘 마무리한 것만도 대단한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그래, 코로나가 정점을 찍은 3월도 잘 겪어내고, 아이들 모두 큰 문제 없이 학교에 나와 공부하고, 학기말 장기자랑에서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자신을 표현한 것 자체로도 대단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하루 하루 분투하면서 열심히 생활한 나 자신 그 자체로도 대단하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존재 그 자체 만으로도 ‘대단한 무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