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이 눈이 부시도록 맑고 푸르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이다. 바람까지 선선하게 불어오는 날에는 가을 내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은 과학과 자율활동을 연계하여 들꽃 정원 활용 수업을 하는 날이다. 학생들에게 미션을 두 가지 준다. 하나는 식물 찾기다. 학교 정원에 있는 여러 가지 들꽃이랑 식물들 사진을 칼라로 인쇄해 주고 정원 여기 저기 다니며 모둠별로 함께 찾아서 표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곤충 포함해서 동물 5가지 이상 찾기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나온 것 만으로도 신 나고 재미있다. 이 곳 저 곳 다니며 사진과 비교하면서 식물 이름을 불러보며 찾으러 다니는 모습에서 즐거움이 느껴진다. 정원 가운데는 연못이 있어서 붕어도 있고, 닭장에는 닭도 몇 마리 자라고 있어 아이들이 오가며 들여다본다. 하늘에 잠자리도 날고 있다. 땅바닥을 줄지어가는 개미를 발견하고 쪼그려 앉아 한참을 쳐다보는 아이도 있다.
“선생님, 이것 보세요.” 한 아이가 달려와 자랑스럽게 손을 내민다. 아이의 손에는 매미 허물이 온전한 형태로 올려져 있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신기하다며 쳐다보고 만져보기도 한다. “저기 매미가 있어!”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 나무 저 나무 살펴보던 다른 아이는 이내 힘이 빠진 채로 나무를 붙들고 있는 매미도 찾아낸다.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가 손을 대려고 한다. 그래도 매미는 잡지 말고 관찰만 하자고 말한다. 어떻게 세상에 나온 매미인데, 매미가 스스로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주자고 하며 교실로 와서 매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그림책 2권을 함께 나눈다.
7, 8월 우리 나라 산은 물론 공원이나 아파트 정원에서 우렁차게 외치는 매미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매미가 금방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은 땅 속에서 5년 혹은 7년을 애벌레로 지낸다. 암컷 매미가 나무 가지 구멍에 알을 낳으면, 알은 애벌레로 부화한 뒤 땅 속에서 나무뿌리의 액을 빨아 먹으면서 긴 시간 애벌레로 지내며 때를 기다린다. 지역에 따라,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매미는 13년이나 17년 동안이나 땅속에서 지내기도 한다. 매미 한 마리가 성충으로 자라 울어댄다는 건 그만큼 엄청난 사건이다. 어릴 적 곤충 채집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단순한 재미나 호기심으로 매미를 잡아서 놀았다. 그 시절에 매미의 엄청난 역사를 알았더라면 조금 더 너그럽게 매미를 바라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매미씨, 드디어 오늘 밤입니다』 그림책은 매미 애벌레가 땅 위의 세상으로 나가는 그 설렘의 순간을 잘 그리고 있다. 깨끗하고 포근한 침대와 소박한 살림살이로 채워진 매미의 땅 속 집은 매미에게 완전한 세상이다.
정든 집을 떠나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는 매미의 마음은 어떨지 이야기하면서 우리 경험 속에서 공감하는 부분을 나눠본다. 처음 뭔가를 시작할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새로운 도전을 할 때 무섭고 두렵고 긴장되는 마음이랑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이 섞여있다고 말한다.
매미 씨를 아끼는 곤충 친구들은 즐거운 잔치를 준비한다. 꿀벌, 반딧불이, 방울벌레, 애벌레 등 귀여운 곤충들이 힘을 모아 준비하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여러 친구들의 진심어린 축하 속에서 매미 씨는 기쁘게 땅 위로 올라간다.
7년 동안의 잠, 박완서
박완서 작가가 쓴 『7년동안의 잠』은 글밥이 제법 많은 그림동화다. 개미의 눈으로 매미가 땅 속에서 땅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림도 매우 생생하고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잘해서가 아니라 그림책 속의 매미 씨처럼 존재 그 자체로 환대받고 인정받는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환대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한 생명이 자라는 데에는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함께 한다는 것을 더불어 배운다.
매미가 땅 위로 나오기만 하면 모든 일이 다 순조로울까? 모두 다 매미 성충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긴 시간 땅 속에서 살다가 어렵게 세상으로 나온 일부 매미는 새나 사마귀 등 천적에게 잡아 먹히기도 한다. 살아남은 씩씩한 매미들은 짝짓기를 위해 밤낮으로 목청껏 소리친다. 햇살 가득한 땅 위에서의 매미의 한달살이다.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를 한 뒤 죽고, 암컷은 알을 낳고 죽는다. 한 달 정도 짧은 기간 동안 짝을 만나 달콤한 사랑을 나눈 뒤 암컷은 나무 구멍에 알을 낳고 그 소명을 마무리한다. 그 과정이 무척 신비롭고 매미의 일생을 생각하면 숙연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어지는 활동은 나의 들꽃 정원 꾸미기다. 정원에서 찾은 식물과 동물을 그리거나 사진을 붙여가며 동물과 식물이 어우러져서 살아있는 생명 공동체를 이룬 정원을 꾸미고 만드는데 열심이다.
나만의 들꽂 정원 꾸미기
매미에 대해 이것저것 공부하면서 교사인 내가 더 매미의 일생에 감동한다. 알면 보이고, 사랑하게 된다고 했던가? 그날 오후 아파트 한 바퀴를 걸으면서 나무 여기 저기에서 매미 허물을 10개 이상 찾아냈다.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에서 치열하게 사랑하며 살다간 매미의 흔적이다. 매미 이야기는 결코 끝난 적이 없다.
“매미씨, 땅 위에 온 걸 환영해요!” “고마워요. 맴맴맴, 정말 기뻐, 살아 있어서 정말 행복해! 맴 맴 맴!”